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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y 19. 2024

평온한 주말, 생명체와 더불어 산다는 것.

일상공유(9)

온한 주말 아침이다.

커피를 내리고 베이글에 크림치즈 발라서 한 입 물고. 바깥 풍경 바라보며 평온함을 느꼈다. 어제 친구가 사 온 꽃 한 묶음에.. 우리 집에서 호텔 조식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세상은 아직 고요하다. 나는 살아있다.


오전엔 요가원으로 향했다. 마이솔 수련. 아쉬탕가 전통 수련법. 정해진 시퀀스를 홀로 고요히 따라가면 선생님이 중간중간 오셔서 핸즈온을 해주신다.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매트에서 각자의 흐름에 집중한다. 땀이 흐른다. 그제 PT수업에선 하체 운동을 했는데. 욱신거림이 아직 남아있다. 몸을 많이 움직인다는 건. 근육통이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충분히 에너지를 비우고 또 채운다.


집으로 돌아와서 화이트 와인을 꺼냈다. 어제 친구와 함께 마시고 남은 것인데. 요가 후에 칠링 된 화이트 와인 한 잔.은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충분히 행복감을 느낀다.


책을 좀 보다가. 낮잠이 들었다. 지 않게 눈을 뜨고 이른 저녁을 먹었다. 빨래를 돌려놓고.. 꺼내려는데.

문득 실외기 뒤편에 웅크리고 있는 비둘기 두 마리를 발견했다. 직임이 적다. 데이트 중이거나 쉬고 있거나 졸고 있거나..


보통은 한 마리씩 날아드는데 구구 소리를 내면 왔구나, 느낄 정도고. 똥 정도가 거슬리는데. 이 두 마리는 마치 은신처처럼 바짝 붙어 숨어있는데. 좀 놀랐다. 쫓고 싶은데 유리창을 두드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산책을 좀 하고 왔는데도 그대로다. 오늘 밤은 여기서 아예 잘 생각인 건가.. 밖에서 보니 우리 아파트 베란다 곳곳에 비둘기를 쫓는 뾰족뾰족한 것, 망 같은 걸 설치해 놓은 것이 보였다. 나도 이제 그런 걸 준비해야 할 땐가.. 싶다가..


굳이 쉴 곳을 찾아 숨어든 애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시골에서 지만 도시에서 자리 잡고 살면서. 나에게 외부 생명체들은 대개는 무섭고 불편한 것이다. 벌레도 혼자 못 잡고. 반려묘 반려견은 귀여운데 도무지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비둘기를 보며 불편한 감정, 뭔가를 설치해 쫓아야 하나 고민했던 마음을 일단 접었다. 살아있는 것을 매정하게 내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잠시 쉬다 가겠지.. 싶은데. 이 세상이 다 인간만의 것인 양 독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요가의 8단계. 시작은 야마(Yama)인데. 이 중에 아힘사가 있다. 비폭력 불살생,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라는 의미다. 요가를 그렇게 꾸준히 열심히 하고, 내 자신에 대한 사랑이 커지면서도. 다른 생명체에 대해선 여전히 꺼리는 감정이 남아있다. 아힘사, 아힘사, 아힘사.. 오늘 우리 집 밖에 찾아온 한 쌍의 비둘기는. 그냥 그렇게 쉬도록 두어야겠다.


나의 주말도 평온했으므로. 사하다.


<필연적 만남, Serendipity-준 초이>


평일 점심에 정동길에 위치한 두손갤러리에 다녀왔다. 준 초이 작가님의 '반가사유상' 사진전.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만난 반가사유상이 주는 울림은 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사진이 여러 각도, 빛, 색깔로 변주되고 반가사유상의 오묘한 미소와 사유도 여러 느낌으로 전달됐다. 평일이라 그런지 관람객이 많지 않았고, 나는 마치 독점한 것처럼, 나만의 명상 시간을 잠시 보냈다. 오래된 건물에 자리 잡은 작은 갤러리 느낌도 따뜻했다. 잔상은 오래 남았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일상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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