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라는 기준
나는 퇴직금연금을 DC계좌에서 운영한다. 첫 번째 이유는 내 직장의 임금상승률보다 주식의 수익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퇴직까지 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제로 장기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운영하는 방법은 2가지이다.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확정급여(DB)로 설정이 되고, 스스로 운영해 보겠다고 전환 신청을 해야 확정기여(DC)로 운영할 수 있다. 확정급여는 말 그대로 퇴직 시에 퇴직급여를 확정해 주겠다는 이야기다. 3개월 평균 통상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하면 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퇴직금이다. 반면, 확정기여(DC)는 전환하는 시점에 퇴직금을 DC계좌에 이전받는다. 이때 이전받는 퇴직금은 해당 시점에 확정기여분이다. 이후 연말에 1년 치 퇴직금을 반복하여 지급받는다.
나에게 유리한 운영방식은 무엇일까? 내 연봉이 빠르게 상승할 것 같은 사람은 DB로 운영하는 게 더 유리하다. 반면, 임금상승률이 S&P500 지수 추종 ETF의 평균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면 DC로 운영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얼마일까?
퇴직연금은 소중하다. 그래서 퇴직연금은 운영 금액의 70%까지만 위험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제한이 있다. 연금저축과 마찬가지로 고위험 상품(레버지리, 인버스) 역시 제한된다. 따라서 주식형 ETF 수익률의 70%와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 수익률의 30%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평균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만 5년 차에 2,000만 원을 DC계좌로 전환한 직장인이 있다. 이후 매년 400만 원의 납입금이 입금된다고 가정하자. 연평균 기대되는 수익률은 아래와 같다.
내 연봉의 상승 기댓값이 7.60% 이하라고 생각되면 DC계좌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
물론 퇴직금 받기 직전 3개월에 야근 수당을 통해 일시적으로 최대치까지 펌핑시키고 퇴직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얘기가 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당연하게도 계산한 바와 같이 연마다 10% 수익을 꾸준히 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10년의 수익률은 12.58%이다. 길게 투자할 경우 평균에 회귀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향후 10년 간은 10% 미만의 수익률을 낼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본다.
그러므로 강제적으로 장기투자가 되는 장치가 되어있지만, 주식의 등락에 기분이 휘둘리는 편이라면 기존의 DB를 유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나의 경우에도 평균 연봉 상승률을 5% 내외였다. 그랬기에 2020년도에 DC계좌로 퇴직연금을 전환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C로 전환한 2020년 이후 우리 회사에서는 2년 간 이례적인 전 직원 연봉상승이 있었다. 2년을 기다렸다가 전환하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DB로 유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퇴직금(약 4,374만 원, 96개월 치)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연금저축계좌와는 달리 퇴직연금 계좌에는 운용수수료가 존재한다. 각 회사마다 수탁하는 증권사가 달라 시중에서 가장 저렴한 증권사를 고를 수는 없었고, 선택지 중에서 가장 저렴한 신한투자증권(연 0.45%)으로 신청했다. 계좌 운용은 어차피 본인이 하기 때문에 회사가 수탁한 증권사 중 가장 수수료가 저렴한 증권사로 선택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