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 날이 생생하다.
20대 후반 바닷가로 농촌 봉사활동을 갔을 때, 강렬한 아침 빛에 눈을 뜨니 온 세상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홀리듯이 핸드폰만 챙겨 바닷가로 나가는 길을 걸었다.
그날이 내 인생 첫 일출이었다.
20대 후반에 첫 일출이라니. 첫 일출이라는 것도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알았다.
붉게 물든 세상. 그 빛에 일렁이는 바다 물결.
이러다 세상 종말 오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오싹한 붉은 물결.
어떤 일이든 첫 경험은 기억 속 강렬하게 남지만 이날의 감정은 내 삶에 작은 진동을 줬다.
전날 농촌 봉사활동으로 심적으로 고단했는데 이 바다가 안식을 주고, 그리고 왜 사람들이 해 뜨는 걸 1월 1일에 찾아보는지 알게 해줬다.
뭐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버튼을 눌러주는 기분.
두 번째로 만난 일출이 오늘 그림 속 일출이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2020년 봄, 우리는 결혼을 했고 2019년에 미리 예약해 놓았던 신혼여행 몰디브행 여행 표들은 다 취소를 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동해로 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차로 이동이 가능하고, 바다가 있는. 쉴 수 있는 곳.
무슨 일인지 날씨 좋다는 5월 신혼여행 내내 비가 왔다.
전망 좋다는 바닷가 근처 비싼 호텔들을 잡았지만
재난 영화급 동해바다의 파도는 오히려 전망 좋은 것이 더 무서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회색빛 바다. 좋은 호텔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파도 소리.
그러다 마지막 날 노을이 질 때부터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내일은 드디어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찌르는듯한 강렬한 빛에 눈을 떴다.
두 번째 일출이었다.
빛이 시간마다 바뀌는 윤슬, 아주 조금씩 더 짙어지는 태양.
4일 내내 날씨가 좋았다면 이렇게 감격스럽지 않았을 거 같다.
첫 일출을 본 날도 그랬다. 농활로 지쳤던 마음과 몸을 이끌고 봤던
강렬했던 일출. 그리고 반짝이던 윤슬.
두 번째 일출도 내내 비가 오던 상황에서 마지막 날 선물처럼 일출을 보았다.
그때 당연하게 눈만 돌려도 일출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내 인생에 이렇게 일출이 감사한 순간으로 남았을까?
떠오르는 아침은 바다에 윤슬이라는 별들을 뿌려놓고, 다가오는 파도에 따뜻한 색을 입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