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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mango Sep 21. 2016

책 읽어주는 선생님

- 초등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는 독서교육  2-

 ‘어떻게 하면 책 읽는 즐거움을 학생들 스스로 맛보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일주일에 두세 번 아침자습시간을 이용하여 정기적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독서 독립이 되지 않는 학생들에게, 즉 스스로 책을 읽을 줄 모르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도움 없이 아침자습 시간에 책을 무작정 읽으라고 시간을 주는 것은 학생들의 독서 흥미를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어릴 적 엄마의 무릎 위에서 들었던 책 이야기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로 기억이 되는 것처럼, 책 읽어주기를 통해 1차적으로 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책에 흥미를 갖게 하고 나아가 학생들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초등학생 3학년 학생들이다 보니 아직 독서 수준이 저학년에 머무르는 학생들이 많아 처음에는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 차츰 독서 수준을 높이기로 하였다. 점, 아기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리디아의 정원,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 등 쉬운 그림 책부터 시작하여 화요일의 두꺼비, 잘한다 오광명 등 줄글로 된 이야기책을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책 읽어주기’가 아이들의 독서 흥미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로 시작하였으나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침 독서시간에 책의 그림만 대충 살펴보고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던 몇몇 아이들이 책 앞에서 사뭇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선생님이 한번 읽어준 책들을 다시 살펴보고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키득키득 웃음 짓는다. 선생님이 읽어주었던 책들은 어는 순간 교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다. 어른들은 보통 한 번 읽은 책을 여간 해서 두 번 이상 읽지 않으나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은 수십 번 반복해서 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릴 적 나 또한 좋아하는 책을 손때로 까맣게 닳을 때까지 읽지 않았던가. 


  그림책의 경우에는 읽어주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나 줄글로 된 이야기책의 경우에는, 하루에 모두 읽어줄 수가 없어 아침에 10분에서 15분씩 시간을 쪼개 한 챕터씩 읽어주었다. 이야기의 흐름을 끊을 때면 아이들은 더 듣고 싶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쉬워한다. 어떤 여인네가 포악스러운 왕이 자기를 언제 죽일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천일동안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날 정도로 아이들은 이야기에 목말라있었다. 평상시에 주의집중을 잘하지 못한 학생들조차도 책을 읽어줄 때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며 이야기 속의 장면에 빨려 들어갔다. 교사가 특별한 주의집중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오로지 이야기의 힘만으로 학생들을 몰입하게 할 수 있다니, 작가의 상상력과 문장력에 끊임없이 놀랄 뿐이다.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은 한달음에 쭉 읽어주는 것이 아닌, 중간에 이야기의 흐름을 미리 예상해 보고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친 후 뒷이야기를 함께 읽으면 더 큰 묘미가 있다. 다음 장면은 어떻게 될까?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등장인물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 등 교사의 질문을 통해 이야기의 갈등 상황 속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고 이야기의 내용을 미리 예측해보는 활동은 학생들의 문제해결력과 창의력, 상상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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