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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Aug 04. 2023

내 마음은 0.1g

마트에서 생긴 일 

선물 받은 상품권으로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왔다. 보통은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새벽에 배달받는 편리를 이용하지만, 아이를 카트 안에 태우고 직접 구매하는 손 맛, 눈 맛을 느끼러 일부러 나갔다. 

더위가 굉장해서 공기가 부족한 주차장은 답답하고 숨이 막혔지만, 그것도 잠시이고 매장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터 시원해졌다. 매장은 말해 무엇하나 매대에 누워있는 야채 과일 보다 내가 더 싱싱해질 것 같은 시원함에 나도 모르게 "아우 추워"라는 말이 튀어 나 올 정도였다. 밖은 정수리에 불붙을 것 같은 더위인데 매장 안은 닭살 돋을 만큼 시원했다. 그런데 사람이 많으니 이성적인 판단의 쇼핑이 되지 않고, 마구 주워 담고 있었고 다행히 아이가 카트 안에서 좁아져 가는 공간이 불만이었는지 "엄마 이제 그만 담아요!"라고 말려서 계산대로 향했다.

상품권으로 계산하고 번호 입력하는 몇 분도 지체하고 싶지 않아서 현금영수증도 포인트 적립도 안 하고 영수증은 버리고 주차장으로 도망치듯 내려왔다. 주차 사전 정산을 하라는데 영수증 끝에 달린 바코드로 해야 했다.. 오 마이 갓! 마트에 너무 오랜만이라 주차 정산 생각도 못하고 영수증을 구겨 버린 것. 

버린 영수증은 찾을 수가 없어서 서비스센터로 갔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포인트 등록도 안 하고 현금영수증발행도 안 해서 구입내역을 전산에서 찾을 방법이 없고, 이 매장에서 구입했는지 증빙이 안된다고... 

계산하고 10분도 채 되지 않은 때라 매장 캐셔 분께 가보면 되지 않느냐고, 다른 데서 장을 보고 카트에 실어와서 주차정산을 해달라고 하겠냐고 나 나름 도덕적인 사람이다. 를 어필하며 열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차비 4000원에 이렇게 열을 낼 일인가  했지만 그 순간에는 억울한 감정이 돈 보다 앞섰다. 

억울해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이번에만 정산을 해주시겠다며 주차시간을 넣어 주셨다. 

돌아오면서 손 맛이고 뭐고  역시 쿠☆, 마켓 ☆리 가 최고야.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영수증만 챙겼어도 꾀 유쾌한 쇼핑이 되었을 텐데 괜한 마트 탓을 하고 싶었다.

그러고 돌아와서  마트에서 사 온 과일이 인터넷 쇼핑으로 산 것보다 맛있다고 느끼는 순간, 다신 마트에 가고 싶지 않던 마음이 '다음에 가면 계산하고 영수증 꼭 챙겨야지!'로 바뀌었다. 

어쩜.. 호떡 뒤집듯 마음이 뒤집히는지.. 나이 들면서 몸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왜 마음은 이리도 가벼울까..

글로 적으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숨고 싶다. 

매뉴얼 대로 응대한 직원분을 무자비한 사람 보듯 바라봤던 내 눈빛과 말투를 거두어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어디 쥐구멍 분양 하는 곳 알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 

다음에 영수증만 챙길게 아니다. 내 마음도 몇 그램 더 챙겨가서  가볍지 않은 구매자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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