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인 Mar 17. 2019

차알못의 자동차 구입기

feat. 돌고 돌아 K5 MX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나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까지는 항상 택시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말씀하신다. 이유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가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본다. 실제로 7살 때 할아버지 집에 놀러 갔을 때 운전을 해보겠다고 까불다가 아버지 차로 사고를 낸 적이 있다. 아버지랑 할아버지랑 얘기하고 있을 때 동생이랑 몰래 빠져나와 아빠가 하던 것처럼 시동을 걸고 운전하다가....... 그대로 밭에다 차를 꽂아 버렸다. 엉엉 울고 있는 내 동생을 간신히 진정시켰을 때 아버지가 우릴 발견하셨고, 나는 그 날 아버지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어렸을 땐 그 운전이 그렇게 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운전면허를 따고 어머니 차로 마트에 가는 것을 끝으로 아주 긴 기간 동안 운전대를 만질 일이 없었다. 16년 현재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고 대리점 관리직을 맡았다. 성북구, 종로구, 강북구에 위치한 대리점을 돌아다니면서 판매 환경을 확인하는 업무였다. 보통 선배들은 자차로 대리점을 돌아다녔지만, 나는 택시로 이동했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비용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또 이 때는 돈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어 유지비용이 드는 차를 구입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난 오히려 본사로 부서를 옮기고 차를 샀다. 난 청개구리인가? 문득 운전을 하고 싶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되었다. 언젠가는 사야 하고 이제 살 때도 되었다는 합리화 과정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차를 사기로 결심했다.


신차냐 중고차냐 그것이 문제로다


첫 번째 고민, 신차로 살 것인가? 중고차로 살 것인가?

첫 차를 살 때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처음에는 차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중고차를 사는 것은 좀 부담스러워 신차로만 생각했었다. 가성비의 성지라고 불리는 P 모 사이트에 가성비의 끝판왕으로 불려지는 '아반떼 밸류플러스'를 사려고 했었다. 취득세 포함해서 1800만 원 내외로 살 수 있고 웬만한 옵션은 들어가 있는, 첫 차로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차는 중형으로 시작해야 나중에 또 차 바꿀 일이 없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음. 생각해보니 어차피 들어가는 돈이면 중형으로 가는 게 맞는 듯했다. 그리고 소나타, K5 가격을 보았다. 쓸만한 옵션을 넣으니 벌써 3천만 원이 넘어간다. 나의 예산은 약 2000만 원.. 고민의 결과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 눈에 띄는 한 어플이 있었다. "SK엔카 직영몰"



혼다 어코드 9세대

두 번째 고민, 어떤 차를 살 것인가?

차에 대해서 잘 모르니 중고차는 좀 사기 꺼려지는 점을 내 영원한 벗이자, 자동차 관련 기자인 배 모씨에게 물어보았다. 그의 말은 중고차도 첫 차로 전혀 나쁜 옵션이 아니며, SK엔카 직영에서는 중고차 중개업이 아닌, 그들이 매입한 뒤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라서 믿을 만하다고 하였다. 내가 믿는 사람이 믿을 만하다고 하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로 시간 날 때마다 엔카 앱을 보면서 어떤 차를 살까 고민했다. 살펴보던 중에 혼다의 어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먼저, 이용자들이 고장이 잘 나지 않는 다고 후기를 쓴 것이 자주 보인다는 점과 외부 디자인이 내 눈을 확 사로잡았다. 결국 배 기자를 데리고 분당에 있는 SK엔카 직영점에 방문했다. 엄청난 수의 중고 자동차가 건물 여섯 개의 층에 걸쳐서 있었다. 우리는 해당 자동차 키를 받고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혼다 전용 대시보드에서 전 차주가 차에 대한 애착이 깊었음을 알 수 있었다. 차량 관리도 꽤나 잘 되어있었다. 구매는 이번 주 중에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왔다. 


돌아와서 다시 차 제원을 보려고 앱을 켰는데, 리스트에 없. 다. 다시 검색해봤지만 없다. 벌써 팔린 것인가. 좋은 차는 금방 없어진다는 그 영업사원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사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외제차라서 어차피 유지 비용이 많이 들었을 거야. " 생각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어코드는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바로 그 주 토요일에 또 다른 차를 보러 갔다. 어코드를 포기했으니 통풍시트와 선루프가 있는 모델로 후보를 정했다. K5 아니면 소나타로 다음 모델을 정했다.


