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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Feb 04. 2021

자신의 가치관과 꼭 닮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면?!

[영화]'삼진그룹영어토익반'(2020)

90년대, 삼진그룹 직원인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은 입사 8년 차지만 현실은 커피나 타고, 직원들 심부름이나 하는 말단사원이다.

하지만 자영과 유나, 보람은 각자의 부서에서 자신들만의 꿈이 있었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대리로 승진을 하기 위해 토익 600점에 도전한다.


그러던 비 오는 어느 날, 자영은 회사 지방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보게 된다.

자영은 폐수가 그 지역사회의 환경과,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알게 되고 회사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동기인 유나와 보람과 함께 진실 규명을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다음_영화 스틸컷


90년대 회사와 90년대 여성들의 자화상을 보여줬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단순한 회사 이야기가 아니다.

그 시절, 여성들이 회사와 사회에서 어떤 위치였는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현재의, 여성들의 모습과 자연스레 비교할 수 있게 했다.

1990년대와 2020년이라는 30년의 간극 사이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위상의 차이를 눈으로 보게 되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과 발전이 있었을지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현재의 여성과, 여성인권에 관한 모든 제도가 완벽하고 좋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다고 남성들의 인권, 남성의 사회적 제도 또한 완벽하단 이야기도 아니다.

나는 이 글에서 남녀의 성별을 나눠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성들의 역할, 여성들이 받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한정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극의 흐름을 여성들이 주도해 나간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힘없는 여성'이라는 당대성이 부여된 캐릭터들이 모여 회사와 사회의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를 폭로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감으로써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그러면서 실제로도 곳곳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가 만들어졌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비록 영화에선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서만 직유, 은유적으로 보여주지만 비단 여성들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들 중 그 어떠한 것도 당연하게 얻어진 것은 없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흔히 엄청나게 웃기는 상황이나 대사로 웃음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현재와 과거, 혹은 현재와 미래의 시간차에서 생겨나는 웃음에 대해 사람들이 더 관대하고, 잘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처럼 말이다. 

어쩌면 무거울 수 있는 내부고발을 주제로 내세웠지만, 

2021년에 우리가 그곳을 바라봤을 때는 다소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상황들을 보여줌으로써 하나의 웃음 포인트로써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정해진 시간에 모든 회사 구성원들이 단체 체조를 하는 모습이라던지,

주인공들이 회사 사람 한 명, 한 명의 커피 취향을 파악하여 커피, 프림, 설탕을 빠른 스피드로 타는 모습이라던지, (이 시대는 믹스커피가 없었나 보다....)

동전을 계속 넣으며 공중전화로 통화를 하는 모습이라던지... 말이다. (휴대폰이 없으면 동전을 한 움큼 가지고 다녀야 하나보다...)


나에겐 이 영화가 '90년대 사회와 회사의 모습은 저랬구나'하면서 봤던... 신선함이 주된 정서였고 그래서 그게 웃음 포인트였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을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영화일 테니 이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고 기꺼이 한 웃음을 내어줬을까 싶다. 

그러므로 나는 그 시절에 우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런 시대극들도 참 좋다.


다음_영화 스틸컷


저는 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곳에서의 일이 좀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회사 사람은 자영에게 묻는다.

"이놈의 회사 뭐가 좋다고 이렇게 개고생을 해?"


자영은

"저는 우리 회사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하는 일이 결국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라면 나는 뭘 위해서 일하고 있는 거지?

돈을 벌기 위해서?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저는 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곳에서의 일이 좀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일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내가 이 작품에 대해 글을 쓰게 된 이유이자 목적이 바로 이 대사들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내 머리를 찌릿찌릿하게 만든 대사였다.

내가 평소에 돈을 벌고,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고아성 배우의 입을 통해, 아주 침착하고 정확한 딕션으로 필름 속에서 구현됨으로써, 그간 스스로 했던 마음고생들이 씻기고 위로가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가치관이 '무조건 이상적이거나 헛된 것들은 아니었어'라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이 돈을 벌고, 일을 하는 것에 나름의 가치관이 있고 자신만의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일차원적으로는 먹고 살아가는 문제이기 때문에서부터 자신이 그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나름의 원칙과 철학이 있는 것 까지!!!

그리고 나는 그 각자의 이유와 사연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나는 자영이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왔다.

그러면서 부딪쳤던 수많은 고난이나 문제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의 생각은 틀린 건가?' 라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회의적이었었다.

그러다 나와 꼭 맞는 가치관을 가진 영화 속 캐릭터를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결심하게 되었다.

꼭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꾸준히 간다면,

언젠간 그것을 알아주는 무언가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운이 좋게도 나처럼 모든 이에게 자신의 이상향과 꼭 맞는 작품이 하나씩 생겼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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