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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Feb 15. 2022

검블유를 통해 본 작품의 스타일리시란.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2019)

#'포털'이라는 공학적, 남성적 이미지가 주도하는 공간 속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는 서사가 흥미로웠다.


어떤 작품이든 주제와 소재, 인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 작품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각각의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세련됐기 때문이었다.

흔히 '포털사이트'라는 과학 집약적 산업을 떠올리면 남성 중심의, 남성의 전유물과 같은 산업이라고 생각했다.

써놓고 보니 매우 구시대적인 발상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다기보단 그런 시각으로써 여겨지는 산업 속에서 젊은 여성 임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꽤나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배타미(임수정)는 '유니콘'의 서비스전략본부장이다.

그녀는 청춘을 다 바쳐 이곳에서 일했고 업계 1위를 만드는데 그녀의 피, 땀, 눈물이 깃들어져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 자신의 삶이 깃든 회사가 갑자기 정재계와의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고, 그녀는 그 일의 총알받이가 됨으로써 회사에게서도 버림받을 신세가 된다.

한 성격하는 그녀는 회사가 버리기 전, 자신이 먼저 유니콘을 박차고 나왔고 경쟁사인 '바로'로 이직한다.

그리고 온 정성을 다해 바로를 업계 1위로 만들기에 노력한다.


차현(이다희)은 '바로'의 소셜본부장이다.

배타미가 유니콘을 위해 온 청춘을 바쳤다면 차현은 바로를 위해 자신의 20대 전부를 보냈다.

하지만 늘 업계 2위라는 꼬리표를 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업계 1위를 만들기 위해 배타미를 TF 팀의 팀장으로 영입한 회사가 썩 맘에 들진 않지만, 바로를 1위로 만들 수만 있다면 기꺼이 TF 팀의 배치가 되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평소 일하는 스타일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터라, 배타미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우선은 무조건 반대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회사를 위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소신 있고 강단 있게 도움을 주는 의리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송가경(전혜진)은 '유니콘'의 대표이사다.

한때는 배타미와 함께 오직 유니콘만을 위해 의기투합한 시절이 있던 그녀였다.

하지만 친정의 가세가 기울어지면서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곳의 남자와 정략결혼을 했고, 시댁에서 원하는 모든 걸 해가며 살아간다.

그것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라도 말이다.

여타의 다양한 문제들로 마음의 문이 닫힌 가경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늘 날이 서있었으며, 그런 그녀와 일처리를 놓고 매번 부딪히는 타미와도 각을 세우는 시간들을 보낸다.

하지만 날로 심해지는 시어머니의 포털 장악까지는 차마 참아지지가 않고, 그녀 나름대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녹록지 않다.


이처럼 이 작품은 각 캐릭터마다 주는 생동감이 포인트인 것 같다.

똑같은 사건, 상황에 대해서도 캐릭터마다 접근하는 방법, 해결하는 방식이 달랐고 각각의 성격을 잘 살려 이야기가 진행됐기에 같은 공간에서 올 수 있는 지루함이나 사건 자체의 루즈함도 별로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포털 회사를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데 어떤 노력들이 있는지를 인물들을 통해 간접 경험했으며,

여성 캐릭터들 간의 프로페셔널함, 의리, 우정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사랑은 말랑말랑했다.


그녀들의 사랑은 일할 때처럼의 똑 부러짐, 당당함, 멋있음이 철저히 배제된 순간순간들이었다.

일 만큼 사랑에 있어서도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사랑을 할 것만 같았던 그녀들도 사랑 앞에선 영 서툴렀으며 평범했다.


타미와 모건(장기용)은 처음부터 잘못 낀 단추 같았다.

만난 첫날,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와는 다시는 보지 않을 사이이며 자신이 몇 살인데 이런 것에 당황하고 쑥스러워하냐며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모건을 다시 만난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그녀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임을...

열 살이나 어린 그.

동종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

사랑은 있지만 결혼은 없는 그녀의 가치관과는 정반대의 모건과의 사랑은 언제나 쉽지 않았고 조심스러웠다.


자신을 성추행하는 성추행범을 현장에서 때려잡을 만큼 멋있고,

자신을 두고 바람피운 전 남자 친구를 무자비하게 팰 수 있을 정도로 깡 있는 그녀, 차현.

남자복이 지지리도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TV 속 막장드라마에 출연하는 무명 배우, 지환(이재욱)을 보며 팬심이 활활 타오른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환을 알게 되었고, 팬심에서 점점 사심으로 바뀌는 스스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잘 모르는 순수하고 애타는 사랑을 시작한다.


