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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20. 2024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장면 셋

일상 공유(2)-어른 담론  

장면 셋.


#살생의 추억

스무 살이 넘고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느꼈던 장면.

자취를 시작했는데 방 안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모기였다. 벌레를 극도로 싫어하며, 벌레가 보이면 "엄마""아빠"를 외치는 것이 당연했던 나. 불청객과 한 방에서 밤을 지낼 수는 없었다. 모기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 양손으로 "짝". 지금까지도 당시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부모님 품에서 곱게 자란 10대 여학생의 생활은 끝나고.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다. 이제 정말 나 홀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구나.


#애매한 관계

서른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썸'이란걸 경험했다. 20대엔 간간이 진지한 연애를 했고, 아예 혼자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좋아하게 되면 사귀게 되고, 그러다 진짜 인연이면 결혼도 할 수 있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 30대가 되어서야 경험한 '썸'은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는데 "사귀는 건 아니"란다. 결혼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라고 했다. 한 달 정도 만나다가 아예 '잠적'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뭥미?.. 얼마나 재고 있는 건지 상대에 대한 분노와 함께, 내가 뭔가 부족해서 그들이 물러나는가...하는 못난 생각까지 더해 자존감이 좀 떨어졌다. 관계라는 게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좋은 감정이 무르익으면 그게 사랑이고, 그렇게 만나다 싫으면 헤어지면 되는 거지.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애매한 관계가 있고, 내가 원하지 않는 관계와도 엮일 수가 있는 거구나, 순진하게 감정에만 호소해서도 안 되는 거구나, 알게 됐다. 내 탓이 결코 아니란 것도. 아, 이것도 '비로소 (새로운 유형의) 어른'의 관계인 건가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간만 보는 '썸남'은 혐오한다.)


#불편함의 수용   

나는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건 뭐 나뿐만은 아닐 거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은 격려해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르치고 지적해 주는 것이 선배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대부분 일터에서의 평가는 '태도'의 문제라. 태도가 나쁜 사람은 정말 다.

그런데 어떤 경우 내가 '당위'라고 생각했던 것이 반론에 부딪힌다.

지각 다반사에 퍼포먼스는 없고,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대우는 받고 싶어 하고, 보고 체계는 무시한 채 자기 마음대로 일 처리하다 사고가 나고... 이런 경우도 그저 부드럽게 얘기하거나 모른 척하라니.

나이가 들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후배들을 다뤄야 하는 일이 중요해지는데 아직도 좋은 직장 상사가 되는 것엔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나는 꼰대'라는 걸 인정한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지 않은가.

회사는 그런 친구들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만큼 공정하게 평가하지도 인사 조치를 하지도 않는다. 회사 '부조리' '모순' 덩어리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건가 싶다.


불편함도 받아들여야 비로소 편해진다지만. 썩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이것은 그저 '체념'인 거라...


어른이 되는 다음 챕터, 다음 장면은 다르게 만들어 갈 것이다.

나는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한다.

묵묵하되 강할 것이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성장할 것이고, 평온할 것이다. '진짜' 어른은, 평생이 걸리는지도 모르겠다.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2021년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한글특별전 ‘ㄱ의 순간’에서 만난 작품. 글자 형태는 소리와 함께 계속 변했다. 관람객에 따라 다른 글자를 촬영했을거라.. 나도 '소리(자극)'와 함께, 계속 변한다. 좋은 자극을 쌓아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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