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직장인이자 아내이자 엄마가 되었다_프롤로그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쓰고 무려 5년이 흘렀다. 약 1,825일을 지나는 동안 내 삶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드디어 스스로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시간은 끝났을까?
5년 전 받았던 상담 내용은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마다 복기하며 뇌리에 박히도록 애썼다. 자꾸만 흐려지는 기억을 붙잡으니 단단해졌다. 용기를 얻은 난 두 번의 이직을 했다. 또 첫사랑과 연애 7년 차 결혼해 엄마가 되었다. 솔직히 자기혐오를 완전히 끝내진 못했는데 그래도 예전처럼 살아야 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을 정도는 아니다. 장족의 발전이다.
불안정한 나에게 '결혼'은 특효약이었다. 삶이 180도 바뀌었다. 처음으로 슬프기보다 행복한 추억을 더 많이 쌓는 삶이 시작됐다. 인생 제2막이 열렸다고 말할 정도다.
약 1년 반의 노력 끝에 작년 11월, 폭설이 끝나고 해가 비치던 어느 아름다운 날 예쁜 딸도 얻었다. 그러고 보니 임신도 출산도 참 쉽지 않았는데 이 이야기는 눈물 없이 할 수 없어서 나중에 길게 적어보겠다.
아무튼!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생후 6개월이 되었다. 누워만 있던 딸은 자기 몸을 뒤집어 세상을 바로 본다. 엄마, 아빠의 존재도 모르던 신생아는 이제 부모의 존재를 알고 쉽게 목격할 수 없는 무해한 웃음을 짓는다.
생후 6개월. 첫 돌까지 딱 반 년 남은 작은 내 아기와 마주하고 있으면 저 깊은 곳에 가둬 놓은 음울한 생각들이 들키는 것 같아 정신을 더 바짝 차리게 된다. 아기가 나의 우울을 닮는 게 싫어 표정 하나하나 신경 쓴다.
나 하나 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짐승이 쑥과 마늘 같은 값진 시간들을 마구 먹고 비로소 사람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리하여 오늘부터 내 삶을 반짝반짝 빛내 준 두 사람과 함께한 날들을 소상히 기록해보려 한다.
브런치가 나의 새로운 해우소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