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내게 옮겨줘요, 타샤 튜더.

그녀의 그림 앞에 서서

by Wishbluee

2025년 12월 16일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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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무 기대하고 고대하던 타샤 튜더 전시회를 보러 왔다!

예전부터 정말 좋아하던 작가라서, 나는 입구부터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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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러분이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기에는 너무 짧아요.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특권인지.
삶의 모든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전시의 시작부터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는 문장이다.


행복이 속속들이 박혀있는 그녀의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며,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그날의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제의 일기글의 내용은 '쓸 게 없으니 오늘은 우물의 덮개를 덮어두겠다'였다.

하지만 사실, 글감은 있었다. 그걸 쓰지 않기로 '결정' 했을 뿐.


일요일 저녁은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었다.


우리는 오랜 시간 싸웠다.

나는 화가 났다. 그리고 눈물도 났다.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는 듯해서.

기댈 곳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외로움이 벼락같이 무너져 나를 덮쳤다.


결과적으로 모든 일은 잘 해결이 되었다. 우리는 또 사랑을 찾았다.

하지만 내 마음의 상처는 낫지 않았다. 여전히 내 몫이 무겁게 남아 있었다.

마음속에 '외로움'이 깊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감정은 '행복'과는 꽤 많은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과정을 글로 쓸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이 결론을 내지 못했기에.

그 기록을 고스란히 적어두면 반드시 '또 다른 상처'를 불러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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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는 막내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전기와 수도가 나오지 않는 곳에서 살았다.

남편과 가게를 꾸려가며 함께 동화책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이혼을 하고 혼자서 아이 셋을 돌보며 살았다.


그녀는 빅토리아 시대를 사랑했다.

그래서 그 시대의 옷을 스스로 지어 입고, 그 시절의 방식대로 살았다.

정원을 가꾸고 코기를 기르며 동물과 함께 살았다.


그녀의 삶은 '동화책' 그 자체였다.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러워요.
개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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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자신이 정한 삶의 방식은 아름다웠지만,

분명 고단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어려움도 그녀의 삶에 대한 애정을 내려놓게 하진 못했다.


아마도 그 힘듦까지도 감싸 안고 사랑했을 테니까.


그것도 그녀의 '삶의 일부'였을 테니.

그건 그녀에게는 바로 '행복'이었겠지.


'나는 다림질, 세탁, 요리,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게 좋아요.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가정주부라고 적어요.
찬탄할 만한 직업이죠.
잼을 저으면서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으니까.'


이 문구를 읽고 머리를 한 대 턱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랑스러움에 또 한 번 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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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도에 그린 'The Night before Christmas' 작품 앞에서 눈물을 조금 머금었다.


일요일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인 큰애와 다투고 화해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요즘 많이 힘들어. 사실 몇 년 동안 계속 그랬어.'라는 고백을 했다.


아이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했던 뒷배경에,

'고등학교 입시 실패 때문에 놓쳤던 학업과, 새로운 시작조차 마음대로 안 되는 절망도 있었을까.'

하는 짐작을 했다.


아이를 꽈악 끌어안고서

'너는 잘할 수 있어. 네가 얼마나 빛나는 아이인데. 너는 무조건 잘 해낼 수 있어.'

해주며 우리는 둘이 같이 울었다.


나는 너무 속상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면 되는데'


제도권 안에서는 그게 너무나 어렵다.

벗어나자니,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자신이 없다.

그래서 입술 깨물고 '버티기'를 하는 수밖에 없으니, 힘든 것이 당연하다.


'The Night before Christmas' 속의 여자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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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인형, 티파티 푸드세트, 유리단지 안에 담긴 맛있는 쿠키들, 양 인형, 리본, 알록달록한 선물들...


아이의 머릿속에는 온갖 것들이 눈부신 별처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렸던 우리 큰애의 꿈속에도 저렇게 반짝이는 것들이 떠 있었을 텐데...

내 아이가 안타까워서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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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mas Star'


추운 겨울날, 엄마가 어린아이를 안고 크리스마스 별을 찾고 있는 그림이다.


언젠가 큰 애가 아주 어렸을 때, 나도 바닷가에서 아이를 안고 내려오는 태양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느끼는 그 순간이 기억이 났다.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며, 작고 여린 내 아이를 꼬옥 끌어안고 사랑스러운 그 살내음을 맡으며,

'엄마가 꼭 지켜줄게' 하고 맹세를 했더랬다.


나는 그 맹세를 과연 지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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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가 사랑한 코기들 앞에 섰다.

그녀가 가꾼 정원과 집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던 강아지들.


그저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그녀.


타샤의 작품들을 보면 그래서 마음이 벅차오른다.

돋보기를 이용해 보아야 할 정도로 작은 그림들 속에, 하나하나 수놓듯이 그려 넣은 그녀의 '행복'들.

그림을 그리면서도 분명 한 획, 한 획을 기쁨으로 그었겠지.


타샤의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감상했다.

총 12분 동안 정성스럽게 가꾼 그녀의 정원과, 집, 가족들을 보았다.


'행복하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요.'


나이 들어 굽어진 등도, 깊게 패인 주름도

그녀의 맑은 눈동자 속 별빛을 흐리게 하지는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그 메시지를 내 삶으로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살아있음의 기쁨을 온몸으로 만끽하라.'


그녀의 그림을 한참 동안 보고, 또 보던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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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그녀의 그림의 '모서리'들.

어쩌면 화면 가득, 구석구석 이렇게 '삶에 대한 찬양'을 담아놨을까.

타샤의 사랑이 내게로 옮겨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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