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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hbluee Oct 25. 2024

삼청동에는 이쁜 게 왜 이리 많아여

작고 소중한 조각보 같아.


 동네 작은 카페에서 사진을 가르쳐준다길래 얼른 신청을 했다. 당시 내게 디카가 하나 있었는데 그때는 그게 참 괜찮은 카메라였다. 큰아이 사진을 그걸로 다 찍었는데 작은 프레임 안에 나의 추억이 소위말로 박제되어 한 폭의 그림이 되어있으니 그게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목에 걸고 다니면서 그냥 일상을 찍어도 내 눈으로 보는 것과는 너무다 다른 세상이 그 안에 펼쳐져있어서 감동적이었는데, 그냥 봐도 예쁜 것들을 찾아다니며 찍으니 어찌나 반짝반짝하던지. 사진을 보는 내내 행복했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하던 어느 날, 카메라 선생님이 출사를 나가자고 하셨다. 출사. 나가서 사진 찍는 거~ 그거. 그 당시 유명한 출사 장소 중의 하나가 바로 삼청동, 북촌이었다.

 그렇게 설레는 나들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당시 아이가 아직 어렸기에 째깍째깍 신데렐라 신세다. 아니 신데렐라 아니고 애데렐라.


그래서, 애데렐라는 초집중하느라 미간을 한껏 찌푸린다. 남은 시간 동안 눈에 꾹꾹 눌러 담고 싶으니까.


삼청동나들이는 정독도서관에서부터 시작을 한다. 평일에 주차하기 딱 좋은 곳이 정독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주차를 하고 걸어 내려오면 갈래길  골목들이 맞이해 준다.. 오른쪽으로 돌아서 보이는 길로 꺾어 들어가면 올망졸망한 가게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 그 골목길로 따라 내려가면 한 걸음 걷기가 힘들다. 알록이 달록이, 어쩜 그리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늘어놓았는지 눈을 뗄 수가 없다.  가판대부터, 골목 사이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앙증맞은 간판들을 걸어둔 음식점들. 카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3월에 찍은 사진이다. 도서관에서 꺾어 들어오는 그 골목길 어드메인 듯.



어디를 찍어도 다 그림이고, 예술이 된다.

어쩌면 조선시대가 계속 되어 왕정이 유지되었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드라마 '궁'처럼.

우리나라가 전쟁이라는 시련을 겪지 않고 발달되어 왔다면, 서울 뿐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의 도시와 길거리는 삼청동과 같은 모습이었지 않을까? 이름도 계속 조선으로 남아서 대한민국이라고 불리지도 않았으려나.

오래됐지만 추억때문에 마음이 가서 버리지 못하고 애써 유지해 둔 기와집에 토대를 보강한다. 새로 벽을 발라 놓고 세간살이를 요즘것으로 바꾸어 옛것을 놔두면서 새것으로 보강한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분명하지만 모호하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을 넘나든 다정한 간섭으로 헌집인듯 새집인 듯 두 고유한 아름다움이 균형을 이루며 어느 하나 빛을 바랜 것 없이 나란히 각자의 자리에서 은은하게 반짝인다.

그래서 영 특별하고 신비스러우며 묘한 매력이 넘실댄다.

삼청동의 길거리에 눈을 떼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수제화를 파는 가게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행 타지 않는 리본단화. 역시 직접 찍은 사진.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다들 모여서 갔지만 각자의 순간을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용히 서로의 몰입을 의식하며 가끔 마주칠 때 눈짓으로 허락을 구하고 그날의 한 장면 안에 동료를 담는다. 내가 나로서 있을 시간이 전혀 없던 그 시절, 꿈만 같았던 출사는 아쉽게도 세 번으로 끝났다. 그리고 모두 삼청동에서 이루어졌다.


 지금은 무거운 디카를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은 잘 볼 수가 없다. 가벼운 스마트폰이 그 기능을 톡톡히 하여, 웬만한 카메라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길가면서 툭툭 찍으면 대충 찍어도 흔들림까지 잡아주고, 흔들렸다 한들 보정어플로 다시 잡아주면 되니까. 순간을 담는 데 부담이 없다. 엄청난 장점이다. 그렇지만, 그 순간의 공기. 기억들까지 모두 집중하며 담아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의 기억 저장소는 한계가 있어 느끼는 모든 순간을 집어넣을 수는 없다. 찍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너무 많은 사진에 질려 다시 돌아보지도 않을지도. (아닐 수도 있지만.)


 단 한 장의 추억.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담아내는 시간들. 그중에서도 또 고르고 고르고 곱씹어 뽑아내어서 나만의 시선으로 다시 다듬어 곱게 빚어 놓은 사진을 마음의 액자에 담아 소중히 기억저장소에 올려놓는다.


오랜만에 묵혀있던 오래된 디카를 목에 걸고 시야를 좁게 좁게 만들어 바라보며 걸리는 아름다움 들을 담아보는 것은 어떠실지? 여기 삼청동이라면 반드시 그러한 소중한 시간들을 하나 하나 꿰매어 만든 조각 보자기에 곱게 싸서 스스로에게 선물로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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