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는 독서교육 3 -
일주일에 한 번 아침 독서시간과 연계하여 동아리 활동으로 책놀이부를 운영하고 있다. 흔히들 읽기 후 활동으로는 독서록을 많이 쓴다. 우리 학급에서도 생활통장제도를 활용하여 독서록 쓰기를 권장하고 있으나 강제하지는 않는다. 책을 읽고 난 뒤 독서의 경험과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기 위해 독후감을 쓰는 것은 좋지만, 학생들이 독서록을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그로 인해 독서 흥미나 독서태도가 나빠진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 본다. 실컷 선생님과 함께 책을 즐겁게 읽었으나 그때 느낀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서투르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생경한 글이 써진다든가 ‘재미있었다’는 한마디, 천편일률적인 반응으로 책의 이야기를 격하시키기도 한다. 사실, 교사인 나 또한 글쓰기가 어렵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마음의 양서를 통해 좋은 문장과 자주 만나고 훈련을 통해 가능한데, 3학년 학생들에게는 그 활동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읽기 후 활동으로는 독서록 쓰기를 강조하기보다는, 독서 동아리 시간과 연계하여 부담 없이 책과 함께 노는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첫 번째 방법으로 책의 주제와 관련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즐겁게 책을 읽은 후 책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학의 힘은 절대로 어떤 주제를 계몽적으로 또는 규율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야기에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독자 스스로 이야기의 교훈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백번의 잔소리보다는 이야기 한편이 마음에 주는 울림이 큰 것이다. 실컷 작가의 주도면밀한 장치에 따라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진 학생들에게 인물, 주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공부로 가르치는 것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다. 이야기의 여운이 주는 연장선에서 그 주제와 관련된 게임을 하면 자연스러운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 가령, ‘으뜸 헤엄이’를 읽은 후 그림책 속에 나오는 ‘협동’이라는 덕목을 배우기 위해 관련된 놀이를 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훈계와 꾸지람이 아닌,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여러 덕목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인데, 관련된 놀이를 하면서 이야기 속에서 배운 교훈을 현실에서 적용해 볼 수 있다.
‘으뜸 헤엄이’를 읽고 놀이 예시 1
사각형 만들기
1) 어떻게 하면 협동을 잘할 수 있을까 사각형 만들기를 하며 생각해봅시다.
2) 모둠별로 받은 봉투에는 여러 가지 도형이 들어있다. 서로 똑같은 개수만큼 나누어 가진다.
3) 말을 하지 않고 모둠원들이 모두 똑같은 모양을 만든다.
4) 단, 다른 사람에게 조각을 달라고 하면 안 되고 주기만 할 수 있다.
- 그림책 읽는 즐거운 교실 1 참고-
두 번째 방법으로 ‘책 속의 등장인물 불러내기’ 활동이다. 특별한 준비물 없이 의자 하나만 있으면 어떤 이야기든지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예를 들어 ‘화요일의 두꺼비’라는 책을 읽었으면 몇몇 학생들은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되는 것이다. 교사는 등장인물의 역할을 맡은 학생을 차례로 교실 앞으로 초대하여 의자에 앉힌다. ‘여러분, 화요일의 두꺼비라는 책을 읽으며 주인공 워턴에게 궁금한 내용이 많았을 거예요. 오늘 이 시간에는 특별 초대 손님으로 워턴을 우리 반 교실에 모셔왔습니다. 궁금한 사항을 자유롭게 워턴에게 질문해볼까요?’라는 멘트와 함께 교사는 사회자 역할을 하며 책 속의 등장인물과 독자들과의 대화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끈다. 독자들은 그동안 책을 읽으며 들었던 여러 가지 의문점을 가상의 등장인물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워턴의 역할을 맡은 학생은 책의 내용에 근거해서 감정이입을 하며, 때로는 약간의 상상을 곁들여 학생들의 질문에 놀랄 정도로 재치 있게 대답한다. 독자들의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숨은 의미까지도 발견해낸다. 더불어 주인공뿐만 아니라 악당, 주변 인물도 초대할 수 있으며 등장인물과 독자가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책의 내용을 훨씬 더 풍요롭고 풍부히 이해할 수 있고 다각적으로 책의 내용에 심도 있게 들어갈 수 있다. 이 활동을 마친 후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활동을 간단하게 한다면 학생들은 독서록 쓰기에 훨씬 더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고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생님이 책을 읽어줄 때 더 열심히 들을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된다.
세 번째 방법은 이야기의 결말을 들려주지 않은 채, 가장 갈등이 고조된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끊고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적어보는 활동이다. 처음에는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선생님이 들려주지 않으니 야속해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의 결말을 앞 다투어 서로 들려주려고 한다. 때론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발표를 하려고 해 진도와 시간에 쫓기기도 한다. 학생들의 상상을 마음껏 공유한 후 이야기의 결말을 들으면 아이들은 더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 외에도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어떠한 문제 상황에 대해 토의 및 토론을 하거나 미술시간과 연계하여 북아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책과 놀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