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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첫째 주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첫 번째 과제 - 자기소개 시.

by Wishbluee

그림 그리기를 더 좋아한다.

검은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서울의 핫플들을 더 좋아한다.

어른의 영향력보다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를 더 좋아한다.

던킨 도넛을 사랑하는 나 자신보다

런던베이글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더 좋아한다.

드러나 있는 것들보다 가려져 있는 것들을 더 좋아한다.

집을 나서기 전, 나를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서울 갈 때는 잔뜩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동네에서는 거지꼴로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떠드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다투면 침묵보다 끝장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

잔뜩 쓰고 고민하느라 아무것도 올리지 못하는 것보다

중이병같아도 퇴고 없이 일단 올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기념일에 받는 꽃 한 다발을 좋아한다.

비정기적인 기념일에 받는 꽃 한 다발은 더 좋아한다.

무례한 상냥함보다 무심한 다정함을 더 좋아한다.

글씨를 잘 쓰는 남자를 좋아한다.

영어가사를 외우기보다 보면서 팝송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드넓은 풍경보다 작고 여린 것들을 찍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모든 하찮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한다.

노을 진 하늘보다 바라보는 눈동자에 진 노을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 아이를 마주 보는 것보다 품에 껴안고 가슴을 맞대어 얼굴을 부비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북적북적한 일요일보다 고요한 월요일 아침을 더 좋아한다.

캠핑 바베큐보다 호텔 조식을 더 좋아한다.

세 시간 기다려서 먹는 불친절한 맛집보다는

두 손 반겨주는 친절한 맛집을 더 좋아한다.

깊게 생각하다 움츠러든 나보다

에라 모르겠다 저지르는 나를 더 좋아한다.

나를 바꾸려 애를 쓰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미사여구로 가득한 흐릿한 한 장 보다 심심하지만 명확한 한 줄을 더 좋아한다.


-생각을 좀 하고 쓴 버전.




유튜브 컨텐츠를 좋아한다.

독서보다 글쓰기를 더 좋아한다.

오징어 숏다리를 좋아한다.

물보다 커피를 더 좋아한다.

전시회 보는 것보다 보러 가서 들른 맛집을 더 좋아한다.

귀엽고 예쁘고 가성비 넘치는 물건들을 좋아한다.

예쁜 옷, 가방, 신발들을 좋아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가사를 외워서 부르는 것보다, 가사를 보면서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책을 읽다가 감동받는 스스로를 좋아한다.

가끔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를 좋아한다.

그 청년들의 젊음과 밝고 순수한 열정, 에너지를 좋아한다.

특히 '필릭스'의 요정 같은 신비로운 외모, 낮은 목소리, 훌륭한 인성을 좋아한다.

필릭스의 고향인 호주를 떠올리며, 드넓은 자연과 바닷속에서 살았으면, 저런 아이를 키울 수 있었을까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를 좋아한다.

그의 외모와 연기력을 좋아한다.

해리포터 보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한다.

특히 레골라스가 잘생겨서 좋아한다.

동안이라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좋아한다.

아니, 예쁘다는 말보다 동안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음. 그냥 둘 다 좋아한다.

글쓰기 과제보다 쇼츠 보는 걸 더 좋아한다.

장편드라마보다 드라마 요약 유튜브를 더 좋아한다.

싸움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숙이고 화해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생각 없이 쓴 버전.




두 버전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장난기를 얹고 안 얹고의 차이일 뿐이지만.

어느 것이 과연 나일까?

무엇이 나 다울까.


첫 번째 숙제였던

'시로 소개하기'는

제시된 시를 '다시 쓰기'하여 완료했다.


그저 내 색깔로 다시 채우면 될 것이니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그 과제는

예상보다 어려웠다.

'솔직'하다가 '원색적'이다 와 비슷한 뜻은 아닐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서는

조금 더 정제해서

시간이 지난 후의 내가 보기에도

혹여나 들르신 분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버전을 하나 더 써보았다.


생각 없이 쓴 버전은 날 것 같아서 좋고,

조금 생각하고 쓴 버전은

진중해서 좋고.


결국 다 좋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시간 때문이려나.


시간이 흐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같이 흘러버려

어떻게 바뀌어 버릴지 모른다.


그래서 2025년 6월 첫째 주의 나는

이런 것들을 좋아했다는 걸

기억하고 싶어, 이렇게 남겨둔다.



-다시 쓰기 한 시의 원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선택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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