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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ish Nov 29. 2023

토란 시래기 된장국

애증의 토란

토란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릴 때 집에서 먹은 기억만 있지, 음식점에서 파는 걸 본 적은 없다. 파는 곳도 없고 해 줄 사람도 없으니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나에게는 버겁다. 네가 한 게 뭐 있다고 버거운 거냐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으나 어쨌든 힘들었다. 흑흑.


재료:

중요한 것은 손질된 재료를 구하는 것. 전부 싸리재마을에서 구매했다. 싸리재마을 물건도 좋고 가격도 좋은데, 택배 그것도 스티로폼 박스로 받는 것을 싫어해서 잘 구매하지 않게 된다.


토란 : 2023년 햇 토란) 깨끗하게 손질한 깐 토란 [곡성 알 토란] 500g. 5,200원

토란 껍질을 까고 냉동해서 보내준다. 그래서 나는 할 일이 없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토란은 소금물에 데쳐서 사용해야 한단다. 데치지 않으면 아린맛이 있다고 하여 (당연히 남이 해주는 토란국에서는 한 번도 아린 맛을 느껴본 적이 없다),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만 귀한 토란으로 실험을 해볼 수는 없으니 시키는 대로 데치기로 했다. 나중에 더 찾아보니 '맛'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니라 옥산살칼슘이라는 독성 때문에 데쳐서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물에 끓이면 대부분 용출된다고. 토란 알레르기도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 할 듯하다.


시래기 : 양념 무청시래기 250g(냉동),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 3,000원

질긴 줄기 없이 잘 손질되어서 냉동으로 온다. 된장 양념이 되어 있어서 물을 조금 더 붓고 끓이면 된장국이 된다. 나는 물 추가하지 않고 데워서 절반은 밥에 비벼 먹었고, 남은 절반에 토란을 쪄서(?) 먹기로 했다.


제조:

토란을 소금물에 데친다. 3-5분이라는데 나는 3분 정도 삶았다. 끓일 때 빠져나오는 미끈한 것이 몸에 좋은 성분이라 하기에.

뚝배기에 시래기와 데친 토란을 넣고 2-3분 정도 토란이 다 익을 때까지 돌린다


토란이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찔러보는데, 좀 덜 익은 듯해도 막상 먹으면 속이 잘 익어있다. 먹어보니 기억 속의 토란, 토란 맛이다. 반갑다 토란.


남은 토란 반은 표고 들깨탕으로 반은 그냥 쪄먹을 생각이다.



뭐가 귀찮냐면, 토란 봉지를 뜯자마다 끈적한 점액이 묻어있고, 데쳐서 찬물에 헹구고 나서도 미끌미끌한 것이 남아있다. 일부러 만지지는 않았는데도 부지불식간에 손에 묻어 있고 물만으로는 안 씻어져 비누로 씻은 후에도 이상하게 손이 좀 건조해진다. 심지어 토란을 넣고 끓인 냄비, 봉투를 자른 가위, 수저도 미끈한 것이 묻어 있다. 그러니까 토란이 지나간 모든 자리를 박박 닦아줘야 하는 것이 귀찮음의 핵심이다. 토란을 반으로 썰어서 익히면 훨씬 빠르게 익을 것 같은데, 조그마한 것이 미끈미끈하여 손으로 잡기도 칼로 썰기도 어렵다.


누군가 토란 요리를 해준다면 좋은 사람이다. 평생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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