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1)
감정을 들여다보자.
외부인, 외부 자극에 예민한 나.
#1.
주말에 가족과 함께 있다가 떠나보내고. 마음이 한없이 팔랑거린다. 맛있는 거 먹고, 영화 보고, 함께 수다 떨고. 새벽녘에 먼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 참 행복하다" 했다. 빈 집이 잠깐 채워졌다 비워졌다. 원래도 홀로 있는데, '이후'의 집은 더 끝간 데 없이 텅 빈 거 같다. 마음의 결이라는 것이 있어. '함께' 지낸다는 바람 같은 것이 불어 결이 나풀나풀, 세워진 느낌이 든다. 다시 이 결을 원래의 자리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한 나로 돌아와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그냥 잠을 청했다.
#2.
퇴사한 사람이 취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보니. 누군가에겐 '위기가 기회'였다는 말이 그대로 실현됐구나 생각. 회사에서 그리 좋게 나간 것도 아니고, 평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사람이라. 그래도 맞는 회사를 찾아갔다보나 싶다. 나도 선택지를 더 넓혀 놓았어야 했나(놓아야 하나)...바람이 팔랑팔랑 분다. 부러움인가, 마음이 좀 애매하다. 나에게도 뭔가 설레는 일이 있었으면 싶은 걸 텐데. "잘됐다"하면서도 마음이 좀 공허하다.
#3.
손이 느린 사람이 있다. 그다지 복잡할 거 없는 업무에, 손이 느린 사람은 팀 업무에 해가 된다. 본인이 다 할 수 없으면서, 그저 갖고만 있었던 것. 못하면, 안 되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내가 뒤늦게 발견. 화가 올라온다. 나는 손이 빠르므로. 업무를 후다닥 처리한다. 사고는 없었다. 격앙된 나만 남아있다. "안되면 안 된다고 말을 하라"고. 지나가듯 말하고.(들었는지 어쨌는지) 작정하고 그를 대면하거나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 상사나 팀원들도 알 테지. 굳이 내가 말한다고 달라질 리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차라리 자리를 피한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후배들과 담소를 나누고. 그냥 잊기로 한다. 내 자리엔 거친 숨과 불편함의 여운이 남아있지만. 일어나 있는 건 사실 '내 감정'의 결. 뿐이므로. 진정하자.
'마음챙김(mindfulness)'. 바로 이 순간 일어나는 내 마음을 챙기는 것. 깨어있다, 주의한다, 기억한다...
마음챙김 공부를 하면서도, 남아있는 내 감정의 잔재는 외부에, 외부인에게 향해있다. 그것마저 알아차린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돌려놓는다. 뫔. '마음은 몸을 도구로 사용한다'. 내 마음이 밖으로 향하지 않도록 다시 안으로 돌려놓는다. 일은 다 끝났고 상황은 다 지났다. 외부인은 그냥 외부인의 삶을 살 뿐이다. 밖으로 향한 고리를 끊어낸다. 나는 나의 삶을 그냥 살 뿐이다. 감정 관리가 여전히 어렵다.
몇 년 전, 독일 여행을 갔을 때, 도심에 흐르는 '강(개울?)' 같은 곳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물살이 꽤 거셌는데, 그걸 자유자재로 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감정의 결, 감정의 파도는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거라.. 그러한 동요의 파도에도 몸을 맡기고, 노련하게 넘어서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행복했다, 절망했다.. 동요하는 마음, 감정의 폭을 좀 줄여가려고 한다.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나는 요가명상하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