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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1. 2024

행복한 소비 생활

한 때 소비를 통해 감정적 불안이나 우울에서 회피하려고 했던 시기가 있었다. 뭘 사려고 돌아보고 살펴보는 동안에는 내 안에 감정이나 상황에서 잠깐 도망칠 수 있으니까. 이래서 중독이 되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머니 사정 생각도 않고 무작정 명품을 지르는 배포는 없었다. 소소하게 천 원 이천 원이라도 필요해서가 아니라 돈을 쓰는 그 행위가 하고 싶어서 쇼핑을 했다. 그때 당근 마켓이 있었다면 뭔가 현명한(?) 소비를 했을 텐데.. 아무튼 20년 전 그땐 예쁜 쓰레기를 돈 주고 사서 집에 쌓고 쟁여 뒀다 버리고를 반복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까운 돈 아까운 시간이다. 40대에 들어서니 의미 없이 쓰는 100원도 아깝다. 여행에 큰돈을 써도 여행지에서는 이게 행복이지 하다가도 뭔가 허무할 때가 있다. 특히 집에 돌아와서 세탁기 몇 차례 돌리고 숨 돌릴 때. 값비싼 음식을 먹어도 혀에서 목구멍 거리까지 만큼만 즐겁고 목구멍부터는 맛도 못 느끼는 게 이게 맞나. 할 때도 있다. 이런 내가 돈을 쓰고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바로 목욕탕 세신비! 아가씨 때는 목욕탕 베드에 누워 누군가가 나를 뒤집어 가며 몸 구석구석을 닦아 주는 게 불편하고 쑥스러워서 생각도 못했었는데, 아이 낳고 나서 내 몸뚱이 내가 때 미는 게 힘들어서 한번 누워 봤더니!! 세상에 네 상에 신세계가 열렸다. 세신사 선생님이 노련한 기술로 때를 밀어주시면 체감상 1킬로는 밀려 나오는 느낌이고,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의 더러움까지 씻겨나가는 것 같은 그야말로 시원함의 탑 오브 탑. 때 만 밀다가 가끔 미니 마사지라도 추가 한 날이면 내가 공주님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뿌듯하다. 그 개운함은 집 에서 하는 샤워나 반신욕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다. 때를 밀고 와도 다음날부터 다시 때가 쌓이는 건 마찬가지지만 큰 비용 드리지 않고 종종 공주님이 된 듯한 기쁨을 산 다면 가성비 좋은 기쁜 소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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