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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29. 2024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일상공유(8)

나는 결정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처음부터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죽자 사자 밀어붙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학 전공을 결정할 때도, 대학을 고를 때도, 큰 고민은 없었고 한 번에 딱 붙었다.(감사하게도.) 직장도 그랬다. 처음 가진 꿈을 실현한 건 아니지만. 하던 공부를 정리하고 나니 선택은 자연스럽게 향해있었다. 하던 공부를 그만할 때도. 그냥 충분히 행복하게 공부했고 거기까지만 하는 게 맞다고, 자연스럽게 결정했던 것 같다. 직장은, 그리고 운 좋게도 어렵지 않게 들어갔다. 내가 하던 공부가 그 일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했던 셈이었고, 딱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일은, 직장은 내게 꼭 맞았다. 이직에 대한 고민은 아예 없었다. 직장은 그렇게 정해진 자리가 있는가 보다 생각했다. 


이유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현재 상황에 늘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나는 후회라는 걸 하지 않는다. 상황이 그렇게 정해진다면 그 또한 내 운명임을 받아들인다. 상황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운명이 나를 다른 길로 이끄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든 내게 좋은 계기로 삼으면 되니까. 방향 전환이 필요하니까 이렇게 시련이 오는구나, 혹은 이런 시간도 필요하구나 생각한다. 주어진 상황을 최선의 결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나니까


인연을 만나는 것도. 나는 '죽자 사자' 소개팅을 하거나,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하거나, 목적을 가지고 덤벼드는 편이 아니라서... 어쩌면 가능성 있는 인연들이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갈 사람이라면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남들이 보기엔 결혼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라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결혼'에 맹목적인 목적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후회가 남지는 않는다. 그냥 인연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만나지길, 지금도 연이 닿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내 일이든, 내 삶이든 더 풍성하게 가꿨을 테고 미래에 만날지도 모를 인연의 소중함도 더 크게 느낄 테니까.  


지금도 기다리는 중이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첫 직장에서 오랜 시간 참 잘 지냈는데. 지금은 이 직장이 더는 아닐 수 있다는 '틈'이 생겼다. 회사를 떠난 선배들 얘기는 결국은 '퇴사하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건데. 나도 지금 그런 시점인 걸까 싶다. 물론 아직도 내 일에 대한 애정, 미련이 남아서. 이 안에서 상황 변화가 있을까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땐 좀 단호했으면, 하는 생각도 드는데.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여러 기회를 열어놓고 보고 있다. 부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늦지 않게, 결정이 떠오르면 좋겠다. 참으로 '대전환'의 시기.다. 


<이번 파도는 '걸어' 볼 만 해!> 

-타나카 타츠야 '미니어처 라이프' 전시 작품. 

인생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결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을까. 급하지도 늦지도 않게. 내게 딱 맞는 결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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