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가게 앞을 지나다가 낙지를 팔길래 구경했다.
낙지 볶음이 먹고 싶었다.
"기절 낙지 팝니다. 방금 기절했어요. 생물입니다. 신선해요."
"낙지, 얼마에요?"
"4마리에 12,000원입니다."
기절 낙지라니, 거짓말. 생물이 맞긴 할까 살짝 의심스러웠다.
날이 더워서 그렇겠지만 낙지가 너무 흐물텅했다.
냉동 낙지를 해동한 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낙지 볶음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그 생선 가게에서 파는 낙지, 정말 기절 낙지 맞을까?"
"왜?"
"아니, 낙지가 너무 흐물텅하더라고. 냉동했던 걸 녹여서 파는 거면 어떡해? 그럴지도 모르잖아."
"그럴 수도"
"그래서 아저씨한테 물어볼까 잠시 생각하다가 참았어."
"그걸 왜 물어 봐? 이미 아저씨가 생물이라고 했잖아. 너가 물어본다고 갑자기 생물이라고 했던 걸
냉동이었다고 제대로 알려줄 거 같아? 그냥 믿고 사야지."
"그래도 팩트 체크를 해 보고 싶었지. 너무 너무 흐물텅해서 믿음이 안 가니까."
"그럼 안 사면 되지. 굳이 그걸 왜 물어봐? 옆에 다른 손님도 듣고 괜히 의심하면 어떡하라고?"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 거기까진 생각 못 했네. 그래도 나는 궁금하니까."
"아저씨가 이렇게 말할 걸. 아줌마, 아줌마도 흐물텅해요!"
"엥? 나는 낙지한테 흐물텅하다고 한 거지, 아저씨 보고 흐물텅하다고 한 적 없는데."
"더운데 장사하느라 힘든데, 너 같은 진상 손님 보면 아저씨도 화나니까 그럴 수도 있다, 이거지."
"너무하다. 사람한테 면전에서 흐물텅하다니."
"아저씨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이 말이지. 신선한 거 사고 싶으면 비싼 거 마트 가서 사면 되지,
굳이 싼 거 찾아서 생선 가게 왔으면서 생물인지 아닌지 따지면 아저씨가 짜증나지."
"쳇. 엄마는 맨날 맨날 내 편 안 들어주고."
"편드는 게 아니라 아저씨 입장에선 그렇다 이 말이지."
"흥! 엄마 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