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se Dec 29. 2021

아직 2075년은 오지 않았으니,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2021)

(스포주의_)


작년, 우연히 '고요의 바다'라는 작품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은 이래로 꼬박 1년을 기다린 것 같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공개가 된다는 사실에.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이 작품을 기다리게 되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평소에 환경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그것을 소재로,

우주, 달에서의 에피소드를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물로써 다룬다는 사실 하나와

무려 '정우성'이라는 제작자가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제작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공유, 배두나, 김선영, 이무생, 이준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시리즈를 봐야 하는 당위성이 되었다.


#그리고 고요의 바다의 시작은 '물' 때문이었다.


'고요의 바다'는 지구의 필수 자원, 그중에서도 '물'의 고갈로 황폐해진 2075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전 세계의 뉴스는 말한다.

(미국)

연평균 강수량이 최저치 기록. 세계 대도시들의 강이 바닥을 보이며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해수 담수화 작업도 어려움을 겪음. 세계 수자원 협력 기구는 향후 10년 안에 전 세계 물의 40%가 줄어들 거라 예측.

(프랑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영아 사망률이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오염된 식수를 섭취해 생기는 각종 감염과 질환이 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음.

(한국)

-물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공장형 농장에 대한 투자가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짐. 물 부족으로 야기된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공장형 농장에서 생산된 작물들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

-불법 반려동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 정부에서 반려동물 자진 신고 기간 동안 과태료 면제와 안락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신청 건수는 극소수에 불과

-국회에서 식수 평등 분배 법안이 또다시 부결. 식수 등급제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식수 양극화는 심해저 가지만 해결된 기미가 보이지 않음.


이런 무시무시한 뉴스 보도로 시리즈는 시작한다.

2075년이라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물' 하나 부족해졌을 뿐인데 전 세계는 다양한 고통 속에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내가 살고 있을 수도 있을 그 시간에 저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줌으로써 이 작품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사람의 등급을 매겨 식수를 차별 배급한다는 장면은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틀면 나오는 물이 근 미래에는 차별과 구분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심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깨끗한 물이 곧 그 사람의 지위, 평판을 가르는 매개가 된다는 장면은 현대사회에서 흔히 보는 빈부격차, 계층 간 차별이 편견과 사회적 차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과 꼭 닮아있는 것만 같아 매우 불안하고 불편했다.


그래서 고요의 바다 시작이 말하고 싶은 건, 

지금도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결코 늦지 않았음에 대한 역설과

지키지 못하는 순간들의 반복은 결국 우리의 아이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의 멸망을 만들 수도 있다는 강력한 각성이라 생각한다.


넷플릭스_고요의바다_1화


이런 황폐화된 지구에서 군인 출신 탐사대장 한윤재(공유)를 중심으로 우주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 통신담당 엔지니어 류태석(이준), 팀 닥터 송가영(김선영), 탐사대 보안팀장 공수혁(이무생)등 팀원들이 각자의 사정을 가진 채 임무를 수행하러 달로 떠나가게 된다.  


달에는 '발해 기지'가 있었고 대원들은 24시간 안에 그곳에서 국가 일급 기밀인 어떤 샘플을 회수하기만 하면 됐었다.

하지만 5년 전, 

방사능 유출사고로 발해 기지에 있던 대원 100여 명이 죽은 것 치고는 그곳의 방사능 수치는 매우 정상이었고,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건 익사 소견으로 보이는 시체들 뿐이었다.  

또한 뭔지 모를 정체의 방해로 인해 샘플을 회수하는데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함께 간 탐사대원들 역시 하나, 둘씩 죽어나가게 되면서 사건은 의문으로 빠진다.


그러면서 탐사대원들은 그곳에서의 여러 가지 일들을 파악하게 된다.


달 탐사대가 회수해야 하는 샘플은 달에서 생성되는 신비로운 물인 '월수'.

이 물은 스스로 증식을 하는 성질을 갖고 있는 물로, 상용화만 된다면 물이 없어진 지구에 꼭 필요했던 자원이었다.

하지만 월수의 자가증식은 인간에게 매우 위험했다.

몸속에 물이 들어가면 몸안에서 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인간을 죽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 위험성이 너무 방대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정부는 5년 전, 발해 기지에서 그 물을 상용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생체실험을 자행한다.

유전자 조합이나 융합 세포 연구를 통해서 인간이 월수에 적응하게 만드는 방법들을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을 서슴지 않았으며 대량으로 복제인간을 만들면서 월수에 대한 실험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월수가 몸에 들어가도 죽지 않은 유전자 변이인 '루나'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넷플릭스_고요의바다_월수, 루나


#그래서 결국 2021년의 끝에서 고요의 바다가 그린 건,


과학적으로 완벽한 고증을 통해 달에서 어떻게 자원을 확보하는 지를 그린 SF는 아니었다.

그 보다는,

미지의 영역인 달까지 인간이 가야만 했던 처절한 이유.

다 파괴된 지구에서의 교훈은 잊고, 달에 가서 또다시 범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줌으로써 

2021년의 우리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는 결코 화려하거나 직관적이지 않았다.

결말 역시 해피앤딩이나 어떤 희망적인 미래를 그린 것 같지도 않다.

그저 '달'이라는 배경처럼 차갑고 고요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메시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결코 고요한 것쯤으로 치부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월수를 통해 미래 권력과 막대한 부를 얻고자 하는 끝없는 욕심과 탐욕을 가진 정부.

지구에 물만 공급될 수 있다면 비윤리적인 인간복제까지도 할 수 있다는 안일한 태도를 지녔던 발해 기지 연구원들.

추악한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과 방조를 일삼았던 사람들의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환경 파괴는 곧 다가올 지구 전체의 파괴일 수 있다는 당대의 메시지.


이러한 것들을 2021년의 끝에서 고요의 바다가 그림으로써,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메시지와 시간들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아직 2075년은 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넷플릭스_ 고요의바다










작가의 이전글 이 세상, 가장 보편적 감정. '사랑'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