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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빈 Mar 05. 2020

엄마와 함께 한라산 등정

3박 4일 제주도 여행


 기껏 쉬는 날인데, 아무데도 안가고 퍼지고 싶진 않아서 오랜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다.   

제주는 가끔 찾지만 그래도 못 가본 곳들이 있고, 아름다운 곳들이 많아 항상 일정을 짜는 데 고민을 많이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머니의 평생소원권 사용으로(웃음) 한라산 등반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한 일정이 되었다.   백록담을 보기 위해 여행 몇 달 전부터 주말마다 서울의 산들을 오르거나,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체력을 늘려놓아서 그런지 크게 부담없이 올랐지만, 내려올 때 엄청 고생했다. 역시 쉬운 산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최정상과 최남단을 찍고 온 여행일정을 소개한다. 





DAY 1



김포국제공항 



산뜻한 기분으로 출발-!



 -을 하고싶지만, 여행 일정 잡을때부터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한라산 등반"이기 때문에 등산용 신발, 스틱 등의 장비를 준비해야해서 무거운 캐리어만큼이나, 예정된 등산에 출발하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다만 더 나이들기 전에 꼭 가보고싶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별 도리가 없어서 그래도 애써 움직이기로. 


 가는 날, 서울은 구름이 많은데다- 제주도는 파도가 거세다는 기상예보를 듣고 원래 도착하자마자 마라도를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조용히 일정을 바꿨다. 명절에 제주도행은 비행기 티켓구하는 것부터 난항이기 때문에, 나는 마일리지로 표를 구하겠다고 1년 전부터 대기타고 구입했지만 결국 편도만 성공하고 돌아오는 편은 결재해야만 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표 제주행은 정말 전쟁에 가깝다.




 출발 전에 가고싶은 곳들을 생각했다. 한라산과 마라도는 엄마의 선택. 나의 경우는 빛의 벙커와 두모악 갤러리, 그리고 거문오름과 양조장이었다. 다만 한라산을 다녀왔더니 오름에 대한 꿈이 부서져서, 그냥 오름은 포기. 거문오름은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예약한 인원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 일부러 다 예약도 해놨는데 결국 취소해버렸다. 한라산 갔다가 다음날 갈 생각을 하니 허벅지가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다들 명절이라 바리바리 무언가 짐이 많은 틈에 엄마와 나는 등산장비를 바리바리 캐리어에 넣어두고 경쾌하게 출발. 

 분주한 공항에서 생각해보니 비상약을 안챙겨서 - 추석이라 약국이 열릴까 하는 마음에 - 비상약도 사고, 커피 마시면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 공항은 약 비싸니까 역시 그냥 집근처에서 대충 사오도록 하자. - 




  제주국제공항 (Jeju International Airport)

           

붐비는 제주공항


평소에도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겠지만, 명절의 공항은 귀성객들과 여행객들이 섞여 더 북적거리는 느낌이다.

 처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공항이 아니라 외부에서 내려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좀 신기했음. 


 짐을 찾고 나와서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으러 셔틀버스를 타러 나간다. 렌트카는 공항에서 예약할 수 없고, 대부분 밖에 있는 대리점으로 가야하기때문에 - 너무 붐벼서 바꿨다고 한다. - 셔틀버스 용 주차장으로 따로 가야한다.  안내표지판이 계속 있으므로 헤매지 않고 갈 수 있다. 공항내리니까 삼다수 줘서 얼른 받음. 









명진전복



친구의 추천으로 방문한 전복집



 이번 제주도 여행의 맛집들은, 전부 제주도에서 근무로 오래 일했던 친구가 "여긴 꼭 가봐."했던 곳들과 유튜브에서 본 장소들을 섞어서 방문했다. 마음에 든 곳도 별로인곳도 있지만- 여긴 좀 신기했던 곳.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렌터카 빌리고 여차저차 해서 2시쯤 방문하게 되었는데도 대기인원이 엄청났다.  출발 전에 간식으로 주전부리를 안먹고 그냥 버텨서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심하게 배가 고플 뻔 했다.







 문제는 주차하다가 차가 너무 빽빽하게 주차되어있어서 가볍게 접촉사고가 났다. 유일한 운전자 - 여전히 난 무법자다 - 인 어머니께서 얼마나 당황하셨는지. 이 일을 겪고, "아 정말 운전 배워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래도 가벼운 사고고 그냥 렌터카끼리 부딪혀서 각자 보험사에 전화만 하고 죄송하다 사과하고 적당히 끝냈다. 긴장하신 어머니를 좀 풀어들일까 기다리는 동안 밖에서 바다구경했는데, 문제는 바닷바람이 너무 거세서 - 출발때부터 제주도 파도 강한 편이라고 예보를 봤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 몇 분 있다 너무 추워서 얼른 대기실로 들어가버렸다.







