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도냐는 질문
왜 인도냐는 질문에 이해시킬 수 있을 만한 답을 할 수는 없다. 인도여행 중 나의 단골 멘트,
"인도여행엔 인상 쓸 일이 없었어요. 좋은 곳 좋은 사람들뿐이에요."
- 문상건, <소소하게, 여행중독> 中
#1.
바라나시의 게스트하우스는 방이 5개, 그리고 아래층에는 네다섯 명의 남자들이 은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작업공간이 있다. 호스트는 반지를 직접 제작했고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문양이나 이름까지 새겨줬다.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자주 바라나시를 떠올렸다. 옥상에서 호스트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떠들던 밤, 창 너머로 원숭이와 서로를 훔쳐보던 기억, 소 똥 밟은 신발을 씻던 일 모두 그립다.
#2.
인도에서는 숯에 구운 옥수수를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가격은 20루피를 넘지 않는다. 고아 빨로렘 비치에서 먹은 구운 옥수수를 잊을 수 없다.
맥주병을 들이키며 숯불을 뒤적이는 옥수수 장수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옥수수와 맥주를 먹는 외국인이 재미있는지 구경꾼이 꽤 몰려들었다.
그날 밤 해변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생각했다. 바가지 씌우는 인도사람들이 편해졌고 여기서만 할 수 있는 물물교환이나 독특한 셈법에 익숙해졌다. 더위도 잘 참아내고 소똥을 피해 걷는 것도 노하우가 생겼다.
낯선 곳에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 때 여행에 중독된다. 또 다른 낯선 느낌을 만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가기로 결심했다.
#3.
가장 더운 시즌에 남인도를 가면 혼자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고아의 빨로렘 비치.
해질녘 찾아가면 해변을 통째로 빌릴 수 있다. 성냥 한 갑을 산다. 성냥 한 개피의 불이 밝혀질 때 화약냄새가 최면을 건다.
한 가지 기억을 떠올린다. 좋았던 기억, 아팠던 기억, 그 사람…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딱 10초 동안 그때의 감정이 살아난다.
불이 꺼지면 최면에서 깨어난다. 그렇게 성냥 한 갑을 쓰고 나면 마음이 낫는다.
#4.
인도 우다이뿌르 강가에 앉아 책을 읽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고독으로부터 찾는 해답과 류시화의 시와 잠언을 함께 읽으며 많은 낮과 밤을 아무 대가 없이 흘렸다.
인도인들의 신혼여행지, 화이트시티, 여성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우다이뿌르에서 책 읽는 내 모습이 꽤나 로맨틱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으로 방심하면 어느새 집중이 흐트러진다.
#5.
잠깐의 사색과 고독이 다녀간 후에 더 나아지는 건 딱히 없다. 내면이 성장한다거나 짧지만 멋스러운 말을 하게 되는 것도아니다. 가끔 혼자 있는 시공간에서 가장 유치한 생각을 하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상을 한다. 그런데 마음이 편해진다.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고독으로 가는 중이다. 당신을 위한 처방을 찾을지도 모른다. 겁먹거나 어색해할 필요 없다.
#6.
‘하늘 호수’라 불리는 에메랄드빛 판공초는 해발 4,0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어 고산증을 이겨내야만 볼 수 있는 넓은 염분 호수다. 4,300m의 판공초에 도착해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카메라를 챙겨 판공초로 향했다. 풍경을 보고 받은 충격이 이토록 클 줄은 몰랐다. 머리가 아프고 숨이 차오를수록 처음 사랑이 생각났다.
멈춰야 했지만 걸음은 더 빨라졌다. 홀린 듯이 걸으며 숨이 가빠졌다. 숨소리가 비명처럼 내질러졌지만 걸음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가슴이 도려내졌다.
걷고 또 걸었다. 어지러워 주저앉았다. 눈물이 치료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글은 문상건 작가의 <소소하게, 여행중독>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