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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1. 2024

감동 그 잡채

감동과 감사를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내 인생이라 ‘가장’ 감동 한 순간을 적으라고 하면 무얼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 그래서 가장‘최근’에 감동 한 순간을 떠 올려 봤다. 올해 1월이었고, 남편의 백혈병 재발 정확히는 두 번째 재발 판정 이후 바로 그날 오후부터 바로 항암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남편의 항암 치료가 산정특례에서 벗어나는 재발에 대한 항암 치료였기 때문에 한 사이클 약제와 주사 비용이 500만 원이 든다고 했다. 내가 하는 아르바이트비와 주변에서 돕는 손길로 생활비를 딱 맞춰 가기를 7년째인데, 한 달에 500만 원은 우리 한테는 불가능한 치료였다. 문제는 그 항암을 적어도 네 번은 해야 하고 그 이후에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골수이식도 당연히 비보험 치료 대상이라 2천5백은 추가로 든다고 했다. 두 번째 재발이라 치료 성공률도 장담이 안되는데 비용은 감당할 수가 없고, 살아서 생지옥에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은 순간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가깝게 지내는 언니가 형부와 상의 끝에 바로 500만 원을 마련해서 보내왔다. 그걸 받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남편도 자기가 살아내서 이 빚을 갚겠다며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도 미안해서 할 수가 없겠다고 했다. 숫자로 돈 500이 아니라  첫 한 사이클 치료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응원과 격려가 되었고, 두려웠던 우리 마음에 두려움을 내어 쫓는 사랑이 되어주었다. 언니가 재벌이라 돈 500이 우습고 간지러운 금액 이었다면 고마움이 덜 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을 아는데도 내어주는 사랑을 받고는 겨우 할 수 있는 게 마음을 다 담지 못하는 활자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던 게 미안했다. 남편은 한 사이클을 겨우겨우 마쳤지만, 두 번째 사이클 1주 차에 패혈증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남편이 떠나기 전날 밤에 병원으로 찾아와 따스한 마지막 인사를 건네줬던 것도 언니네 부부. 내가 치매에 걸려도 차마 잊지 못할 고마움과 감사였던 감동의 그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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