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할 뻔
지난 주말, 중국 AI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서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모델 'Deepseek-R1'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분야의 성능은 Chat-GPT의 'o1' 모델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OpenAI의 Chat-GPT보다 일부 분야에서 성능이 앞서는 것 자체는 놀라운 일이나, AI업계에서는 매번 새로운 모델이 이전 모델의 몇 배, 수십 배의 성능 향상이 있기에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R1 모델에 사용된 비용이었다.
딥시크는 개발 비용은 약 500만 달러이며, 1만 달러 짜리 저성능 H800반도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Chat-GPT는 1억 달러의 비용과 4만 달러 짜리 최선단 H100 반도체를 1만 개를 사용하였기에 비용이 약 10%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경제 모델(고급 인력을 싼 가격에 고용할 수 있고, 데이터 중앙집권적 체제)에 의해 500만 달러는 과소된 비용일 것이라는 것이다. 하나, 딥시크 학습/개발 비용이 과소 평가 되었다고 한 들 기존 비용의 5% 수준이라는 점 자체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 만큼 파격적으로 저렴한 비용이다.
해당 뉴스가 나오고 나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폭락했다. AI산업의 인프라 기업인 전력과 반도체 냉각 주식 또한 마찬가지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소위 '없어서 못 판다'는 H100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이제는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연 OpenAI와 엔비디아의 독주는 끝나는 것일까?
나는 단기간은 엔비디아 고사양 GPU 수요가 주춤할 수 있으나, 오히려 딥시크 쇼크가 오히려 AI산업이 더 커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 최첨단 GPU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2가지이다.
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AI기술에 있어 선두주자가 누구인가를 논할 때, 가장 진보된 성능의 모델을 제시한 회사 혹은 국가로 한정하지 않는다. 딥시크 사태가 그러하다. 확실히 어떤 분야에 있어서 딥시크의 성능이 Chat-GPT보다 뛰어나지만, 중국이 미국을, 딥시크가 OpenAI보다 선두주자라고 하기는 힘들다. 이유는 무엇일까? 선두주자는 누구보다 먼저 업계를 선도하는 개념을 제시한다. Chat-GPT가 그러했다. 세상에 없던 생성형, 대화형 AI를 최초로 발표했다. 때문에 생성형 AI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하지만 딥시크는 후발주자인 것이다.
이번 사태로 업계 선두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이번 딥시크 사태가 시사하는 바는 있었다. 딥시크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을 보여준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 그동안에는 기업들은 학습 로직에 대한 고민보다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서 더 많이 더 다양하게 학습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훈련시키는 방법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가 작은 기업도 AI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저비용 개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② 딥시크 사태는 오히려 AI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발시킬 수 있다.
넷스케이프의 창업자이며, 벤처캐피털 리스트로 유명한 마크 엔드리슨은 다음과 같이 트윗을 남겼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냉전 시대에 미국은 소련보다 우주 기술이 뛰어나다고 믿었으나, 1957년 10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후 본격적인 군비 경쟁에 들어가고 NASA를 설립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는 등 우주 과학 기술에서 소련을 크게 따돌리게 된다.
위 사건과 같이 중국의 딥시크는 스푸트니크와 같은 역할로 미국이 민간을 넘어서 AI산업에서 정부 주도로 기관을 만들어 다시는 중국에 AI패권을 넘볼 수 없도록 조치할 수도 있으며, 아니라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빅테크가 그토록 염원하고 있는 것은 'AGI', 범용 인공지능이다. AGI에 도달하지 못하면 Chat-GPT고 Deepseek고 죄다 부질없는 돈낭비에 불과하다. 따라서 AGI를 향한 빅테크의 투자는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다.
또, MS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제본스의 역설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경제학에서 기술 진보가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증가시키지만, 자원 사용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만큼 수요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AI의 기술 발전은 여전히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고 이에 따라 견조한 GPU 수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우주 경쟁을 한 것이 다른 형태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AI기술을 두고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고 있다. AI경쟁에서 밀리면 세계 경제 패권이 한쪽으로 크게 쏠릴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이와 별개로 주가는 과열된 상태일 수 있으니 투자에는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본인이 감당 가능한 선에서 AI에 대한 투자는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