 1시간 가량 대기하고 - 대기 정말 싫은데, 이거 먹으려고 일부러 온거라 어쩔 수 없었음 - 전복세트도 맛있어보였는데, 다 먹기 좀 버거워보여서 그냥 전복돌솥밥만 2개 시켰다. 근데 옆 테이블 시킨 거 보니까 엄청 싱싱하고 탱글해보여서, 아 시킬 걸 그랬나 하고 좀 후회하긴 함. 게다가 돌솥밥이 생각보다 양이 나한텐 좀 그랬다. 어머니는 적당히 만족스러운 양이라고 했는데 나는 좀 아쉬운 양. 밑반찬과 국물은 나쁘지 않았고, 해산물 맛 때문인지 살짝 비리지만 바다맛 나는 돌솥도 괜찮았지만, 솔직히 대기시간이 좀 미쳐서 아쉽긴 했음. 










빛의 벙커



공간 자체가 미디어아트인 곳



 전시를 좋아하는 편이라 여행 가면 문화공간을 방문하는 편이다.


 서울에는 미디어아트전시하는 곳이 많고, 사실 난 미디어아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1번 방문하고 "와, 취향 아니다."하고 더는 가지 않는데- 빛의 벙커는 가볼만하다고 추천을 많이 받아서 방문하게 되었다. 네이버로 예약방문. 


 주차장이 이미 만차라- 안내를 따라가면 피자집 주차장에서 주차하고, 셔틀버스로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다. 셔틀버스 때문에 들어갈때부터 조금 귀찮았음. -







 공간 자체를 다 활용하는 미디어아트 갤러리라서 압박감이 굉장하다. BGM도 나쁘지 않고, 워낙 화려하기 때문에 한 30~40분 정도 진행되는 영상에 푹 빠질 수 있다. 아마 영상 버전이 몇개 있는 것 같은데, 어머니가 1개만 보시고 "이정도면 됐다. 더는 안볼래."라고 하셔서, 그냥 아예 풀로 한편만 보고 나오게 됨. 










도렐(Dorrell)



성산일출봉 옆에 있는 너티카페



 추석연휴라 열지 안열지 모르는 상태라, 전화하고 방문한 곳. 다행히 오픈한다고 해서 갔는데 카페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따끈따끈하게 빛이 들어와서 좀 앉아서 쉬면서 다녀온 곳. 친구가 너티커피를 추천해서, 고민하다 그냥 그걸로 선택. 원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냥 아메리카노마실까 했는데 원두가 산미가 좀 있을거같아서 친구 추천대로 너티커피로. 오, 상당히 맛있다. 


 자리가 편한 건 아니었는데, 햇빛도 따땃하고 - 바람이 꽤 거세서 노곤노곤하니 좋았다 - 음료도 맛있고 해서 좀 오래 앉아있었다. 잠깐 여유부리긴 좋은 장소. 주변에 편집샵들이 있어서 구경했는데 살 건 딱히 없어보였음.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꼭 한번쯤 방문해보면 좋을 갤러리



 엄마에겐 재미없을지 모르지만, 사실 빛의 벙커보다 이곳을 더 방문하고 싶었다.


 사진작가 故 김영갑 씨의 사설 갤러리로 아주 제주도 느낌이 나는 갤러리라고 추천을 몇번이나 받았었다. 전에 방문했을 때는 아예 이곳에 올 시간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패스했는데, 이번엔 여유로운 일정이라 겸사겸사 한번 방문함. 날씨가 좋았다면 정말 반짝반짝 예뻤을 것 같은데, 워낙 날씨가 흐려서인지 폐교로 만든 갤러리가 조금은 음산한 느낌이었다.







 서울에서 전시할때 일부러 방문해서 본 오름의 사진들은- 새로운 작품도 많고, 마음에 드는 작품도 제법 있었다. 어쩐지 바람소리가 날 것 같은 작품들을 느긋하게 보던 장소. 이곳에선 바람도 멈추는 것 같아서 고요하다.


 입장권 사면 엽서도 주는데 신나서 엽서 골라왔음. 이것도 추억이지 뭐. 지인에게 소개받기로 "제주도에서 가장 제주느낌이 나는 장소." 라고 했는데, 과연 그런 느낌이 든다. 정말 날이 좋은 날 갔으면 좋았을 걸. 첫날 제외하고 전부 다 날이 좋았는데- 시간 여유가 별로 없어서 그냥 지나친게 좀 아쉬울 정도. 





 





봉성식당



정말 맛있는 근고기집



 제주도 가기전에 여러 추천도 받고, 유튜브 소개영상도 보다가 "얜 꼭 간다."하고 정한 근고기 집. 


 추석 당일은 쉰다고 전화로 안내받아서 첫날 저녁으로 먹게 되었다. 다만 가는 길이 정말 시골길 스멜이라 - 다른 큰 길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타고 있던 내비는 시골길로 안내했음. - 엄마한테 가는 길 내내 욕먹어서 속이 쓰렸다. "이런 시골에 뭔 식당이 있겠어!" 라고 그렇게 날 머라고했는데, 식당도 있고, 무려 대기줄도 있다(...)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금방 들어감. 밖에 멍멍이들도 있는데, 난 정말 동물 싫어해서 근처엔 안갔음. 


