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산책길..
온화한 일요일 아침인데 무척 흐리다. 안개가 낀 것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가시거리가 짧다. 날이 좀 따스해지면 어김없이 그 먼지 때문에 답답하다. 올봄도 마찬가지일까?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불편함.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지금도 여전하지만, 세계 곳곳의 하늘이 파래지고 반딧불이 돌아오는 등 인간 활동이 위축되면서 자연은 살아났었는데 그 방법 말고는 없는 것일까?
주말이라고 일상이 바뀌는 것은 없지만 오전 시간은 조금 더 바빠진다. 밀린 빨래도 해야 하고, 청소도 조금 더 신경 써서 하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오늘은 아버님 죽 끓이는 것까지 겹치는 날. 부산하게 움직이고 또 사무실에 도착해 장부 정리를 한다. 1층 합판 가게도 쉬는 날이기에 일요일은 무척 조용하다. 창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끔 들릴 뿐이다. 평온하다.
동물 병원인지 카페인지 모르겠지만 귀여워서 한 장 담았다. 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워 본 것 말고는 반려동물에 대한 추억은 없다. 걷다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줄을 쥐고 그네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보인다. 관련 이야기들도, 영상들도 넘쳐나게 많은 요즘이다. 가끔 유튜브에서 고양이 영상을 보면 무척 귀엽고,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살짝 미소 짓는 나를 만난다. 그래서 함께 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 반대로 파양을 하거나 유기를 하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마치 장난감처럼 어렸을 때 잠깐 키우다가 싫증이 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버린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생명이 없는 물건이라도 손 때가 묻고 추억이 함께 하는 것은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던데, 하물며 두 눈 멀쩡히 뜨고 날 바라보는 그들을 어떻게 그리 대할 수 있을까 놀랍기만 하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는 줄은 몰랐다. 뉴스에서 얼핏 들은 기억은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묘한 기분이다. 언제쯤 이전 삶으로 다들 돌아갈 수 있을까?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4차 대유행을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던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백신을 본격적으로 접종하기 시작하면 그 부작용에 관한 뉴스로 또 시끄러워질 텐데 부디 정치적으로 엮어서 투닥거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그러고 보니 이틀 후면 아버님께서 퇴원을 하신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재활병원의 보호자 방문이 전면 금지되었었기에 예정보다 한 달 정도 일찍 집에 모셨었다. 당신께서도 불안해하시고 나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혹시 모를 상황이 신경 쓰여 급하게 결정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아무리 빨라도 연말까지는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퇴근길 저녁 풍경은 오히려 한가롭다. 대로변이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침이나 낮에 가벼운 산책을 하는 분들의 발걸음이 많은 곳이다. 길 건너 올림픽 공원이 있기에 봄이 찾아오면 주말마다 조금은 더 붐비는 모습일 테고, 큰 교회가 두 군데나 있는 길이기에 일요일 낮에는 주차 문제로 복잡해지기까지 할 테다. 물론 이대로라면 예배 모임은 불가능하겠지만.
앞에서 천천히 산책을 하시는 모녀를 보았었다. 고령의 할머니께서는 보행기에 의존하시고, 그 옆의 따님은 강아지와 함께 속도를 맞추어 걷고 있었다. 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그녀도 누군가의 할머니일 것 같았는데 괜스레 마음에 작은 일렁임이 생긴다. 이발을 하시기 위해 모처럼 외출을 하시는 아버님 옆에서 혹시라도 넘어지지는 않으실까 조심스럽게 함께 하는 내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일까?
살아오신 삶의 무게를 어깨에 모두 짊어진 것처럼,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의 뒷모습. 그것이 언젠가는 내 미래일 것이라는 씁쓸함은 아니었다. 아버님의 걷기 운동을 옆에서 도와드리면서, 그렇게 당당하던 두 다리가 자신의 몸 하나 제대로 받치지 못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볼 때의 연민을 할머니에게서 느꼈던 것일 테다. 그분들도 남부럽지 않은 청춘이 있었을 것인데 그립지 않을까 하는 마음까지.
문득 내가 훗날 같은 상황일 때 곁에 있어 줄 누군가가 있을까? 싶어진다. 혼자이기에, 나만의 가정을 이루지는 못했기에 한편으로는 자유롭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두려움이 솔직히 함께 한다. 지독하게 이기적인 마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노력할 생각은 없다. 단지 혼자라는 이유로, 의지하기 위해서 운명이 아닌 사랑을 애써 찾으며 스스로를 기만할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날은 흐리다. 갑자기 밝은 햇빛이, 상쾌한 공기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