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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hbluee Dec 10. 2024

당신은 매일 무엇을 먹고 사나요?

당신의 삼시 세 끼가 무엇이길래?

 매일 아침 크게 하품을 하며 일어납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아침인데도 어둑어둑해요.

두두둑. 소리가 납니다. 기지개를 폈기 때문이에요. 침대에 더 푹 파묻혀 있고 싶지만 다리를 들어 영차, 하고 일어납니다.


거실로 나올 거에요. 그러면 불을 탁 켜요. 거실 전체 말고요. 부엌에만 불을 켜지요. 

그리고 싱크대에 두 손을 탁 내려놓구 고개를 이리 저리 움직이다가 문득 천장을 쳐다봅니다. 

그냥 허-연 천장이네요. 꽈악 막힌.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여 바닥을 봅니다. 아. 슬리퍼를 신은 두 발이 꼬물거리네요. 

순간 멍-한 얼굴로 다시 두 손을 들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립니다. 탁. 스위치가 켜지면 보글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나요. 멍-하게 커피 포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당신도 저와 같나요? 아침의 루틴은 다를지 몰라도 생각에 잠기는 것은 같을 것 같아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이 브런치북을 클릭하신 걸로 보아하니, 분명 저와 고민하는 게 같으실 것 같은데요. 


아. 아침은 뭘 하지

 

그리고 아마도 깊은 한숨을 내쉴 거예요. 후----우우우우...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홀로 부엌으로 나와서 매일 같은 고민을 하는 당신. 

일단 박수부터 드릴게요. 온 가족의 식탁을 책임지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짝짝짝. 


 일단 냉장고를 열어봅니다. 어젯밤 먹고 대충 냉장고 안쪽 깊이 넣어 둔 반찬부터, 서랍칸 구석에서 썩어가는 야채까지. 아이고. 일단 좀 치워야겠네요. 아침부터 왜 이리 할 일이 많은건가요. 피곤하네요. 새벽부터 피곤함을 온 식구 중에서 왜 나만 느껴야 하는가. 구시렁거리면서 다시 냉장고를 뒤적뒤적 재료를 스캔해요. 오늘 아침에는 뭘 해 줘야 하나. 점심에는 또 뭘 해 먹지. 저녁은 또 뭐 해줘야 해. 


어렸을 적 제 머릿속에는  국, 영, 수 분명 빼곡히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가끔 교양있는 한 마디도 끼어있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만 있는 사람 같아요. 

아침 점심 저녁 아침 점심 저녁 아침 점심 저녁 


요놈의 세 단어가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기만 하죠. 다른 생각이 들어갈 틈이 좀처럼 없어요. 하루종일 이 생각뿐이죠. 제가 틀렸나요?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다시 이 생각으로 돌아가곤 하잖아요. 그렇죠?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돌밥돌밥. 아이고, 어지러워라.



네에, 저도 그래요. 이건 뭐 내가 사람인지 밥 하는 기계인지 모르겠어요. 

요리책도 뒤적여보고, 유튜브도 보고, 그렇지만 매일 영양가가 풍부하고, 다양한 음식을 하기는 너무 힘들잖아요. 네에. 저도 그래요. 아주 죽겠어요. 게다가 우리 집에는 입맛 까다로우신 분이 계신단 말이에요. 당신네 집에는 없다고요? 와! 엄청 부럽네요! 아니 거기, 거기 당신네 집에는 둘이나 있다고요? 와우. 저보다 심하시네요. 아, 그 댁은 식단을 조심해야 하세요? 아니, 또 저 집은 알레르기가 있다네. 


아이고, 우리는 무슨 의사도 되어야 하나 보네요.

그저 한 끼 때우는 용도의 식사로는 어림도 없네요.

이 한 번의 밥상에는 고려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만 해요.


그래요, 나는 그냥 평범한 주부일 뿐이고요, 무슨 저명한 요리사 같은건 아니지요.


그렇지만 제가 당신과 같은 고민을 매일 매일 한다는 확실하니까요. 

남의 집에선 오늘 먹는지 한번 엿보시렵니까? 

답답할 때 지역카페에 오늘 저녁 뭐 먹어요? 올라온 질문에 답변을 뒤적거리듯이, 

카카오톡에 어휴 오늘 저녁은 뭐 하니?라고 물어본 뒤 올라오는 사진들을 열어보듯이, 

저희 집 밥상 구경하실래요? 


저는 다른 건 모르겠고요 

그냥 호기심이 조금 많아요. 이거 저거 사다가 써보는 것 좋아하고요.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도 해요.

어쩌다가 기분이다! 하면 예쁘게 세팅하려고 노력도 하고요, 유행하는 요리도 시도해보기도 해요.

가끔 처참하게 실패하기도 하고요. 피곤하면 그냥 반찬통 채 식탁에 턱 올려놓습니다. 

아. 당신도 그렇다고요? 맞아요! 우리 정말 비슷하죠?

그런 저의 보통의 밥상, 한 번 구경해 보세요. 


이리 와요, 같이 앉아서 먹어요. 

맛은 보장 못하지만, 재밌게, 열심히 준비해볼게요.

그냥 별 거 아닌 일상의 보통의 식사, 같이 해요.



반찬통 그대로 반찬도 내놓고, 정육점에서 파는 육회 사다가 차린 소박한 식탁. 안보이는 곳에 막걸리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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