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이 떠오르길 기다리기. 그리고 결정은 떠올랐다. 내가 선택한 결정이기도. 남으로 인해 주어진 결정이기도.
모처럼 축하를 받는다.
그야말로 성원이 답지. 떠나는 곳. 가는 곳. 양측에 인사를 다녔다. 원망하고 미워했던 분들께도 인사를 했다. 마음을 속이고 거짓 표현은 못하는 편인데. 그냥 윗분들의 고충과 스트레스가 느껴졌다. 나는 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런 말들이 술술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이것이. 요가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채워진 인류애인가. 그냥 좀 무거웠다. 갑작스러운 이동이기도 했고 남아있는 분들의 좌절과 패배감 같은 것들이 내 이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 같기도 했고. 감사했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내가 갈 곳. 오랜만에 복귀라 다들 반가워하신다. 축하한다고. 일단 그러면 잘 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내 맘도 그렇고 환영해 주시는 분들도 그렇다. 기회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렇게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쯤 인사를 다니다 보니.. 얼굴이 반쯤은 깎인 기분이다.
집에 와서도 톡으로도 인사를 했다. 얼굴이 반쯤 깎인 듯하고 마음은 붕붕 떠있다. 티비를 켜놓고 보지도 않는다. 이제는 나를 위한 축하. 오는 길에 맛있는 화이트 와인을 사 왔다. 충분히 칠링 된 상태. 오픈하고 향을 맡는다. 고생한 나를 스스로 격려한다. 그리고 축하한다. 열심히 살았으니까 보답이 오잖아.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걱정, 불안도 스물스물 올라오는데. 괜찮다. 나는 공부하고 성장할 것이다.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일하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맛난 파스타와 스테이크와 화이트와인 조합이다. 오늘은 축하해야 하니까. 와인 몇 잔을 들이켜고. 잠을 청한다.
늦지 않은 밤에 문자를 보냈던 선배께도 전화가 온다. 떠나온 곳에서 원망의 잔상이 남았던 선배. 그치만 "마음 써주셔서 감사했다"고 했다. "축하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 선배는 몇 번 같은 말을 한다.. 나는 비몽사몽이기도 하고 "감사하다"고만 했다. 용서란 포용이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다. 내가 더 크게 품고 표현하는 거다. 그들은 "내가 신경도 못써줬는데 뭘" "지금 이 커리어가 너한테 도움이 될 거" 혹은 "미안했다" 같은 말을 돌려준다. 쌓았다 무너뜨렸다 무너졌다 잠식됐다 숨 막히고 숨좀 쉬고. 초월한 듯했던 이 오랜 과정 끝에 찌끄러기처럼 남았던 감정이, 일순간 대분해 된다. 아 대통합, 인류애, 박애주의의 시간이다... 나는 참 잘했다. 그리고 그걸 이해하고 받아준 그들도 잘했다. 우리는 서로 미워할 이유 같은 건 별로 없는 거다. 어찌 보면 함께 일할 기회, 란 엄청난 인연에, 서로 고군분투하다가 그렇게 서로 상처 내고 상처받았던 거다. 감사할 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참 감사하다. 감사하다.. 인연이 가고 인연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