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 나 목 아파
아이고 어떡하니...
우리 둘째는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정말 절친했던 친구가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일로 친구들에게 서운 했을 때도 그 아이를 생각하면 기분이 환해진다며 마음의 중심을 잡을 정도로 의지하는 친구다.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나서도 둘은 서로를 끊임없이 찾아서, 두 아이의 만남은 주기적으로 성사되었다. 텔레파시라는 것이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서로 찾는 시기가 꼭 맞아떨어져서, 두 아이의 엄마들은 늘 신기해했다. 그렇게 두 아이의 만남은 여태껏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기록이 이번에 깨지고야 말았다.
저번 주 아침에 소리 어머님께서 보내신 카톡 메시지.
- 어떡하죠. 소리가 아파요.
-어머나. 많이 아파요? 할 수 없죠. 오늘은 쉬고 다음 주에 만나요. 꼭 나아서 만나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어떡하니. 소리가 많이 아프대."
우리 둘째는 고개를 파묻고 눈물을 뚝뚝 떨어 뜨렸다. 책상 위에는 소리를 만난다고 다이소에서 열심히 골라 사둔 트리를 담아둔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그려서 만든 카드에 빼곡히 적은 손편지까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사리손으로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한참 속상해하던 둘째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할 수 없죠 엄마' 하며 그 설레임을 다음 주로 미뤄두었다.
에휴 그런데 어찌하나. 그다음주가 바로 오늘인데.
이 녀석 목이 아프다고 하더니.
37.8도네...
소리 어머님게 보낸 카톡 메시지
-이번에는 우리 아이가 아픈 것 같아요.
-아이고. 요새 감기가 많이 도는 것 같아요.
-푹 쉬고 다시 만나요. 그런데.. 언제 만날까요?
-어쩌나요. 이제 방학하면 만나야 할 것 같아요.
-네에 알겠습니다. 잘 달래 볼게요. 소리도 잘 달래주세요.
소리는 방문을 꾸욱 닫고 들어가서 침대에 파묻혀 흑흑 울었다고 한다.
우리 둘째도 닭똥 같은 눈물을 후두득 흘리면서 속상함에 고개를 숙이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울었다.
"그만 울어. 목이 더 부으면 더 아플 거야. 그러면 내일 학교도 못 갈 수 있어."
"네. 엄마. 흐어어엉...."
흑흑 울던 아가는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또 울다가 지쳐 그만 잠이 들었다.
오동통한 볼이 빨개졌다. 아직도 이마가 뜨끈하다. 눈가에 눈물 자국이 선명해서, 손으로 슥슥 닦아주었다.
둘째는 일어나더니
"엄마, 선물을 다시 사야겠어요. 크리스마스 미니트리는 이제 소리 만날 때 주기 너무 늦을 거잖아요."
"그래. 그래. 다시 사러 가자."
말하는 사이사이 서운함이 묻어난다. 왜 하필 오늘 아픈 것일까.
두 아이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만날 수 없어 깊은 슬픔을 느끼고, 평소보다 더욱더 진한 그리움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다람쥐 같이 귀여운 두 친구의 우정이 어찌나 애달픈지 지켜보는 내 마음이 짠해서 시큰시큰 거린다.
눈치도 없이 두 아이의 우정에 끼어든 얄미운 감기 녀석.
걱정 말렴. 우리 둘째야. 엄마가 그 녀석을 혼쭐을 내서 멀리멀리 보내줄게.
비록 만날 날은 미루어졌지만, 바로 새로운 선물을 준비해야겠다는 아이들의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너무나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다행히 저녁이 되자, 아침만큼 목도 아프지 않다고 하고, 열도 서서히 떨어져 갔다.
하루종일 잘 쉬고 많이 먹은 탓에 빨리 회복하는 것 같다.
아이를 침대에 뉘이고, 오동통한 볼을 다시 몰랑몰랑 만져보다가,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내일은 부디 아프지 않기를. 건강하게 웃으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그렇게 잘 지내다가, 꼭 소리를 만나 행복하게 웃는 너희 둘의 모습을 내 눈 가득 마음 가득 담아두고 오는 그날을 나도 설레며 기다려 보겠다.
두 마리 귀여운 다람쥐. 아니 토끼. 아니 고양이.
뭐든지 작고 귀여운 소동물은 다 갖다 붙여 표현하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너희들의 연대가 어찌나 강력한지
엄마들은 늘 감동이란다.
그 순수함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된단다.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도 계속 만나.
그 우정을 꼭 이어가길 바란다.
그전까지는 너희들의 텔레파시를 엄마들이 잘 전달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