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사실을 늘 잊어선 안 된다

by 위시



일상생활 속에서 부쩍 무기력, 우울, 화가 늘었다. 이런 감정들은 과거에도 종종 느껴왔기에 처음에는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방치했다간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상담 센터를 찾았다.



상담사는 온화한 얼굴을 하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도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얼마 간 침묵이 지나고, 그녀는 내게 무엇 때문에 상담을 받으려 하냐고 물었다. 나는 조금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요즘 우울감이 심하고 자주 욱해요. 사람들에게 상처 주기 싫은데 저도 모르게 나쁜 말을 쏟게 될까 봐 불안해요. 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요즘 들어 화를 내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어요. 너무 걱정돼요. 이러다 모두가 날 떠나면 어떡하죠?





그녀는 조용히 내 말을 듣더니 최근 그 감정이 시작된 순간으로, 또 내 인생에서 처음 발현되었을 때로 돌아가 보자고 했다. 나는 어떨 땐 담담했다가, 또 어떨 땐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장장 2시간 동안 나의 28년 인생사를 토해냈다. 고해성사와도 같았던 긴 고백을 마친 뒤 나는 밀려오는 어지러움에 고개를 떨궜다. 복잡함, 민망함도 있었던 것 같다. 쥐고 있던 축축한 휴지를 손으로 구기며 바닥만 보고 있는데 상담사가 입을 뗐다. 당신은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할 줄 알아야 해요. 그래야만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요.



'나는 우울한 사람, 그리고 쉽게 욱하는 인간.'

그렇게 쉽게 단정 지을 문제가 아니에요. 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았구나. 과거에 아팠던 마음이 아직까지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표현되는 거구나. 그동안 나는 참 많은 상처를 받았구나, 하고 내가 나를 먼저 이해하고 다독이는 과정이 필요해요. 나를 돌아보지 않는 한 당신은 계속 그 감정에 갇히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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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나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자책하고 헐뜯기 바빴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일도 하지 않았으면서 책망만 하고 있었다니.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내가 가여워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나를 파악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꾸준히 받으면서 나와 대화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떠냐고? 상담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비록 그 과정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무언가 하기 싫고 힘이 들 땐 '나 왜 이렇게 살지?' 대신 '내가 지금 많이 지쳤구나.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걸까?' 하면서 천천히 내 마음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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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에겐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걸 늘 상기할 수 있도록, 하루에 꼭 몇 시간 정도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헬스장에서 PT 받기, 좋은 책 읽기, 일기 쓰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신경 쓰기와 같은 것들 말이다. 또 대학원 입학 준비도 다시 시작했고 체중도 4킬로 정도 감량했다.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고 SNS에 머무르는 시간도 서서히 줄여나갔다.



이렇게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 보기로 한다. 이런저런 환경과 사고방식에 의해 풀려버린 나사를 조금 더 꽉 조여서 단단한 나로 만들어 보려 한다. 그러다 또다시 '돌아보는 삶'이 아닌 '보이는 삶'에 집착하게 되면 그땐 주저하지 말고 이 기록을 읽어야지. 그렇게 계속 나 자신 과의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