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아기 태이 100일을 맞다
태이와 함께 한지 드디어 100일!
100일 뒤에는 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때문에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려왔다. 아주 작더라도 체감이 되는 변화가 있기를 바랐는데 슬프게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좀 허무하지만... 묵묵히 육퇴 완료.
100일간의 육아는 비유하자면 얕은 바닷물 근처에서 모래성을 쌓는 일과 비슷했다. 거의 완성되었다 싶으면 무너져버리고, 다시 만들면 곧 파도가 들이쳐 흔적도 없이 쓸어간다.
우리 사이는 대체 언제 견고해지는 거니?
뭐든지 처음은 특별한 법. 특히 자식은 더한 것 같다. 나는 기록이 취미니까 태이가 어떻게 크고 있는지 쭈욱 써서 스무 살이 되면 근사한 만년필&노트와 함께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신생아 육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단했다. 일기는 무슨 나 씻을 시간도 없었지...
그래서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는 말을 듣는 게 제일 싫었다. 나중은 나중이고 난 지금 너무 힘들다고!
조리원에서 잠깐 모자동실할 땐 몰랐다. 할 만하다 싶으면 어려워지는 육아는 자꾸만 내 밑바닥을 보게 만든다는걸. 산 지 고작 100일 된 아기 앞에서 엄마라는 게, 이렇게 후져질 수도 있구나. 감추고 싶었던 모습들이 드러날 때마다 스스로를 혐오하게 됐다.
(그래서 먼 훗날 내 숨이 멎는 순간 태이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을 것 같다...)
거울 앞에 놓인 화장품엔 손이 닿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메이크업은커녕 아기 토가 묻은 잠옷을 벗어던질 힘도 없던 지난날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할 새도 없고 밥도 허겁지겁 몰아 먹는 나를 보면서 매우 속이 쓰렸다. 분명 내가 원해서 한 임신, 출산, 육아인데 왜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거지? 또다시 자책, 자책..
그래도 셋이 함께한 100일은 단언컨대 매시간 매분 매초 의미 있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밥 먹고 잠만 자던 태이는 이제 놀 줄도 아는 아기가 되었다. 엄마 아빠의 표정을 살피고 활짝 웃는 모습을 따라 하기도 한다. 책 내용을 가만히 보고 듣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견하면 발을 동동 구르고, 몸을 뒤집어 더 넓은 세계를 보려 한다.
나와 남편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태이를 보면서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앞으로 행복한 만큼 고되고 힘들겠지?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책하는 날도 많겠지. 그렇지만 크고 작은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더 단단해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 아쉬울 것 없이 늘 보람찬 가족이 될 거야!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첫 아기 태이에게-
태이야!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 더 생긴 건 내 인생에 다시없을 축복이다.
생긴 대로 사는 게 맞는 거라던 고집을 꺾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태이에게 감사해.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자.
엄마를 닮아서 눈물이 많은 태이야. 너도 나처럼 자라면서 세상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 모든 고통을 막아줄 수는 없어도 네 이름의 뜻처럼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우리가 열심히 도와줄게. 크게 아픈 곳 없이 잘 자라줘서 고맙고 축하해.
사랑해 태이야. 오늘도 어제처럼 좋은 꿈 꾸기를!
* 본 글은 아기가 100일이었던 지난 3월 초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