정략결혼으로 시작한 관계이니 사랑 없이 살아가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했던 가경.

하지만 시어머니의 간섭과 참견이 너무 힘든 그녀를 언제나 뒤에서 조용히 지킨 것은 남편 진우(지승현)였다.

그녀와 그와의 관계는 정략결혼과 연애 그 사이 어디쯤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둘 다 각각의 회사를 이끌 만큼 성공한 사람들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서툰 둘이었다.


이 드라마는 잘나가는 여성들의 비즈니스를 보며 시원하고 박진감 넘침을 꽤나 많이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럽고, 순수하며, 서툶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캐릭터들이 자칫 딱딱하고 어렵게만 보일 수 있는 요소들에서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조금은 유연하고 사랑스럽게 보임으로써 작품 속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게 한다.

각각의 사랑을 보며 많이 설레고, 지나치게 간지러우며, 때로는 사랑의 어려움도 느낄 수 있으니 다양한 사랑의 감정과 이야기를 느끼고 싶다면 꽤나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명과 음악은 이 드라마를 더 감각적으로 보이게 했다.


이 드라마가 더욱 감각적으로 보였던 건 드라마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가끔 이렇게 내 기준에서 매우 스타일리시한 드라마를 만나게 될 때가 있는데...

빠르게 변화를 선도하고 스피디한 이야기를 전개를 해야 하는 IT, 포털 회사에 대한 소재.

개성 있는 인물들의 배치와 관계성에서 오는 화려함도 있지만,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 관점에서 정의한 영화나 드라마의 '스타일리시함'이란.

대체로 조명이나 카메라 앵글을 잘 썼던 드라마가 그랬던 것 같고, 음악이 세련된 작품들이 그랬던 것 같다.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외부 공간의 자연광을 매우 잘 담아낸다.

자연광을 이용함으로써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많이 냈고, 그 속에서의 주인공들의 감성적인 마음들을 오롯이 느끼게 할 때가 많았다.


두 번째는 극적인 장면들에서 하나의 조명만을 쓰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감정을 나누는 신, 감정이 극대화되는 장면들에서의 주로 주황빛 조명 하나만 사용한 것 같은 연출을 함으로써 그 감정을 더 깊은 무드로 느끼게 한다.


세 번째는 스포트라이트를 잘 활용한다.

그 상황에 시선을 한 번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시선을 사로잡고 집중도를 매우 높인다.


마지막으로 선명하고 쨍한 앵글을 쓰기보단 뭉개지는 효과를 많이 이용함으로써 이 드라마만의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뭔가 쨍한 느낌이 아니다 보니 애절한 부분들은 더 애절했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더욱 내추럴하게 받아들이게 한 것 같다.


또한 이 드라마의 스타일리시함을 돋보이게 한 요소로 OST도 빠트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드라마가 완전히 세련된 무드라고 느끼게 해 준 음악은 드라마 타이틀이었던 일레인_search였다.

이 음악을 드라마가 시작할 때 들리는 순간, 검블유는 정말 모던하고 시크한 드라마겠구나 하고 유추했기 때문이었다.


이 밖에도,

경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적인 느낌의 마마무_wow

애틋하고 애절하고 슬픈, 장범준_손 닿으면

궁금하고 호기심이 짙어지게 하는 임하영_발목 하트

사랑의 두근거림, 조금은 끈적한 느낌의 임하영_오피스 로맨스

사랑이 깊어질 것만 같은, 샘킴_향기

등도 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게 했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드라마의 내용, 그에 따른 하고 싶은 이야기, 인물에 대한 글이 아닌,

드라마를 구성하는 구성요소들에 시간을 할애하여 글을 썼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할 때 1번으로 품었던 생각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본 세상 이야기, 주제에 관한 깊으면서도 얕은 이야기, 인물을 통해 느낀 메시지들을 이야기하고 기록하고 싶었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를 하도 많이 보다 보니 점점 드라마나 영화를 구성하는 구성요소들에도 관심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오늘처럼 조명, ost뿐만 아니라 카메라 무빙, 음향, 소품, 의상 기타 등등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오랜 시간 할만한 작품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고,

설사 만나더라도 그것들을 깊이 있게 논할 수준의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단편적으로 몇 줄 정도 적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장작 16회 내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기에 감히 용기 내어 끄적여 볼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의 줄거리나 캐릭터가 아닌 다른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종종 만나게 될 수 있다면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할 순 없겠지만 그때그때 그냥 내가 느낀 감정들을 쓴다면 또 다른 의미의 기록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웠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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