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글 Oct 06. 2023

프리랜서로 살기로 했다.

5년 차 직장인이 프리랜서에 도전하는 이유


내가 프리랜서로 살겠다 결심한 날은 나의 세 번째 이직 면접일이었다.


왜 이직을 결심했는지 그 이유는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3~5년 차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부딪히게 되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내게도 찾아왔고, 이직을 해야만 하는 아주 사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직을 결심한 뒤에는 열 곳 이상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고 두 곳에 합격했지만 입사하지 않았다.


첫 번째로 합격했던 회사는 전임자의 퇴사 사유가 ‘주주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알게 돼 자리를 고사했다. 악성 민원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버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면접관을 통해 전해들은 민원은 해결책이나 설명을 요구하는 목적이 아닌 일방적인 항의에 해당했다.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면접 과정에서 느꼈던 고압적인 조직 문화도 입사 제안을 거절한 이유 중 하나였다.




두 번째로 합격했던 곳은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첫 번째 회사가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를 갖췄다면 두 번째 회사는 창립 5년 이내의 스타트업으로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추구했다. 면접 또한 평가보다는 지원자와 회사가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편안한 시간으로 꾸려졌다. 


문제는 업무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사수는 당연히 없었고 모든 업무의 시작과 끝을 내가 주도해야 했다. 4년 차, 아직은 배울 점이 많은 내게는 적합하지 않은 자리로 여겨져 입사 제안을 거절했다.


이쯤 되니 ‘나는 어떤 회사로 이직하고 싶은 걸까’ 스스로 의아해졌다. 그때 세 번째 면접에 응하게 됐다. 당시 나는 내 이력서를 잡코리아에 등록해 두었는데 이를 눈여겨본 한 회사에서 두 차례나 면접 제안을 줬다. 집에서 회사까지 꽤 거리가 있어 첫 제안을 거절했지만 약 3주 뒤 다시 한번 제안을 받았다. 


'이렇게 내 능력을 높이 사 주는 곳이라면 나와 잘 맞을지도?’ 기대하며 면접에 응했다. 정말 몰랐지, 이 면접이 내 인생 최악의 면접일 줄은.




내 속도 모르고 맑디 맑았던 하늘.


그날 면접은 모든 요소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우선 건물의 중앙 냉방 시스템부터 원망스러웠다.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이었는데, 면접이 진행된 회의실 에어컨에선 미적지근한 바람만 흘러나왔다. 면접관은 중앙 냉방이라 조절이 어렵다며 에둘러 양해를 구했다. 덕분에 나는 물론이고 두 명의 면접관까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 와중에 면접에서 오간 이야기도 식은땀을 유발했다. 면접관은 내게 밝고 활기찬 성격을 주문하며 내 성격이 얼마나 밝은지를 묻고 또 물었다. 면접인 만큼 차분하게 답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날 것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내 성격이 밝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MBTI가 ENFP라고 말해도 보고,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지만 영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였다. 이쯤이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라도 불러야 만족할 듯한 기세였다.


그 외 요구사항도 입이 떡 벌어졌다. 입사 후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절대 혼자 맡을 양이 아니었다. 당연히 업무의 정확성과 전문성도 바랬다. 동시에 밝은 성격으로 ‘걸어 다니는 사내 소식지’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면접 초반, 그동안 사람 뽑기가 너무 어려웠다던 면접관의 이야기가 이해가 됐다.


복잡한 마음으로 면접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퇴근시간이었다. 여러 건물에서 일제히 몰려나오는 직장인 사이에 끼여 지하철을 탔다. 인파에 어깨를 움츠리고 가방을 꼭 움켜 안은 채 생각에 잠겼다.


'이직이 쉽지 않구나. 

연봉, 분위기, 업무 모두 그저 적당하면 되는데

그 ‘적당히’가 그렇게 큰 욕심인가?'


이직에 성공한 뒤를 상상해도 가슴이 뛰기 보단 답답해졌다. 어찌어찌 이직에 성공한데도 커리어를 위한 다음 도약을 생각해야 할테니까.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으면 나의 커리어도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 끝에 도착한 결론은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였다. 


문득 유튜브, 블로그에서 ‘퍼스널 브랜딩’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크리에이터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퇴사 후 퍼스널 브랜딩에 도전한 이유로 하나같이 "회사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 싶었다"라며 입을 모았다. 비로소 그 말이 이해되는 듯했다. 


그때부터였다. 내 마음 한구석에 회사를 벗어나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는 의욕이 피어난 것은.




나의 첫 번째 반려견 '장금이'.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붙인 요소는 다름 아닌 ‘반려견’이었다.


몇 년 전,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나는 줄곧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을 갈망했다. 하지만 내가 반려견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어 입양을 결정하지 못했다. 내가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집에 돌아오면 내 사랑스러운 반려견은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리며 외로움과 싸워야 할 테니까.


하지만 내가 프리랜서가 되면? 재택근무가 기본이 될 테니 반려견과의 생활도 가능해진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꼭 프리랜서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개 때문에 프리랜서가 되겠다고 결심하다니. 이런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프리랜서로 살겠다, 결심할 때 꼭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하진 않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비 오는 날 출근하기 싫어서, 올빼미형 인간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서 등등. 각자의 삶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 무엇이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가 아닐까. 프리랜서로 살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얼마든지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능력과 여건을 갖추기 위해 현재 부단히 노력 중이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나의 프리랜서 도전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