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집

로봇 '아틀라스'가 떠받치게 될 지구

식탁위의서 나눈 미래 이야기.

by Wishbluee


2026년 1월 10일 아침,

인터넷은 전날 발표된 현대의 로봇 아틀라스로 시끄러웠다. 남편과 나도 각각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또는 지인의 추천으로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중에는 일론 머스크의 미래 예견 인터뷰도 섞여 있었다.


그 인터뷰에 의하면 5년.. 아니 3년만 지나도 지금과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제 인간에게 '노동'은 의미가 없을 것이며, 모두가 균등하게 고소득을 나누어 받을 것이다. 의사도 변호사도 고성능 로봇과 AI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고 하니, 이것들은 모두 예견이긴 하지만 허무맹랑하기만 하지도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고등학생 때, 과학주제 그림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다. 발달된 미래 도시를 그린 그림이었다.

그때 나를 사로잡은 건 '사일런트 뫼비우스'였다. 만화책 내지의 도시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느낌을 내려고 애썼다. 미국 만화들이 그리는 닿을 수 없는 우주적 미래가 아니라, 현실 도시에 상상력을 살짝 덧붙인 정도.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모토코가 사이버 브레인으로 타인의 의식 속에 '다이브'하던 장면들, '애플시드'의 6족보행 로봇들이 매끄럽게 움직이던 모습들. 그 만화 속 로봇들조차 어느 정도 '자의식' 같은 걸 가진 것처럼 묘사되었었다.


과거 만화로 접했던 미래가 이제는 만화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코앞에 와 있다.


그 실감은 아틀라스 영상을 보면서 더 확실해졌다.


아틀라스는 키도 크고, 높이 있는 물건도 꺼낼 수 있으며, 30KG이나 되는 짐을 옮길 수도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 매끄럽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오래전 그 SF만화의 로봇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CG나 AI생성 영상이 아닌 현실의 로봇이 눈앞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쿠사나기 모토코가 내 뇌에 사이버브레인으로 다이브 해서 내 생각을 낱낱이 알아내는 날도 머지않았구나'


망상 같지만, 과연 망상일까.


남편과 식탁에 앉아서 아침식사로 만든 연어베이글을 먹으며, 아틀라스이야기를 나누었다.

곧 아틀라스가 그 이름처럼, 전 지구(의 노동)를 떠받들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앉아서 미래의 모습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상상했다.


나는 걱정부터 했다. 로봇과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노동이 사라지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생존본능에서 발달한 호르몬 작용들이 갈 길을 잃으면, 인간에게 주어질 새로운 욕망은 어떤 것일까? 도파민은 어디에서 터지게 될까?


돈과 노동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은 결국 외형이나, 내면의 깊이를 욕망하게 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예술과 아름다움이 바로 권력이 될 것이고 모두들 그걸 갖기 위해서 애쓰게 될 것이라고.


남편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영화 '월-E'처럼, 모두 뚱뚱해진 채 핸드폰이나 붙들고 있지 않을까. 오히려 생존과 관련된 욕망을 내 멋대로 휘두를 수 있으니,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삼시 세끼가 아니라 하루 열 끼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개개인의 욕망이 더더욱 깊어져서 결국 쾌락만을 추구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그러면 아틀라스가 와서 호루라기를 삐익 불면서 경고를 날리지 않을까? 신체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하며."

"그럴지도 모르겠네. 빅히어로의 '베이맥스'처럼 말이지?"


머지않은 미래에 식탁에 앉아서 우리는 또 이런 담소를 나누고 있을까?

그러면 그 시간에 로봇들이 설거지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개고 있겠지. 로봇 반란은? 로봇은 욕망이 없으니 '반란'을 일으킬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낳을까? 낳는다고 해도 로봇이 모조리 키워버리면 그 아이는 어떤 '인간'으로 자랄까.


식탁 위에 미래는 온갖 모습으로 쏟아져 나왔다. 망상 같지만 묘하게 현실감이 있는 대화들이었다. 눈앞에 인류가 그렸던 미래가 와 있다. 하지만 어떻게 진행이 될지 미지수이기에 두렵고도 신비롭다.


세상이 뒤집혀가는 혼돈의 대화들을 하던 중, 아이들이 깨어나서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각자 아이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큰 딸 장미야, 머리 감아. 학원 가야지!"


"작은 딸 데이지야, 일어났어? 너 어제 안 씻었지. 씻고 문제집부터 풀어. 어제 약속했지?"


그리고 나는 마시던 차를 정리하고, 서둘러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아이들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아틀라스에게 밥을 차리는 노동을 시키려면, 뭘 만들어야 할지부터 명령해야 할 테니.


아직 미래가 오지 않아서, 우리 부부는 오늘도 밥을 차리고 빨래를 돌리는 주말 아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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