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2일, 세계 보건기구가 COIVD-19을 팬데믹으로 선언하였을 때, 세계의 의료 체계는 상당 기간 마비되었습니다.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1세기, 인류는 창궐한 전염병을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팬데믹 초기에 비대면으로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원격 진료 기업으로 꼽히는 텔라닥 헬스(TDOC) 역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원격의료 변화. 출처 : 맥킨지 보고서
환자와 의료인은 보다 안전하게 의료 행위가 가능한 원격 진료라는 훌륭한 대체재를 활용하였습니다. 20년 4월에 치료를 위한 전체 원격 진료 이용률은 2020년 2월보다 78배 높았습니다. 그리고 원격 진료 이용건은 전염병 이전보다 38배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환자를 직접 볼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는 원격 진료에 호의적이지 않던 의료진도 점점 그 필요성을 느끼고 사용하는데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COVID-19이 엔데믹 국면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원격 진료에서 다시 대면 진료로 전면 전환되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그 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주가는 21년 2월 최고점(308달러) 대비 77%에 가까운 하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COVID-19 이전인 20년 2월의 주가가 100불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하락이 얼마나 심했는지 실감이 납니다. 이와 같은 주가 하락이 정당한 것인지 텔라닥 헬스의 사업 구조와 밸류에이션을 통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텔라닥 헬스의 서비스와 수익 모델
① 원격 진료, 텔라닥 헬스
텔라닥 헬스의 원격 진료 서비스는 B2B2C 구조로 최종 소비자(환자)에게 제공됩니다. 즉, 텔라닥 헬스는 기업에 그들의 원격 진료 솔루션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정기 구독료, PMPM(Per member per month)과 진료를 추가로 원할 경우에 한해서 회당 진료비를 추가로 받습니다. 기업은 직원에게 해당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의료 보험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원격 진료를 통해 의료비 절감의 혜택을 볼 수 있고, 직원 또한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고객이 진료를 원하면 고객 센터 또는 앱을 통해 서비스를 요청합니다. 10분 내로 텔라닥 헬스의 의료진과 매칭이 되어 원격 진료가 시작됩니다. 텔라닥 헬스는 B2B2C 모델 이외에도 인하우스 치료사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에게 정신 건강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베터 헬프(2015년 인수) 서비스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텔라닥 헬스가 많은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해왔기 때문에, 인수 기업들의 다양한 서비스의 수익 모델을 하나로 통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객사에 따라 정기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으로 진료가 가능하기도 하며, 동일한 서비스이지만 다른 가격에 제공되기도 합니다.
21년 4분기 매출. 대부분의 매출은 원격 진료에서 발생한다.
② 만성 질환 관리, 리봉고
2020년 8월 텔라닥 헬스가 리봉고를 인수합니다. 리봉고는 당뇨병, 고혈압, 비만과 같은 만성적인 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고객들의 의료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제공받은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서 딥러닝을 통해 분석하여 진료, 식단, 운동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줍니다. 리봉고는 데이터에 진심인 만큼, 그들의 서비스 또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솔루션을 1년 간 활용한 환자는 7.3% 체중 감량, 2년 간 꾸준히 활용하면 당화혈색소가 0.8p 개선되며, 고혈압 환자의 경우 6주 동안 솔루션을 사용할 경우 수축기 혈압이 10mmHg가 낮아졌다고 합니다.
일회성 원격 진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텔라닥 헬스는 고객을 자신의 플랫폼에 락인(가둬두기) 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즉, 만성질환 환자가 텔라닥 헬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진료 이후 관리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이탈하기 쉬웠다는 뜻입니다. 텔라닥 헬스는 만성 질환 관리 회사인 리봉고를 인수함으로써 텔라닥 헬스는 종합 원격 '의료' 회사로 성장하는 데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됩니다.
리봉고와 합병 후, 텔라닥 헬스의 비전
③ 버추얼 케어 플랫폼, 인터치 헬스
리봉고를 인수하기 직전에 텔라닥 헬스는 Intouch health를 600만 달러에 인수합니다. 양사의 합병으로 인해 디지털 의료 기술 플랫폼 SOLO를 의료 기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통해 클라우드 시스템의 기능인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디지털 의료 기술 플랫폼인 Proximie와 협업하여 영미권, EU의 수술실 및 진단실을 디지털로 연결함으로써 모범 사례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료 관련 기업과 지속적인 제휴를 통하여 Solo 플랫폼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SOLO를 통한 의료인 간 협업
④ 통합 의료 관리, 프라이머리 360
프라이머리 360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은 기본적으로 1차 진료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고객이 전담 진료 팀을 선택하면, 해당 팀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시합니다.고객 중심의 원격 진료 서비스를 지향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방법(문자, 음성, 비디오 등)으로 언제나 원격 의료팀과 연락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의료 데이터가 필요할 경우, 환자가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제공하거나, 관련 시설을 갖춘 의료 기관에 연결해줍니다. 필요에 따라 현지 의료 기관과도 협업해 대면 진료와 치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현재, 대형 건강보험사 중 에트나와 센틴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시범 운영 중입니다. 텔라닥 헬스는 건강보험사가 프라이머리 360을 도입하면 10~20%의 의료 비용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범 운영인만큼 2022년까지 유의미한 재무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텔라닥 헬스의 비전인 종합 원격 의료 회사로 가는 첫 발은 이미 내디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해당 챕터를 요약하자면, 텔라닥 헬스는 단순한 원격 진료 기업에서 원격 진료·정신 건강·만성질환 등을 아우르는 종합 원료 의료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서비스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또,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하여 맞춤형 서비스(Whole person care, 건강 상태, 식습관, 운동 등에 관한 통합 관리)를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업의 특성상 의료인은 공급 탄력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원격 의료는 인류가 나아갈 큰 방향 중에 하나이고, 텔라닥 헬스는 해당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서비스 역량과 데이터를 지니고 있습니다.
