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FB)에 투자한 3가지 이유
#0. 페이스북(FB), SNS를 넘어 다음 플랫폼으로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페이스북을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네이트온을 기반으로 하는 싸이월드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SNS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싸이월드는 직접 아는 사람이나 정말 유명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소위 '일촌 파도'를 통해서만 낯선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제게 '네가 이 사람을 알 수도 있어!'라고 추천해주어서 신선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급속도로 성장한 페이스북은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광고, 특정 대상 혐오 페이지, 저작권 침해 등 심한 홍역을 앓고 있고 현재까지도 다수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약 25억 명이 사용하는 소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 다른 플랫폼을 인수함으로써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독과점의 이슈로 늘 말이 많습니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극명한 페이스북, 왜 페이스북에 투자하게 되었을까요?
#1. 인터넷 보급과 광고시장의 성장
페이스북 계열 SNS 사용자 수. 출처 : datareportal.com페이스북은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25억 명 이상의 월간 사용자(Monthly Activity User)를 보유한 소셜 네트워크 기업입니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서비스 제공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그 자체로는 매출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다양한 기업들이 플랫폼에 있는 잠재적 소비자에게 광고를 하길 원하고 이를 대신해주는 방법으로 페이스북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 광고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을까요? 혹시 충분히 성장되어 정체기를 맞이하지는 않을까요? 또, 최근 COVID-19으로 실물 경제가 흔들리면서 광고 시장도 같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광고 시장의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전 세계 인터넷 불모지역의 인구수. 출처 : datareportal.com전 세계 인구의 40%(약 32억 명)는 인터넷 불모지에 살고 있습니다. 위 그림에 나와있듯이 북미와 유럽 지역의 인터넷에 노출되지 않은 인구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즉 인터넷 보급이 대부분 이루어졌고 이 지역에서의 페이스북 매출 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보급이 활발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13억 명 이상은 잠재적으로 페이스북 생태계를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페이스북은 인도 통신사 지오의 지분 약 10%를 매입하며 인도 소셜 플랫폼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엔 인터넷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직 세계에 절반은 인터넷과 아주 먼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도시화되고 인터넷과 밀접한 삶을 살게 된다면 페이스북이 성장할 여력은 아직도 절반 이상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페이스북에 투자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2. 핀테크 기업, 이커머스 기업으로
광고 시장에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것에 의심은 없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에 매출 다각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바탕으로 어떤 미래 먹거리를 생각하고 있을까요?
2018년 페이스북 로드맵. 출처 : Facebook페이스북은 결제 사업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간편 결제 '페이스북 페이'와 암호화폐 '리브라(Libra)'입니다. 둘은 언뜻 보면 '결제'라는 성격에서 비슷한 서비스로 보이지만 본질은 전혀 다릅니다.
먼저 페이스북은 이미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페이스북의 모든 앱과 웹에서 물건 구매, 기부,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할 수 있도록 2019년 12월 페이스북 페이를 출시하였습니다. 이는 페이스북 생태계 아래 소셜미디어 앱 유저를 페이스북 생태계에 가두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페이 출시로 리브라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브라는 페이스북의 독자적인 시스템이 아닙니다. 리브라는 여러 가지 변동성이 낮은 자산(미국채, USD 등)으로 구성된 리저브를 담보로 새로운 개념의 암호화폐입니다. '리브라 연합'이 리브라의 운영주체이며, 연합에 포함된 기업은 최초 28개로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결제, 기술, 통신 분야 기업부터 블록체인, 벤처 캐피탈 등 여러 분야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페이스북 페이는 별도의 앱이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지만, 암호화폐가 골자인 리브라는 전자 지갑인 ‘칼리브라(현 Novi)’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현재 리브라 연합은 미국 정부의 “리브라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며 자금세탁이나 테러 자금 등에 쓰일 우려가 있다”는 입장에 더 이상 단일화폐를 고집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현재 리브라 백서 2.0에서는 각국 통화에 맞는 리브라USD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개발방향을 수정하였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페이스북은 핀테크를 기반으로 이커머스 기업으로의 도약도 꿈꾸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샵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누구나 온라인 상점을 열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핀테크 기술을 통해서 페이스북에서 쇼핑부터 결제까지 가능해질 것입니다. 또, 자사 패밀리앱과 연동해 배송, 문의 등 모든 프로세스를 통합하여 운영합니다. 페이스북의 월간 사용자가 25억 명 이상인 점에서 기존의 판매자들에게 페이스북 샵은 무엇보다도 큰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판매자가 이커머스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없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매자 역시 소셜 플랫폼에서 본 제품을 아마존이나 구글에서 검색하여 찾아 구매하는 '2-step'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바로 구입할 수 있는 'non-stop' 쇼핑이 가능해집니다.
98% 이상 광고 매출을 내는 기업에서 핀테크 기업, 이커머스로 변화하는 페이스북의 행보가 제가 투자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3. 가자! 새로운 세계 AR/VR 플랫폼으로
저커버그는 올해 초에 "2010년대의 기술 플랫폼이 스마트폰이었다면, 2020년대는 증강현실(AR) 글라스에서 혁신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은 냉정하게 말하면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와 안드로이드 OS 혹은 iOS 위에 세워진 애플리케이션을 근간으로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페이스북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고 싶은 모습을 수시로 보여줬습니다. 저커버그는 AR/VR 기술을 통해서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어 합니다. 이를 위해서 2014년에 VR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최근에는 AR 기술 스타트업 '스케이프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였습니다.
AR/VR 시장 규모 예상치. 출처 : Valuates Reports아직까지 우리가 실생활에서 AR/VR을 접하기는 쉽지 않지만, 점점 오큘러스 리프트(현재 가시적인 매출 성과는 없음)를 상용화 함에 따라 이전보다 친숙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AR/VR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다만 COVID-19으로 변화된 세계에서 AR/VR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컨택트 없이 더 효과적이고 생동감 있게 타인과 상호 교류하는 방법에 AR/VR 이외의 대안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은 기업의 미래를 이 AR/VR 산업의 성장에 걸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다음 플랫폼으로 가는 길에 페이스북은 누구보다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