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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2. 2024

to.me

24년 6월 마지막 날에 서있는 마흔 살 나에게.. 24년 시작부터 남편의 백혈병 재발과 치료 그리고 장례,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장례 이후 사망 신고, 유품 정리로 상반기를 보내는 중에 이렇게 나를 들여다보고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었다니. 다시 생각해도 기특 방특 하네. 이게 다 은혜가 아니고서 뭐라 설명할 단어가 없다. 매일 몇 글자 라도 끄적이다 보니 (못 한 날도 있지만) 여하튼 시간을 흐르고 벌써 내일이 7월. 이렇게 눈 떠보니 7년이 지났어요.라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 보지만. 현실은 매일 24시간의 무게를 쳐내야 하고 세상 공평한 게 시간 이어서 하루하루 감당해 내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오늘 느끼는 나는 제법 잘하고 있고, 다시 살아도 이렇게 살 수 없겠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다. 물론 내가 이렇게 안전하게 지금을 보낼 수 있도록 곁에서 마음과 사랑으로 보내주는 응원을 잊으면 사람이 아닐 거다. 평생 살면서 이 은혜 다는 못해도 두고두고 나눠 갚으며 사랑하며 살아야지! 또 애쓰면서 바득바득 사는 게 아니라, 이제는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너그러워 지길. 8년 동안 아이에게 진심으로 웃어 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미소와 포옹을 선물하고 생명의 위협으로부터의 불안 없는 평안함을 누리는 일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매일 지지고 볶지만 그것 조차도 사랑스러운 일상이니 감사로 껴안고. 다음날 또 웃어주는 그냥 어제가 오늘 같은 지루한 일상이어도 좋으니 그렇게 매일을 감당하자. 떠난 사람을 함께 그리워하고 또 기억하고 보고 싶을 때 함께 울면서 남은 우리는 더 단단해지겠지. 그것 조차도 감사하다. 지금까지의 수고보다 더한 수고가 앞으로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까이거 이제는 인상 펴고 미간 주름잡지 말고 쫌! 웃으면서 하자. 표정이 웃으면 뇌도 행복한 줄 알고 속아서 그런 줄 안다던데. 심각하지 말고 빙구처럼 웃으면서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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