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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Jan 08. 2022

영화 한 편이 줄 수 있는 메시지의 깊이.

[영화/넷플릭스] '돈 룩 업_Don't look up' (2021)

(스포주의_)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랜 팬이라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을 본 것 같다.

그가 하는 작품에는 분명하고도 직관적인 메시지들이 늘 있었기 때문에 '돈 룩 업'이라는 작품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에도 분명 어떤 메시지에 대한 기대를 했던 것 같다. 

또한 작품 안에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 또 아담 맥케이라는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볼 이유들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2021년과 2022년의 사이에서 이 작품을 보고 또 보았다.

그냥 이 영화 자체의 위트와 역설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 한 편이 이렇게 다양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단 사실에 새삼 영화라는 매체의 중요성과 무게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그 어떤 클리셰나 뻔함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당연함을 그리지 않는 이 작품만의 역설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첫째,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정보의 공급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엔 팩트와 사실을 가려보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것이었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지구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거란 사실을 발견한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 남짓.

이러한 사실을 올리언 대통령(메릴 스트립)에게 보고하려고 하지만 들어주기는커녕 하루 종일 문밖에서 대기시키더니 미팅까지 미뤄진다.

가까스로 잡은 회의에서 대통령과 그의 아들이자 비서실장인 제이슨(조나 힐)은 혜성이 지구와 부딪혀 지구가 파괴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돈 룩 업 中


이대로는 안 되겠단 생각에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직접 방송에 출연하여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려 한다.

한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 '다 데일리 립'에 출연을 하지만 MC인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 역시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단순 가십, 아주 먼 이야기처럼 가볍게 치부한다.


이에 화가 난 케이트는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은 가볍게 치부될 이야기가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라고 소리를 치며 방송 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녀의 표정을 합성한 사진까지 만들며 조롱한다. 


한편, 대통령의 사생활 스캔들이 터지고 중간선거에서 지게 생기자 대통령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을 선택했고, 핵미사일을 우주로 발사하여 혜성의 궤도를 변경하겠다는 긴급성명을 발표한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던 중 핵폭탄이 실린 발사체가 우주를 향해 가다 지구로 다시 돌아온다.

지구로 오고 있는 바로 그 혜성에 140조 달러어치의 희귀 광물과 금속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그 광물을 얻으면서 동시에 궤도를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이 자신의 회사인 배시에 있다는 설립자인 피터 이셔웰의 주장을 받아들인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혜성 궤도변경의 유일한 기회였던 순간을 놓치자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망연자실에 빠진다.


지구가 여전히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민디 박사는 다시 한번 '다 데일리 립'에 출연을 한다.

이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빠졌지만 여전히 MC들은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하고... 

이번엔 민디 박사가 방송 중 미친 듯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한다.


"미안한데 모든 대화를 재치 있고, 매력적이고 호감 있게 할 순 없는 거예요.

어떨 땐 할 말을 제대로 전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 해요.

한 번 더 정리할게요.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오고 있어요."


"기회가 있었을 때 혜성 궤도를 틀었어야지 하다 말았잖아요. 왜 그랬나 모르겠어요.

이제 저처럼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을 모두 해고하고 있어요.

분명 시청자 중엔 이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본인들 만의 정치적 신념이 있으니까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어느 쪽 편이 아니라, 그냥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에요.

우린 전부 다 죽을 거예요!!!"


이렇듯 우리는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다양한 정보를 취하며 살고 있다.

하루 종일, 1년 365일 내내 각종 뉴스와 정보는 쏟아지고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로 다양한 소통을 하며 살아내는 시대이지만 정작 사실, 중요한 뉴스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며 살지 못하는 것 같다.

또한 그 다양함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실을 가려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이러한 대목들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볼 필요가 있다.

돈 룩 업 中


# 둘째, 'look up' 하며 현실을 직시하고 바로 보아야 할 때, 자신의 신념, 정치적 지향으로  'don't look up'을 외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하늘에 혜성이 다가오는 것이 눈으로 보이게 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동요한다.

SNS상에선 그제야 'LOOK UP'이라며 '그냥 하늘 좀 보라' '올려다봐'라는 운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하늘을 보라는 이유는 여러분을 동요시키고 무섭게 하기 위함" 이라며 'DON'T LOOK UP',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길만을 보라'는 운동을 벌인다.


정말 하늘 위를 내 눈으로 올려다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일들이었다.

