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기..
몸이 조금 불편했다. 어쩌면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 설거지 이후에 잠시 현기증이 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3년 전,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잠시 실신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가벼운 공황장애가 찾아온 모양이다. 일주일 전 퇴근길, 걸어가는 도중에 순간적으로 공포심이 들더니 몸이 휘청거렸었다. 그 이후로 오늘까지 아침 산책은 보류 중이다.
사무실 출근은 어제 다시 시작했는데 불안감은 다소 나아진 상태다. 그때에도 그랬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근 한 달 이상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다. 조금 예민한 성격이다 보니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 채, 현 상황에서 내 몸까지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움츠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혈압도 올라 6개월 정도 끊었던 약도 다시 복용 중이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더 나아진 마음이다. 다만, 왜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당분간은 무리하지 않고 쉬어야지 생각하면서도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싶어 괜스레 마음만 더 황량해진다. 새해 들어 영화 감상, 글쓰기 등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닌지 싶어 당분간은 얽매이지 않을 생각이다. 얼마 전 시작했던 브런치 공간도 내버려 둘 마음이고.
어젯밤에는 아버님 피부에 작은 상처가 하나 생겨 또 신경이 쓰인다. 매일 주무시기 전 확인하는 부위인데 하루 사이에 그리된다는 것이 속상하다. 아침, 저녁 두 번 살피던 것을 당신이 원하셔서 한 번으로 줄였는데 다시 늘려야 할 모양이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거동은 이제 가능하시기에 이런저런 부탁을 전하지만, 아버지에게는 그저 잔소리로만 들리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여자하고 둘이서 술 마신 것이 2007년인가 그럴걸?" 지난번 친구들을 만났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건넨 내 한마디에 다들 측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실화냐? 너 싱글이잖아?"라던 한 친구는 한숨까지 쉰다. 당시에는 별생각이 없어 그저 웃고 말았었는데 문득, '내가 잘 못 살고 있는가?' 싶어질 때가 있다. 요즘 또 그런 느낌이다.
위안이라는 것을 타인에게서 얻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저 외롭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그리되었던 것인데 어떤 면에서는 한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게 사랑이란 운명이어야 한다고 되뇌지만, 그 운명을 느끼려면 일단 누군가를 만나야 하거늘, 애초부터 그런 기회를 만들지 않았으니 찾아올 일도 없었을 테다. 지난 시간들이 조금 후회스러워지려 한다.
그렇다고 이제부터라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은 그만큼의 정성이 필요한 것인데 지금 내게는 없다. 특별한 꿈도 희망도 계획도 현재는 전무하다. 하루라는 시간을 온전하게 나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잠시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그 시간이 길어진다 할지라도 받아들일 생각이다. 당분간은 부모님들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내 삶의 의미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없어도 두 분께서 그럭저럭 생활하실 수는 있을 테고, 다른 가족들에게 짐을 좀 나누어 지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마음이다. 다만, 평생 벗어나고 싶었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어떤 책임감을, 결국에는 더 무겁게 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솔직히 가끔은 짜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숙명, 그리 생각하고 훗날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최선은 다해야 할 테다.
그러기 위해서 몸도 마음도 이상이 없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이 불안이 우울로 발전하지 않기를 바라 본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듯하다. 특별한 욕심은 없다. 그저 평온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물론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일 테지만 당분간은 욕심을 내고 싶은 소망이다. 연로해져 가시는 부모님들을 곁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은 아니다. 당신을 용서한 적도 없다. 지금도 예전 기억들이 꿈틀거릴 때면 심장이 뛴다. 원망의 마음도 미움의 감정도, 그저 어린아이처럼 나약해져버린 한 인간에 대한 연민에 묻혀 버렸을 뿐이다. 그뿐이다. 내 마음이 독하지 못해 그럴 뿐인 것이다. 어떤 의미도 두지 않고 그저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봄이 성큼 다가온다. 따스해지는 날씨처럼 얼어붙어 있는 이 마음에도 온기가 찾아올 수 있기를. 그리고 아프지 않기를.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