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는 강아지가 있다.
머리도, 몸집도 너무 작고 말랐다. 특히 다리가 너무 얇고 가늘고 길다.
반려인과 산책하는 그 강아지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든다.
'강아지 다리, 너무 얇고 길다. 부러지면 어떡하지. 부러질 거 같아. 부러지면 아플 텐데.'
엄마랑 같이 걸을 땐 말도 했다.
"엄마, 저 강아지 다리 너무 얇아. 부러지면 어떡하지? 똑 부러질 거 같이 생겼어."
엄마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늘도 마트 다녀오는 길에 그 강아지를 또 마주쳤다.
"엄마, 저 강아지 다리가 너무 얇아서 똑 부러질 거 같아. 부러지면 아플 테니까 조심해야겠다."
엄마가 말했다. "너는 저 강아지 볼 때 마다 그 이야기를 하네. 주인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다."
"잉? 나는 강아지가 걱정되서 그런 건데. 진짜 다치면 아프잖아."
"저 강아지는 원래 저렇게 생긴 건데, 왜 그래? 주인이 정성스럽게 돌볼 텐데 너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주인이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 혹시라도 들을라."
"그런가? 그래도 너무 얇아. 저렇게 얇은데 잘 걸어다니네. 신기하다."
"아줌마, 아줌마 다리는 코끼리다리잖아요. 그렇게 무거운 다리로 어떻게 걸어다녀요? 신기하네!"
"엥? 뭐라고? 갑자기 코끼리 다리?"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렇지. 강아지가 보기에 너 다리가 얼마나 크고 두껍게 보이겠냐?"
"앗. 그렇다고 사람한테 코끼리 다리라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강아지가 들으면 이렇게 생각할 걸. 아줌마, 제 다리 부러지길 바라세요? 왜 남의 다리 가지고 시비 거세요?
"엥. 난 걱정되서 그런 건데. 흥! 알겠어. 알겠다고. 안 그러면 되잖아."
우리 엄마, 오늘은 강아지 대변인이다. 어제는 낙지 파는 생선 가게 아저씨 대변인이었는데. 참. 바쁘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