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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mango Sep 21. 2016

하루의 비타민을 얻는 소중한 시간

- 초등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는 독서교육  1-

  ‘새 학기’가 주는 설렘과 경쾌함에 이끌려 의욕적으로 아침 독서운동을 시작한 지도 벌써 9년이 되어간다. 아침자습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 독서이기에 전부터 아침 독서운동을 실천하고 있었으나, 이번 해는 특별히 학생들의 독서의욕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민하고 시도해보았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은 어느덧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학생들은 아침 독서 10분을 통해 하루를 깨우고 더 넓은 세계와 만나며 부지런히 독서 밑천을 쌓아가고 있다.      


  <벤 카슨 박사이야기를 하며 독서를 위한 동기부여     


  새 학기의 첫날, 칠판에 ‘학급문고에 있는 책을 골라 독서하기’를 하얀 분필로 적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조용히 책을 읽었다. 첫날의 낯섦과 함께 오로지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교실을 메웠다. 개학식이 끝나고 담임교사에 대한 소개를 OX퀴즈로 시작했다. ‘선생님의 취미는 독서이다’는 문항에 모든 아이들이 동그라미를 들었다. 첫 만남에 책 읽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아서인지 선생님은 으레 책을 좋아할 것이라고 여기나 보다. 이참에 독서를 통해 인생이 변한 벤 카슨 박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불우한 환경 속에 학습부진아였던 벤 카슨은 책을 한 번도 끝까지 읽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엄마의 단호한 결단으로 일주일에 두 권씩 억지로 책을 읽게 된다. 이 사건은 그의 일생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즐거움에 푹 빠진 그는 독서광이 되더니 전교 수석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세계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처럼 책을 통해 인생이 바뀐 벤 카슨 박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 에디슨 등의 위인들도 모두 다 독서광이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에디슨이 지식과 만나는 통로는 책이었으며, 아인슈타인이 더 넓은 지식의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매개체도 책이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쫑긋 귀 기울여 듣는 학생들에게 재차 책을 읽으면 이러한 위인들처럼 두뇌의 사고력이 계발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학교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할 일은 수업 시작종이 칠 때까지 좋아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으라고 당부하였다.     


 독서가 가장 쉬웠어요     


  비록 아이들에게 예시로 들었던 벤 카슨, 아인슈타인, 에디슨 정도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나 또한 책 읽기를 즐겨한다. 늘 가방 속에는 책 한 권을 꼭 가지고 다니며 오고 가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잠시라도 틈이 있을 때는 책을 펼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권씩은 필수적으로 책을 읽으려고 하며, 아동도서도 좋아해 학교에서는 종종 어린이책을 읽는다. 독서란 무릇 마음공부이다. 저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더불어 내 생각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지식의 세계를 확장하며 다양한 인물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이해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 세상과 소통의 장을 넓힌다. 특히 어린이책을 읽을 때면, 오랜 시간 동안 잃어버렸던 동심의 세계로 회귀하는 느낌이다. 어린이책을 통해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좋다. 매일같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침 독서의 시간은 마음의 활력을 깨우는 시간인 동시에 하루의 비타민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 외적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은 학교에 오면 책가방 정리를 한 후 바로 독서에 들어간다. 아침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생활 통장 제도로 약간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 아침자습시간과 틈새 시간을 활용하여 하루에 독서 15분 이상을 하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일정한 포인트를 얻으면 학생들의 생활에 깨알 같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쿠폰을 뽑을 수 있다. 개학 후 얼마간은 외적 보상을 얻기 위해 또는 새로운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다들 열심히 독서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서히 학생들은 본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관계가 서로 두터워지면서 독서보다는 수다의 즐거움에 빠지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몇몇 아이들은 독서의 세계에 진입조차 못한 채 책의 그림만 대강 훑어본 채 책을 집어넣기 일쑤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독서하라는 선생님의 잔소리가 잦아졌지만 여전히 허울뿐인 공허한 외침이고 일부 학생들은 마지못해 독서하는 시늉만 냈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로 책 읽기도 자전거 여행과 비슷하다고 본다. 책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 책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책을 읽는 행위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달리는 것과 같다. 오르막길에서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땀이 주르륵 흐르고 속력도 나지 않는다. 게임, 텔레비전 등 재미있는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문자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책의 초입에 재미를 즉각적으로 맛보기란 어렵다. 중도하차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조금만 더 견딜 때 어느 순간 내리막이 나오는 것처럼, 독서도 오르막에서 내리막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독서를 계속할 수 있다. 책을 덮고 싶은 순간의 어려움을 만났을 때 견디고 조금만 더 읽다 보면, 속력을 낼 수 있는 구간이 반드시 다가온다는 것. 교사가 학생들에게 궁극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은 그 순간의 희열과 재미를 학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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