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는 것
새벽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책 시간에도 마찬가지, 우산을 쓰고 걷는 것이 귀찮아 좀 더 잠을 청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안되는데, 비가 온다고 출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인데 결국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하지만 비는 반갑다. 가을을 더욱더 재촉하는 것이기에. 그친 후 바라보는 하늘은 파랗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일 년에 몇 번 볼 수 없는 청명한 하늘을 만날 수 있으리라.
고개를 들어 바라볼 때면 늘 궁금해진다. 저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텅 빈 우주 공간에 대한 동경 혹은 경이로운 마음은, 내 눈에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어떤 존재가 자리 잡고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민간인들도 우주여행을 하는 시기,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하지만, 저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너무 궁금해진다.
수박 겉핥기. 내 지식이 그러하다. 배움에 인색했던 탓이기에 수긍하지만 글을 쓰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진다. 이것저것 두서없이 써 내려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찾아온다. 물론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용 가치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 요즘이다.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별 의미 없는 끄적임이 아닌, 조금은 더 생산적인 혹은 전문적인 글을 끄적거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 거부하고 싶고 부담스러운 것인데 지워지질 않고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노력 혹은 공부를 할 수도 있을 게다. 진지하게 고민해서 그나마 익숙한 하나의 주제 또는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을 테다.
그런데 귀찮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 버린다. 작가도 아닌데 뭘 그런 고민까지? 싶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면 거기서 끝나면 되는데 이 감정은 이상스럽게 욕심을 부리고 심지어 자아비판을 하려고 하니 내 마음 나도 몰라, 그런 거다.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하여 구입한 책도 몇 권 있는데 지금이라도 한 번 펼쳐보아야 할 모양이다. 마음이 원하는 소리에 조금은 귀 기울여 주어야 할 테니까.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도서나 영화 그리고 노래에 대한 대부분의 내 글들은 객관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좋은 정보 제공의 가치조차도 미미하다.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감성적이다. 게다가 일부분에 대한 감정의 과잉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채, 작품 전체에 대해 비뚤어진 시각으로 '감히 평가'를 하는 경향도 매우, 매우 강하다. 쓰다 보니 암울한 마음이네.
애초에 이성적인 글쓰기를 잘하지 못한다. 비판이 아닌 비난하는 것에만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비평이 아닌 그저 감상문 수준의, 그것도 매우 감정적인,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평이 아닌 감상문이나 쓰면 되는 거지.'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고는 하지만 예전 글들을 천천히 다시 볼 때면 아쉬운 점 투성이인 것도 사실이다. 음, 우울해지네.
게다가 하나의 장르를, 예를 들면 도서라든가, 깊게 탐구하는 것도 아니다. 꾸준히 올리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도서, 영화, 노래 그리고 일상에 대한 단상 등 몇 가지가 혼재하고 있다. 당연히 수박 겉핥기식이 되는 모양새다. 아무튼 그런 고민이 조금씩 커지는 요즘이다. 당장 그 습관이 바뀌지는 못할 텐데, 아니 오히려 이제 오페라 아리아도 명화도 조금 건드리고 싶은데,라는 욕심만 생기니 문제다.
'그냥 타고난 데로 살아.' 이 한마디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려는 고민을 접어 버리는 것이 나을까? 그러다가도 '이왕이면 조금은 더 의미 있는 글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기는 것이 낫지 않겠어?' 싶어지는, 이 얄미운 마음이라니. 물론 깊은 고민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이 왔다 갔다 하며 조금 피곤하게 만드는 지금이다.
에이! 모르겠다! 겉이라도 잘 핥지 뭐!!! 그런데 이번 여름에 수박은 한 번밖에는 먹질 못했네?! @.@
2021. 0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