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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y 10. 2024

식사 중 톡 확인...무례함에 대해

인간관계(10)

친한 후배와 저녁 식사. 앉자마자 밥 먹고 찾으러 가야 한다며 도서 주문을 한다. 낼 만날 사람에 선물할 책이라 오늘 사야 한단다. 뭐 그럴 수 있다. 기다린다.(나는 앞에 있다). 고민을 한참 듣는다. 회사 고민, 이직 고민... 할 말이 많다. 평소 자주 통화하며 고민을 나누는 사이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경우의 수, 이직의 장점과 단점 같이 고민한다. 그녀도 나도 할 말이 많다. 나는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들려준다고 하는데. 말마다 반박이다. 날카롭다. 이미 결정은 어느 정도 내린 모양인데, 아무래도 반대의 경우의 수를 늘어놓는 게 듣기 싫은가 보다. 날이 서있다. 이해한다. 최근 통화에서도 그랬으니까. 힘든 시기, 나도 그랬으니까. 예민한 시기고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기니까. 자꾸 카톡을 본다.(나는 앞에 있다.) 묻는다. "뭐 급한 일이 있느냐." 또 묻는다. "회사에서 연락이 오느냐." 누군가 안부를 묻는 톡이란다. 무례하다. (나는 앞에 있다.) 걱정해 주는 말엔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식의 반박.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시간을 쓰고 내 머리와 마음을 쓰고 있는가. 또 카톡 확인이다. (나는 앞에 있다.) 습관인 건 알았는데 바쁘겠지 했다. 오늘은 아니다. 퇴근 후 더 이상 그녀를 급하게 찾는 사람은 없다.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두고 왜 카카오톡상의 답변이 먼저인가. 그만 가자고 하려다, 참았다. 관계를 이렇게 끝내기엔 소중한 친분이다. 내가 힘들 때는 그녀가 신경을 많이 써줬다. 남에게 불편한 모든 걸 짚고 넘어가면 관계의 단절이다. 안 해본 게 아니다. 성인은 내가 바꿀 수도 없다. 상대가 먼저 그만 가자고 한다. 내가 계산을 한다. 기분이 나쁘다. 무례하다. 그녀는 지금 힘든 상황이라 예민하다. 무례하다. 그녀는 내가 힘들 때 큰 힘을 준 소중한 존재다. 무례하다. 깊은 관계가 된다는 건 그만큼 위험한 관계. 크게 상처받을 수 있는 관계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때론 관계의 끝이 있다. 대화를 되짚어 본다. 언짢다. 존재 자체를 멀찌감치 둔다. 매일 연락하던 사이로, 소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살펴주는 사이로 당분간 돌아가긴 어려울 거다. 사람은 어렵다. 거리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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