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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자국이 남는다

감정일기(18)

by 이음

날이 춥다.

마음이 하강한다.


말문을 꺼내고. 스스로의 발언에 확신이 없다.

반응이 확실하지 않다.

내가 '바보같이' 보였을까봐 걱정한다.

그냥 지나간 일. 그냥 그런 일.인데.


(다소 느슨했다는 이유로)

마음에 자국이 남는다.


일을 한다. 일을 많이 한다.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며칠 남은 일을 먼저 보고 한다.

정확히는 먼저 뽐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재밌는 성과를. 나의 부지런함을.

피드백이 차갑다. 원래 그런 분인데.

'이건 초안인데요'라고 거듭 강조해도.

반응이 기대와 다르다.

우얏든 잘 정리해보는걸.로 마무리됐는데


(칭찬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마음에 자국이 남는다.


그냥 돌이켜보면.

다 아무 일도 아니다.


내 마음이 물러서. 탄성이 떨어져서.

외부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 것일 뿐.

상처가 되는 건

그걸 곱씹고 있는 나의 생각일 뿐이다.


기대되는 일정들이 이어지는데.

내 마음은 향방이 다르다. 가라앉는다. 즐겁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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