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가야. (너의 이름을 알지 못하니까 아가라고 부를게!)
나는 너에게 고유하고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어.
그건 내 욕심일까.
너가 나한테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너의 온몸을 나에게 기댈 때 너는 나에게 유일한 존재야.
또 등을 돌려 다른 사람에게 갈 때는 서운해. 하지만 내가 너를 계속 쓰다듬어 줄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그 순간, 아주 잠깐 유일하고 대체할 수 없는 관계를 맺는 거겠지.
또 너는 누군가 널 쓰다듬어줄 사람을 찾는 거지.
너의 욕망을 만족시켜 줄 누군가.
찰나지만 나는 너에게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어서 기뻤어.
나 아닌 누군가의 쓰다듬을 받아들이는 너를 보며 서운하지만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해.
나는 길에 사는 고양이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아주 가끔 정말 운이 좋으면
멀리서 지켜보는 나에게 용감하게 다가오는 아가를 만날 때가 있다.
나의 손길을 허락해 주는 고마운 아가.
자신을 해칠지도 모르는, 위험하고 낯선 존재에게 어떻게 용기를 내서 가까이 다가오고
손길을 허락할까? 나는 늘 궁금했고 알고 싶고 배우고 싶었다. 그 용기와 자신감을.
도대체 저 아가는 나를 어떻게 믿는 걸까?
아니다. 내가 틀렸다.
그 아가는 나를 믿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는 거다.
자기가 나를 안전하다고 판단했기에,
설령 안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기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아가는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자신의 선택과 판단이 가져 올 그 어떤 결과도 받아들이겠다는 단단한 마음,
나도 고양이의 그 마음을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