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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16. 2024

어쩌면 인사가 전부다

인간관계(5)

명절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오면 마음 안쪽 한 구석이 텅 빈 기분이 든다. 뭐든 먹어보라고,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끊임없이 묻는 엄마. 묵묵하게, 옆에서 반가운 티를 팍팍 풍기는 아빠. 그리고 뭐든 살뜰히 챙기는 나의 형제. 온통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간은 딱 거기까지다.


'아무래도 좋은 사람'을 생각했다. 가족은 당연하다.


그리고 명절에 소소히 인사를 보내는 사람들. 작은 아버지들은 과일에, 음식을 챙겨 잠깐이라도 아버지께 인사를 다녀가셨다. (우리는 신정을 쇤다) 지인은 가족을 통해 이사 선물로 머그컵을 보냈다. (내가 이사한 지가 벌써 한참 전인데..) 부서가 달라 오래 보지 못한 후배는, 그리고 멀리 있는 선배는, '예쁜 말'로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내왔다.  이런 예쁜 말들과 관심, 소소한 정성에 꼬박 행복감을 느낀다.


요가를 하면서 마음이 조금 더 예민해진 듯하다. 연락을 마음 가는 대로 하는 편인 나는. 출산한 후배에게는 아기 선물 기프티콘을 보내고, 힘든 상황에 있을 사람에겐 (어쭙잖더라도) 위로의 문자를. 바쁜 상황에 있을 지인에게도 건강 잘 챙기라고 연락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살기로 했는데. 나의 마음은 더 많이, 더 크게 표현하기로 했다.  


힘든 시기에, 또 기쁜 시기에. 전화 한 통, 문자 하나. 예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잘 알기에. 나부터가 주는 기쁨, 보내는 기쁨에서 만족을 찾고 있다. 소소하게 보태보는 긍정적인 영향력..이랄까.


회사 화장실에서 우연히 후배를 만났다. 표정을 구긴 채 그저 거울만 바라보고 있다. 뭐 하는 거지... 싶은데. 먼저 "인사 안 하느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네 저는 꼰대입니다. 예의 없는 건 불편합니다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서 그닥 당황스럽지는 않다. 나랑은 굳이 안 좋은 관계가 될만한 일도 없었고, 뭔지 모르겠지만 본인 속이 시끄러운 후배들 중에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 (다른 선배조차 "갸는 왜 봐도 인사를 안 하느냐" 했다. 평판은 본인들이 그렇게 쌓아가고 있는..) 뭐가 틀어졌는지 그냥 하루종일 꾹 입 다물고 있는 선배도 있다. (이 역시, 불편함은 보는 사람의 몫이 되지 않으려면 그냥 무시하는 수밖에.)


오늘도 생각나는 지인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힘내시라고. 응원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존재 자체가 흑화 되어 남에게 불편함을 뿌리는 것보다는 기왕이면 좋은 말, 예쁜 말부터 건네주는 게 덕을 짓는 게 아닐까 싶다.


어제도 인도 여행에서 만난 선생님 한 분이 연락을 주셨다. 내가 먼저 다녀와서 감사 인사를 건넸는데 "생각나고 보고싶다"고 하셨다. 예쁜 말들을 주고받았다. 좋은 일을 막 만들어주실 기세다.. (이미 나도 그 선생님도, 인도에서부터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았고 너무 감사하고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건강하세요"란 인사 말과 함께.. 나는 덕을 짓고 복을 짓고 있다. 뭔지 모를 좋은 일이 막 생길 거 같다는 기대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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