현대자동차 LF소나타

LF소나타 16년식 준 풀옵션에 2만 킬로 내외인 차량이고 가격은 1970만 원 정도였다. SK엔카 직영점은 정책상 당일 예약만을 받다 보니 당일 아침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10시쯤 전화를 걸어 2시에 방문하겠다고 연락을 했으나, 대기번호 4번이다. 진짜 좋은 차는 금방 나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내 회사 동기인 정 모 씨와 함께 영등포 직영점에 도착했다. 3번째 방문 고객보다 먼저 도착해서 차를 먼저 보았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3번째 방문 고객이 사지 않는다고 하면 바로 계약할 요량이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초조한 마음으로 그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할게요" 

또르르.. 소나타도 인연이 아닌 걸까. 마음속 깊이 허전함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아자동차 K5 MX



두 번째까지 놓치고 나서 좀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기다리면 언젠간 좋은 차를 만나고 사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어플을 켰다. K5 MX 노블레스 풀옵션 4.7만 킬로 내외 2070만 원. 선루프랑 통풍시트도 있는 모델이라 이번에는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번엔 장한평 직영점. 배기자와 동행했다. 차의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바로 계약을 해버렸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 차 값의 5% 정도를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인도받는 시기를 정한다.  이는 취등록과 보험 등록을 마친 뒤 인도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SK엔카의 경우 6개월(혹은 12개월) 간 차량에 대한 워런티를 36만 원 정도 받고 보증해주는데, SK엔카 직영의 대부분의 차는 점검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필자는 혹시 몰라서 하긴 했는데 결국 6개월이 지나도록 이상은 없었다. 참고로 여느 계약과 마찬가지로 가계약을 파기했을 경우에는 계약금을 받지 못한다.


또, SK엔카에서 취등록세 납부를 대행해 주는데, 차량 잔금과 함께 이전비용을 지불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요율이 다르기 때문에 금액이 남을 경우 구매자 계좌로 입금해준다. 잔금을 치르면 차량을 인도받고 집으로 돌아오면 끝!


차를 받고 주말에 선팅도 하고, 블랙박스도 설치했다. 취득세 포함 차값이 2200만 원 정도 들고, 보험 및 편의 장비 설치에 100만 원 정도 들었다. 2300만 원으로 멋진 내 차를 마련했다. 주말에 애들을 태워주려고 불렀지만 위험하다고 타지 않았지만. 뭐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맛이 아주 쏠쏠했다.


차를 잘 모르시는데, 중고차로 차를 구입하고 하시는 분들은 조금 비싸게 사더라도 K Car(구 SK엔카 직영)과 같은 검증된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다음으로 본인 만의 몇 가지 기준을 세운 뒤(예를 들면 꼭 필요한 옵션이나 차 급에 대한 기준) 매물이 확인될 경우 당일 아침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담당 영업사원에게 전화를 한 뒤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구입하기 바란다. 나처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물론 현재 K5에 대해선 굉장히 만족한다.



첫 차를 구입하고 10개월 정도 지난 지금에 느끼는 점을 서술해 보면,


그렇게 원했던 선루프와 통풍시트는 실제로 많이 쓰지 않았다. 선루프는 3번 정도 열어본 것 같고, 통풍시트는 여름이는 그래도 자주 썼다. 특히 UVO 내비게이션은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대리점에 가서 직접 가입해야 하는데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아주 나중에 차를 사게 되면 뺄 옵션인 것 같다. 아! 참고로 필자는 비흡연자.

차를 살 때는 기름 값, 보험비를 유지비용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긁고 다녀서 정비해야 했다. 특히 엔진오일이랑 브레이크 오일 이런 건 생각지도 못 했다. 생각보다 돈을 많이 잡수시는 물건이다.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밤 운전이 재밌다. 이유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도로가 내 것인 것 같다.

명절에 버스나 기차표를 예매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가고 싶은 때에 출발할 수 있다. 짐도 바리바리 싸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고향까지 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누군가를 태워주고 싶을 때 아주 좋다.  여행을 가거나,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동생을 태워줄 때나,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셔서 이동할 때 태워드리면 아주 기분이 좋다.


사실 생각한 것보다 돈도 많이 깨지지만, 그래도 내 차가 생겨서 편한 점은 분명히 있다. 


이상으로 차알못의 구입 기를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시계'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