또한 이렇게까지 재난의 상황을 맞이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과도한 신념, 성향, 지향은 실제 하는 것, 진실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민디 박사가 말했듯 어떤 정치적인 색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맹목적으로 살아가기보단, 어떤 쪽이든 자신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지향점을 가치로 두고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과함이 문제다.

바로 봐야 할 것, 바로 들어야 할 것에 과도함은 언제나 볼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들을 것을 듣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조금은 중도의 자세로 현실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 셋째, 이 작품은 지구의 종말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지구가 파괴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런 정치적인 대립의 상황 속에서도 혜성은 점점 지구로 다가온다.

하지만 최신 기술로 혜성의 자원을 얻으면서도 궤도를 틀어 지구와의 충돌은 막을 수 있다는 정부와 배시 회사의 계획은 무참히 실패한다.


그 시각, 그러거나 말거나...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지구에서의 마지막을 보낸다. 

민디 박사의 가족, 케이트의 남자친구(티모시 샬라메), 나사(NASA)의 오글소프 박사까지 한대 모여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며 그동안 하지 못한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그렇게 지구에서의 종말을 맞이한다.


나는 이 장면들이 진짜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여타의 다른 재난영화와는 완벽하게 달랐다.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온갖 노력, 생존을 위해 미친 듯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전형적인 주인공들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재난을 그냥 아무 저항 없이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벽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려도 그 어떤 당황 없이 아주 평범하게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따뜻하게 마무리 짓는다. 


이렇게 맞이하는 죽음을 보며 양가감정이 들었다.

그동안 이 영화 속에서 벌어졌던 서사들이 죽음 앞에서는 정말 부질없고 쓸데없는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왜 그렇게 말을 안 들었을까, 왜 그렇게 제대로 하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

되돌리지 못한 것에 대한 인과응보, 쌤통이라는 마음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돈 룩 업 中


#넷째, 발전된 과학기술에 대한 오만함과 인간의 탐욕을 완벽하게 박살 낸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건 쿠키영상이었다.


지구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시간은 흘러 22,740년 후를 보여준다.

우주에서 또 다른 행성으로 발사체가 날아가고 그곳에서 내린 건, 

벌거숭이의 올리언 대통령, 배시의 설립자, 그리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었다.

지구가 멸망하는 날, 이들은 우주로 떠났고 오랜 세월 동안 냉동 수면 상태로 얼려져 있다가 깨어난 날이었다.

지구는 그렇게 초토화시켜놓고 또 자기들은 살아보겠다고 신분, 직위, 계급을 내세워 그렇게 지구에서 탈출을 한 것이다.


그렇게 고고하고 우아했던 계급의 사람들이 나체인 채로 처음 보는 원시동물들과 함께 서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미친 사람들처럼 보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자 그 오랜 시간 냉동상태에 있다가 원시동물에게 물려 죽는 올리언 대통령을 보며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느낀 건,

아무리 발전되고 선진화된 문명을 갖고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혹은 자만, 욕심을 부린다면 그러한 기술들은 언제나 우리를 제일 먼저 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뭐든지 과하게 욕심부리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되었다.

돈 룩 업 中


#마지막, '코미디'란 장르로 풀었지만 이 영환 완벽한 '블랙, 코미디'였다.


이 작품은 진지한 장면과 우스꽝스러운 장면의 교차편집, 다소 황당한 설정들, 코믹적인 요소들로 무거운 소재를 위트 있게 풀었지만 결코 코미디로만 치부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요즘은 환경오염, 기후변화와 같은 뉴스나 보도가 워낙 많아서 이제는 그것에 대한 위기의식과 심각성보다는 흘려보내는 경향이 더 많은데...

이 작품을 만든 애덤 맥케이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러한 환경과 기후에 관한 관심과 표현을 끊임없이 개진하고 알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들 때 '지구에 혜성이 충돌한다'는 무시무시한 설정을 빗대어 우리 현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아무리 과학적으로 정교한 사실을 근거로 이야기해도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 또는 이러한 사실들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 내지 못하는 현실, 사회, 정치,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 같다. 


그래서 돈 룩 업이라는 작품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2시간가량의 영화에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무겁지 않고 위트 있게, 그렇지만 진중하게 다룰 수 있는지 정말 감탄의 연속이었다.

우리 주변에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느끼고 싶다면 기꺼이 이 작품에 시간을 내어봤으면 좋겠다.

돈 룩 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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