 흑돼지가 가장 맛있죠 하길래 고민없이 흑돼지. 엄마는 운전하는 동안 어둡고 산길을 운전한터라 기분이 별로라서  "엄마 별로 안먹을건데."하길래 "2인분 시키고 먹을만큼만 먹고 남기지뭐."했는데 되게 열심히 드셨다(....) 사실 나도 엄마한테 내내 잔소리 들어서 - 잘 알아봐야지, 이런 시골길이라니, 이 바보가, 등등 - 기분이 영 멜랑꼴릭 했는데 "하 씨 너무맛있어..."하고 결국 맥주도 좀 곁들여서 마시게됨. 여긴 제주도 다음에 또가도 꼭 다시갈거다. 정말 고기 맛있음. 


 근데 문제는 여기가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늘봄 흑돼지 갔더니 그게 비교되서 맛이 없었다.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로



올라갈 땐 편하고, 내려올 땐 힘든 코스



 여행기 시작 초반부터 몇번을 말했지만, 대한민국의 최정점 한라산의 백록담을 어머니께서 반드시 보고싶다고 하셔서- 부득불 코스에 넣었다. 이때문에 이해 봄부터 추석전까지 친구들과 등산하고, 자전거타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체력을 키웠다. 꽤 도움이 되었다. 다들 성판악 코스로 올라가서 관음사 코스로 내려온다고 하는데, 추석이라 택시도 안잡힐 것 같고- 주차장 찾으러 다시 오기 싫어서 그냥 성판악 코스로 올라갔다가 성판악 코스로 내려왔다.


 성판악 코스는 올라가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심심하다고 하지만, 난 사실 다 모르겠고 성판악 코스 오르는 길은 그래도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내려오는 길은 정말 지옥같았다는 점을 꼭 말하고싶다. 관음사길은 내가 안내려가봐서 모르겠으나, 정말 내려오는 길이 끔찍하다. 현무암으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땐 멋있어 보였는데, 내려오면서 진짜 너무 힘들고 짜증나고 중간에 한 번은 울먹울먹 했던 것 같다. 등산화도 신고, 스틱도 집고 올라갔는데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돌바닥의 고통이란.

 추석날 날씨가 좋아 오르는 분들이 많았는데, 내려갈때 수페르가 캔버스화를 신고 내려가던 여성분의 고통스러운 얼굴에서 나는 공감했다. "와, 저렇게 얇은 신발로 여길.... 젊음이 굉장해"라고 생각했음. 아무리 그래도 등산화는 챙기자.

 돌바닥이라 너무 아프다.


 성판악 주차장에 7시쯤 도착했다. 이미 주차장은 만차고 도로에까지 차가 주차되어있다. 대충 눈치껏 도로에 주차하고 등산화를 단단히 신고, 무릎보호대를 차고 스틱까지 들고서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 출발전에 주차장에 간단히 식사하거나 김밥 파는 곳이 있다. 난 추석이라 안열줄알고 그냥 이마트에서 빵같은거 사갔는데, 열 줄 알았으면 그냥 김밥 사갈걸, 하고 좀 후회했다.

 추석이라 가족단위 등산객도 많고, 친구들끼리 온 듯 학생들로 보이는 무리도 많았는데 정말 잘올라갔다. 나는 그냥 내 속도로, 등산을 잘 하시는 어머니는 그래도 내가 걱정된다고 적당히 속도를 맞춰주셨다.





 올라가면서 날씨가 3번은 바뀌었는데, 처음 진입로에서부터 한동안은 얕은 안개비처럼 내리거나 습기가 엄청났다. 아마 해발 800미터쯤? 해서 비가 그치고 바닥은 젖고 습한 정도로 바뀌더니, 정상에 다다랐을 땐 날씨가 정말 좋았다. 힘든건 힘든건데- 너무 깨끗한 백록담을 봐서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올라가서는 엄청 만족했다. 내려오고 힘들어서 욕이란 욕은 다 했지만. 그래도 오르는 길은 성판악길은 편했다. 백록담까지 짧게짧게 쉬면서 3시간 30분정도 소모되었는데 정상에서도 걸을만 했다, 라고 생각했다. 안내에는 느린걸음으로 4시간 30분정도 걸린다고 되어있고, 12시 30분부터는 백록담 등반을 막기 때문에 시간내 도착해야한다.



 이쯤부터는 오르면서 내려보는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참 내려보고 사진찍고, 내려보고 사진찍고 하면서 올랐다. 하늘이 이렇게 푸를 수가 없다. 발밑에 흐르는 구름이 정말 멋있었다.




전체 여행동선과 시간표 


위시빈 여행기 시간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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