텔라닥 헬스의 밸류에이션과 재무안정성
해당 챕터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텔라닥 헬스는 가지고 있는 가치에 비해서 여러 지표에서 저평가되어 있다고 봅니다.
① 현재 텔라닥 헬스의 보유한 순자산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누게 되면 주당순자산(BPS)은 약 100달러로 계산이 됩니다. 다만, 자산의 대부분이 영업권과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해당 가치가 제대로 측정되었고 시장에 반영이 되는지는 투자자의 몫입니다. 최근 22년 1분기에 영업권 상각에 대한 CEO의 언급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최대 추정치인 40억 달러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BPS는 86불 내외입니다. 이처럼 BPS는 회사의 가치를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변동성이 큽니다.
하지만, 영업권을 40억 달러 상각 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주가가 약 67불로 장부 가치상 저평가입니다.
② 텔라닥 헬스는 45%의 분기 매출 성장률(YoY)을 보여주고 있으며,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68%의 높은 매출 총이익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현재 매출 대비 시가총액(PSR)은 약 4.8배(최저치 2016년 5월 PSR이 4.0배)로 다른 성장주 혹은 경쟁사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업현금 흐름이 적자에서 확고한 흑자로 전환되었으며, 순손실도 전년 대비 4억 달러에서 1/40 수준인 1천만 달러로 축소되었습니다. 2-3년 내로 순수익을 내는 흑자 기업으로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도 '싼 가격'에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매수 단가는 개인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나에게 좋은 기업은 좋은 수익률을 보답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매수를 시작하기 전에는 매우 합리적인 시선으로 기업을 분석하지만, 일단 매수를 시작하면 수익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수익률이 -10%, -20%가 된다면, 그토록 확고했던 기업에 대한 확신도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BPS 대비 주가, 경쟁 그룹보다 낮은 밸류에이션 그리고 3년 이내 턴어라운드 가능성 등 종합적으로 저평가 구간이라고 생각하여 텔라닥 헬스를 추가로 매수(160불 부근 첫 매수)하였습니다.
텔라닥 헬스가 풀어야 할 숙제
① 매끄럽지 못한 PMI
현재 텔라닥 헬스가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인수 합병 후 기업 통합(PostMerger Integration : PMI)라고 봅니다. 더 많은 고객사, 더 넓은 서비스 범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2015년 상장 이후 해마다 적어도 1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한 텔라독 헬스는 잦은 인수 합병을 한 만큼 기업 통합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의료 서비스라는 같은 울타리 안에 있더라도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고 기업의 문화 또한 다릅니다. 가장 큰 규모의 인수건인 리봉고와의 합병 역시, 합병 이후 두 서비스 간에 시너지를 발휘할 만큼 획기적인 프로세스를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또, 종합 원격 의료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격 의약품 처방 프로세스 또한 갖추어야 합니다. 인수 후 합병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인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텔라닥 헬스 앞에 놓인 딜레마입니다.
② 글로벌 확장 가능성
기업 매출의 약 94%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텔라닥 헬스가 확고한 글로벌 리더라고 불리기에는 미국 외 지역의 진출이 아직은 부실해 보입니다. 또,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의료법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멀리 가지 않고 우리 한국만 보아도 COVID-19로 원격진료가 일시적으로 허용되었지만, 원칙적으로는 불법입니다. 이외에도 로컬 기업의 최적화된 원격 진료 서비스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재 해외 진출 현황
③ 빅 테크 기업과 경쟁
아마존이나 애플과 같은 빅 테크 기업에서 진출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텔라닥 헬스는 그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비판을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텔라닥 헬스가 오랜 기간 동안 구축해온 의료진 네트워크와 이미 확보된 많은 원격 의료 데이터는 빅 테크 기업이라고 해서 쉬이 넘을 수 있는 해자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마존과 애플 역시 못지않은 의료 관련 데이터를 이미 수집해왔고 지금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은 시장 점유율을 통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순 있겠지만, 고객이 쓰지 않고 못 배기는 매력적인 서비스를 연구하는데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근래에 텔라닥뿐 아니라 각광받던 성장 기업들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단순히 금리 상승이나 전쟁 우려와 같은 외부 요인이라고 치부하기는 힘듭니다. 시장 투자자가 외면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익이 나지 않거나 꽤 오랫동안 적자를 유지할 기업들은 하락의 바람을 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누구나 외면할 때, 다시 한번 기업을 살펴보아 금이 칠해져 있는 쇠인지, 쇠 칠이 되어있는 금인지 확인하는 것이 투자자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기회다'라고 말하는 기회는 없기에 주식 투자가 어쩌면 더 재미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