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이성(합리성)과 자율성 등의 덕목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때의 ‘평등한’(동일한) 교육이 정말로 성차별을 철폐하고 평등한 사회를 향해가도록 할 수 있을까? 국가 중심의 의무교육이 보편화되었고, 대학 진학률이 80%이상이며, 특히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은 한국 사회에서도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오히려, 교육의 과정에서 성차별은 은밀하게 재생산되고 강화된다.
여성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열심히 투쟁해 온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 덕분에 우리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순 없다. 남성과 똑같은 교육을 받도록 허용 때로는 강요하는 것은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교육’혹은 ‘성평등 교육’은 동등함으로 포장된 똑같은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차별적이고 특정 내용을 배제하는 교육이 아니다. 같음과 다름이라는 인위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나다운 삶, 너다운 삶, 우리가 함께 하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고 추구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특히, 자유주의가 기초하고 있는 이성(합리성)중심주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엄격한 구분에 대해서는 성평등 교육을 기획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근원에서부터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성의 발달을 위해 감성을 소홀히 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 감성/감정의 발달 없이, 혹은 이와 별개로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의 발달이 가능한가? 가족이나 가정을 사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나눌 수 있으며, 이는 수평적 구분인가 아니면 가치 평가를 내포하는 수직적 구분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 모든 질문에 지금 당장 답을 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생각이 가지는 가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절대로 무시할 순 없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이 보여준 가능성과 동시에 보여준 한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평등을 쟁취해가도록 돕는 교육을 기획해야 한다. 평등은 단 번에 성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평등이라는 가치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지향해야 하는 가치이며 그 의미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살아 있는 가치다.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