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大吉..

다시, 소망..

by 떠도는별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 보통 양력 2월 4일경에 해당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일 때로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 입춘은 음력으로 주로 정월에 드는데, 어떤 해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이상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정의다.


요즘 세대 아니 우리 세대들도 24절기는 잘 모른다. 나 역시 입춘이나 경칩, 춘분, 하지, 추분, 동지, 소한, 대한 정도나 알고 있을까?춘분이나 추분은 낮의 길이와 상관있는 것이라 어둠이 싫었던,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게 기억하고 있는 절기다. 입춘에 우리 집은 호박 국을 먹는다. 우리나라 전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황해도 지역은 그랬다고 하는데 알 수 없는 일이고 상관없는 일이다.


입춘대길, 입춘대길, 입춘대길 세 번을 나지막하게 말하고, 올해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맛있게 먹는다. 입춘 아침은 죽으로 대신했었다. 늙은 호박을 사고 국을 끓이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아 조금 편한 길을 가고자 했다. 모쪼록 올 한 해, 가족 모두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이 이어질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소망한다.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심술인지 아침에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점화가 되었다 안되었다 속을 썩인다. 일찍부터 AS를 신청, 센서를 전부 교체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움직이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이시기에 난방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접수부터 완료까지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역시 좋은 세상이다. 돈을 지불하기는 하지만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는 연탄보일러였었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연탄불을 갈아야 했는데, 물론 부모님께서 하셨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의 발전이다. 자동으로 온도를 감지, 스스로 알아서 가동했다가 멈췄다가하니 얼마나 편리하던가. 게다가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 사고가 빈번해서 소중한 목숨을 잃기도 했었으니 이런 문명의 이기는 소중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 되어 망각하고 있지만.

어제는 늦잠을 자서 저녁에 걸었다. 모처럼 야경을 담아보려 했는데, 이제는 술도 거의 안 마시는데, 수전증이 있는지 대부분 흔들려서 흐릿하게 찍히고 말았다. 그나마 건진 한 장. 실내의 커피숍은 이미 없어졌는데 저 커다란 잔은 그대로 남아 있다. 낮에 볼 때는 몰랐었는데 어두운 배경과 조명 속에 꽤 이쁘장하게 서 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같은 장소를 걸어도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풍경을 이루고 있는 동적인 요소들이, 날씨라든가 사람들 혹은 차량들, 정확하게 일치하는 순간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내 감정에 따라서도 언제든지 변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그 감정이 최우선인지도 모를 일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불교 용어도 있지 않던가. 하지만 그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간이 흘러가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면, 쉽게 짜증을 내거나 초조해하는 나를 자주 본다. 게다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이기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아,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많았었다. 바꿔보려고 노력하다가도 금세 잊어버리고 반복되는 모습. 이제는 정말 나아져야 할 텐데.


이번 겨울은 제법 자주 눈을 보게 된다. 내리는 눈은 우아하다. 빗방울처럼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사뿐히 착륙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온화하다. 물론 매서운, 흩날리는 눈보라는 예외지만. 가끔 얼굴에 닿아 녹아내리는 것마저도 차갑다기보다는 기분 좋은 시원함이다. "여보세요? 실례합니다만 잠시 님의 얼굴에 닿아도 될는지요. 아! 물론 눈망울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럼, 감사합니다." 내 동의와는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이지만 그래도 밉지 않다. 그렇게 하나 둘 쌓이고 쌓여 잠시 새하얀 순수의 의미를 일깨운 후에는 질척거리거나 미끄러운 천덕꾸러기가 되곤 하지만, 그건 그때 일이다.


저녁에는 꼬막 비빔밥을 포장해 갈 생각이다. 근처에 연안식당 체인점이 있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다. 특히 참기름이 고소한데 직접 짜내는 것이라 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게장도 먹을만하고,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잘 드신다. 지금은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반찬을 고를 때도 음식을 포장할 때도 내 취향은 후 순위다. 당연한 것이고 서운할 것도 없다. 당신들에 비해 난 아직 젊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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