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위에 올려진 iPhone11, 출퇴근 시간에 사용하는 airpods, 그리고 우리 팀의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Mac 등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는 굳이 찾아보려고 하지 않아도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전 세계인이 좋아하고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애플은 시가 총액 1,2위를 다툽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질주는 끝났다. 이제 스마트폰 시장은 충분히 성숙되었고, 정체될 일만 남았기 때문에 애플은 끝이다"라는 의견을 말합니다. 정말 애플은 이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까요? 저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애플에 투자하게 되었는지 적어보겠습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iPhone을 사용하고 있으며, 애플 활성 기기는 15억 개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20억 명인데,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스마트폰 1위 사업자가 더 좋은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강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을 수직 계열화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사 중 유일하게 AP(Application Processor, A 시리즈)부터 운영체제(iOS), 응용프로그램까지 제작/설계/개발하는 '수직계열화 혹은 수직적 통합'이 이루어진 기업입니다. 이런 수직계열화를 통해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균형적으로 개발하여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합니다. 전력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발열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개발이 가능합니다.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시는 분들은 느낄 수 있듯이, 같은 하드웨어 조건이면 iPhone이 더 게임 환경이 쾌적하고 랙(Lag)이 거의 없습니다.
성능뿐 아니라 수직계열화가 된 스마트폰은 협력 업체(예를 들면 반도체 회사 등)의 기술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며 스스로의 로드맵에 따라 필요한 때 새로운 상품 혹은 서비스를 낼 수 있습니다. 막강한 하드웨어를 가진 삼성이 자체 OS를 만들고 싶어 하고, 안드로이드 OS의 주인인 구글이 스마트폰 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가 바로 이 것입니다.
또한, 애플은 최근 모바일과 PC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애플 CEO인 팀 쿡 애플은 올해 개발자 대회(WWDC)에서 애플이 암(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한 반도체를 ‘애플 실리콘’이라 부르며, 이를 탑재한 Mac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애플 실리콘은 Mac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만들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Mac만의 변화는 아닙니다. 애플 실리콘을 iPhone과 MAC에 탑재함으로써 두 가지의 앱 생태계를 통합할 수 있습니다. PC에서 모바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완벽한 통합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2016년 매출 비중 11.0%에서 현재 14.0%까지 애플 서비스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애플 서비스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앱스토어 매출입니다. 앱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애플이 갖습니다. 정말 앉아서 돈을 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애플 앱 생태계가 성장하면 이에 따라 계속해서 애플의 앱스토어 수익은 늘어납니다. 앱 스토어에서 2019년 기준 150억 달러(한화 약 18조)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앱스토어 매출보다는 애플뮤직, 애플 TV+을 통해서 애플 생태계에 들어온 사용자들을 가두고(Lock-in) 있다는 점입니다.
① 첫 번째로 애플 TV+의 월 구독료는 4.99달러이며 iPhone, iPad, Apple TV, Mac 등에서 사용 가능한 OTT 서비스입니다. 경쟁사 대비 싼 가격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로 2019년 11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1,000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도 론칭과 동시에 3편을 공개하였고 콘텐츠 제작에 2022년까지 약 42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OTT 시장의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에 비해서는 투입하는 자원이 현재로서는 적고, 선점효과(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디즈니 등 여러 경쟁 업체)로 인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② 다음은 애플 뮤직입니다. 애플 뮤직은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약 3억 8,000만 명 중 19%인 약 7,000만 명 이 사용하고 있는 2위 뮤직 스트리밍 사업자입니다. 1위 사업자인 스포티파이(SPOT)의 가입자 점유율 35%에 비하면 여전히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2008년도 출시하여 현재 1억 3,0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고, 애플은 2015년 이후 서비스를 출시하여 7,0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은 사실이 고무적입니다. 출시 직후 구독자 7배 이상 차이가 났으나 현재는 2배가 안 되는 수준의 성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애플은 아이튠즈 서비스를 통해서 오랫동안 음원 서비스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넓은 아티스트 풀과 큐레이팅 알고리즘을 활용해 더 격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③ 마지막으로 애플 페이는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 있는 삼성 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이 인터넷, 앱,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사용 가능한 결제수단입니다. 송금 서비스인 '애플 페이 캐시' 또한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면 카드 결제에 가담하는 사업체가 애플에게 결제 건당 수수료(결제액의 0.3%~0.15%)를 지급합니다. 애플 페이 사용자는 2019년 9월 기준 4억 4,0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 내에서는 점유율 30%로 25%인 스타벅스를 누르고 1위가 되었으며, 전 세계 페이먼트 시장에서는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국가에서 서비스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매출 성장에 많은 기대가 됩니다.
위 서비스를 더 확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더 많은 사람들이 iPhone을 써야겠죠? 때문에 애플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중저가 모델인 iPhone SE2(iPhone 11보다 최대 44만 원 낮은 가격)를 출시하면서 플랫폼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여 매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꿈꾸는 애플, 이것이 제가 애플에 투자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현재 애플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견인하고 있는 성공적인 제품은 에어팟과 애플워치입니다.
2016년, iPhone 7의 출시와 더불어 이어폰 단자를 없앤다는 뉴스를 접했었습니다. 제 기억에 당시 유저의 의견은 'iPhone에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무선 이어폰을 파는 것이 혁신인가? 애플은 돈에 미쳐버렸다.' 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 또한 정말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iPhone 유저에게 에어팟에서 다시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반대할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에어팟의 매출은 애플 전체 매출의 4.5% 정도(판매량 6,000만 대, 2019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애플 생태계에 Lock-in 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상품 중 하나입니다. Mac, iPad, 에어팟 모두 iPhone 없이 쓰이거나 다른 OS와 호환하여 작동되지만, 애플워치의 경우 iPhone이 없다면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애플 워치는 현재 5세대로 초기 반응이 느리다는 불평을 완전히 바로 잡아 애플 생태계에 포지셔닝을 제대로 잡았습니다.
이 다음에 애플은 어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출시할 계획이 있을까요? 다음 타석에 올라온 제품은 애플 글라스가 유력해 보입니다.
애플 글래스의 핵심은 'AR'입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꽤 오래 전부터 AR이 컴퓨터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수 있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의 첫 번째 제품이 애플 글래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 글래스는 스마트폰과 페어링되어 메세지, 일정, 날씨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사용자가 눈으로 읽게 해주는 AR 스마트 글래스입니다. 현재로써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과거의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반복하기 않기 위해서는 배터리 지속시간, 무게 등 개선해야 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AR글래스 프로젝트 이외에도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를 통해 애플은 완성형 자동차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현재에 와서는 완성차를 만들기보다는 타사의 완성차 제품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프로젝트가 피봇팅 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애플은 LiDAR 대신 적외선으로 자율주행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특허를 출원하며 타이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애플은 현재 선두주자가 되어 시장을 선도할 만큼 집중하고 있지는 않아보입니다. 애플은 아직 자율주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핵심 기술을 갖추지 못 했습니다. 다만,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 표준이 어느 정도 확립되었을 때, 자율주행 솔루션이 성숙하였을 때가 '애플카'의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애플이 추구하고 있는 '철저한 분업을 통한 최적화 전략'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입니다. 아웃 소싱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히 외부 자원(완성차 업체 혹은 기존 파운드리 기업 등)을 활용하고 애플만의 특유의 사용자 경험과 같은 차별화 포인트를 통해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PC와 모바일 간 통합의 핵심인 '애플 실리콘'은 웨어러블 제품 역시 한 단계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애플의 노력이 제가 투자한 세 번째 이유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