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는 늘 너를 지켜보고 있어.
12월도 벌써 중반에 접어든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레드와 그린의 장식들로 길거리가 알록달록 해지기 시작한다.
묵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서 털어 거실에 세워두고,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상자 속에 든 오너먼트들을 하나씩 트리나무에 올려 장식한다. 이 즈음 이면, 아이들이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느라 바쁘다. 부모들은 슬쩍 그 편지를 산타클로스에게 보내준다면서 가져가면서 아이들 몰래, 흘긋 커닝을 한다. 그 힌트는 기가 막히게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변신한다. 꺄악 소리를 지르면서 부스럭부스럭 포장지를 뜯고, 선물을 확인한 후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조용히 그날의 이벤트를 준비한다.
산타 할아버지는 도대체 그 많은 어린이들의 소원을 어떻게 다 알고 있을까?
그 수많은 편지를 다 읽어보시기는 하는 걸까? 산타 할아버지는 분신술을 쓰시나?
산타 할아버지는 누가 착한 앤지 도대체 어떻게 아시는 거지?
자, 그건 말이에요.
산타 할아버지는 너무 바쁘셔서 사실 그 모든 아이들을 다 살피시기는 조금 어려우시다. 그래서 고민 끝에 각 가정에 본인 대신 귀여운 엘프를 보내기로 하셨다.
Elf on The Shelf
요 엘프는 낮에는 선반 위에서 맡은 아이들이 하루종일 착한 일을 했는지, 아니면 나쁜 일을 했는지 지켜본 뒤에, 밤에는 북극의 산타클로스에게 날아가서 정확한 사실을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모든 엘프들이 그러하듯, 엘프는 장난꾸러기라 피곤한 밤을 보내고 난 뒤, 다시 맡은 아이에게 돌아오면서 남는 시간 동안 장난을 치곤 한다. 그러다가 아침이 오면 엘프의 마법이 사라져서 인형으로 돌아와 다시 아이를 지켜보는 임무를 이어간다.
절대 규칙 1 : 엘프를 만나면 이름을 지어주세요.
절대 규칙 2 : 낮에 엘프를 만지면 마법이 사라져요. 그러니 엘프를 절대로 절대로 만지면 안 돼요.
코로나로 인한 긴긴 낮과 밤들에 지쳐, 아이들이 그 눈빛에 생기를 잃어갔을 때, 나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해 주고 싶었다. 일명 '선반 위의 엘프'는 내게 너무나 매력적인 소재였고, 나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두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벤트의 주인공은 바로 둘째였다. 큰 아이는 내 계획을 듣더니, 재미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인형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편지를 들고 둘째에게 배달되었다.
안녕. 나는 산타가 보낸 엘프야. 내 이름을 지어 줄래?
둘째는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무서워했다. 하지만 이내 규칙을 설명해 주고, 이름을 지어주라고 하자, 곰곰이 고민을 하더니 예쁜 한국식 이름을 지어 주었다.
별이. 별이로 할래요.
안녕. 별아? 이제부터 우리는 이 친구를 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별이는 밤에는 북극으로 다녀오고 낮에는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었는데, 둘째는 일어나자마자 별이를 찾아다니는 재미에 아침시간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큰아이는 둘째가 잠들면 어디다가 별이를 숨겨둘지 고민하느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두 아이들에게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던 거라 믿고 싶다. 가끔 내가 별이의 존재를 까먹은 밤에 큰애가 짜증을 내곤 했지만, 대체적으로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추억들이다.
둘째는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별이를 믿었고, 친구들에게 설명하다가 의심을 사기도 했다. 굳건하게 별이의 존재를 믿고 있어서, 친구의 의심을 영 서운해하기도 했다. 아이가 커가니, 이제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매일밤 이벤트를 준비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별이와의 이별식을 준비했다.
둘째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별이가 네가 너무나 좋대. 그래서 산타클로스에게 말해서 이제 네 곁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대. 그런데 그러면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인형으로 지내야 한대. 그래도 별이는 네 옆에 있는 것을 선택했어."
둘째는 가만히 듣더니, 다 먹고 난 맥심 커피 상자를 달라고 했다. 그걸로 별이의 집을 만들고 그곳에 별이를 머무르게 했다. 둘째는 침대 근처에 별이의 집을 두고, 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조그마한 손으로 이불을 끌어와 아담한 자신의 몸을 살포시 덮었다. 그렇게 둘은 영원히 친구로 남는 결말로, 이 아름다운 이벤트는 막을 내렸다.
서양권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 이벤트.
검색해 보면 수많은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아이와 함께 찾아보진 말길. 19금 버전도 존재하니까.)
기나 긴 역병의 시기에 , 금빛 종소리처럼 잠시 마음을 울려주던 엄마의 이벤트로 아이들의 마음에 캐럴이 가득 차 잠시라도 따스했던 시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우리 둘째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약 2~3년 정도
매년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엘프 '별이'
아직 어린아이가 있는 댁이라면,
이 이벤트를 시작해 보세요.
매일 신경 쓰느라 밤마다 조금 피곤하긴 할 거예요.
하지만,
이 엘프의 존재를 의식하느라
한 달 정도 정말 착한 아이로 있으려고
노력하는 아이를 생각해 보세요.
떠나보낼 때 아쉬워하는 그 눈망울을 상상해 보세요.
이렇게 시간이 지난 뒤,
앨범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