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는 인연, 이별..

이발소

by 떠도는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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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미세 먼지가 극성이다. 날이 포근해지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아니, 먼지 때문에 포근한 것인가? 아무튼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하더라도 목이 따끔거린다고 느끼게 된다. 예민한 걸까? 뿌연 하늘과 풍경을 바라볼 때면 어렸을 때 은하수가 보이던 밤하늘이 생각난다. 그때는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그 많은 별빛들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백장미 한 송이가 홀로 피어 있다. 11월 하순에. 이게 가능한 것일까?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면서도 다가올 추위(?)를 잘 견딜 수 있을까 싶어진다. 안개꽃과 더불어 가장 사랑하는 꽃이다. 연애를,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할 때면 자주 선물하고는 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어쩌면 이기적인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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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다! 늘 다니던 이발소를 두 달 만에 찾아갔는데 간판이 없어졌다. 30년이 넘도록 이용하던 곳인데, 그 긴 시간 동안 단 두 번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서 이발을 했을 정도로 정이 깊은 곳인데, 아무 소식도 없이 이리 되어버렸다. 지난번 방문 때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는데 무슨 일이 생기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연세가 있으시니 그저 쉬기 위해서라면 다행이련만.


"연락 한 번 할까 싶었는데 잘 왔어!" 반갑게 맞이해주셨던 그 순간이 마지막이 되어 버린 것인가? 댁이 하남인지라 다시 가게를 오픈하신다고 해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찾아갈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이별의 인사도 없이 결국 이렇게 끝을 맞이한다는 것,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가슴이 조금 먹먹해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왜 자꾸 망각하는지.


가게 전화번호 말고 개인 연락처는 모른다. 아니, 알고 있다 할지라도 연락하지는 못할 것이다. 혹시라도 안 좋은 소식을 접한다면 마음이 더 무거워질 것이기에 그저 좋은 이유로 문을 닫은 것이라 믿고 싶다. 문득 첫 번째 만남이 생각난다. 학창 시절 소위 까까머리로 다니곤 했었기에 주로 바리깡으로 이발을 해주던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오직 가위만 가지고 손질을 해주셨었다. 놀랐었다.


시간이 지나고 군대 훈련소 입영 전 이발을 할 때는 "잘 다녀와"라며 걱정도 해주셨었고, 대학 합격과 취직이 되었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시던 분이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3주에 한 번 정도 찾아갔었고, 다른 곳에서 급한 일 때문에 이발을 했었을 때 너무도 서운해하시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도 기억난다. 근래에는 뵐 때마다 "어서 결혼해."라는 말씀을 이어나가시던 분인데.


세월이 흘러 그분 또한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음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었고, 가위질 또한 무뎌지시는 것을 느끼고는 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인연이 끊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런 것인데, 만남이 있다면 이별 또한 언젠가는 겪어야 할 필연인 것이고, 결국에는 내 육신 또한 땅에 묻히고 말 것인데 왜 이리 아둥바둥하면서 살고 있는지 갑자기 씁쓸한 마음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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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도 그랬었다. 거의 10년 만에, 공연을 사랑했었던 시절 자주 술 한 잔 넘기던 대학로의 주막 <이 몹쓸 그립은 사람아>를 찾아갔을 때도 사라진 모습을 보며 황망함을 느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었다. 왜 모든 것들이 예전 그대로 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내가 제한된 동선에서 그저 살아간다고 세상도 그럴 것이라는 한심한 착각.


비록 그때와 같은 씁쓸함은 아닐지라도 간판이 사라져버린,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보니 안타까워지고,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것만 같은 내 삶을 향한 태도에 쓴웃음이 머금어진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며 아직은 걸어야 할 시간에 왜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는 것인지. 주변 상황을 핑계 삼아 안주하고만 있는 것인지.


모쪼록 나쁜 이유 때문은 아니길 마음속으로 다시 빌어 본다. 잃고 나면 이렇게 아쉬워진다. 반성하면서도 반복된다. 부끄러운 일이다.


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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