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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로그인으로 배우자 계정 접속, 정보통신망법 위반일까

by 박현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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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자 또는 연인의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행위가 법적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로그인 상태로 배우자의 계정에 접근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배우자와 함께 사용하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자동로그인된 계정을 통해 이메일, 사진첩, SNS 등에 접속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단순한 사생활 침해를 넘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대법원의 판결을 바탕으로, 배우자 계정에 자동로그인을 이용해 접속하는 행위가 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의 개념은 무엇인지, 그리고 유사한 사례와 법적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부부 또는 연인 관계에서 계정 보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실질적인 조언도 함께 제공하겠습니다.





사건 개요: 배우자 구글 계정 접속 사건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사건은 A 씨와 배우자 B 씨 사이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두 사람은 2018년부터 별거 중이었으며,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A 씨는 배우자 B 씨와 함께 사용하던 노트북을 사용하던 중, B 씨의 구글 계정이 자동로그인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A 씨는 B 씨의 구글 사진첩에 접속했고, 그곳에 저장된 B 씨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내려받았습니다.


이후 A 씨는 이 사진을 이혼소송과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검찰은 A 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침입 및 타인의 비밀 침해·누설)로 기소했습니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A 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상 ‘비밀 침해 및 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A 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에 해당한다고 보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이유로 자동로그인을 이용한 계정 접속을 ‘침입’으로 본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의 개념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이란?


정보통신망법 제48조(침입)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침입’이란 단순히 타인의 계정에 로그인하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습니다.


승낙 없이 정보통신망에 접속하는 경우

보호조치를 무력화하거나 우회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해킹’이라고 하면 타인의 계정 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해 로그인하는 행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보호조치의 침해나 훼손이 없더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식별부호를 사용하거나 보호조치의 제한을 우회하는 행위도 침입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자동로그인된 상태를 이용해 계정에 접속하는 행위도 정당한 권한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동로그인 상태로 접속하면 왜 불법일까?


그렇다면 자동로그인된 상태로 배우자 계정에 접속하는 행위가 왜 불법이 되는 것일까요?


우선, 구글과 같은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로그인 및 인증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자동로그인은 사용자가 편의를 위해 설정한 기능이지만, 해당 계정의 주인(배우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이를 이용해 접속하는 것은 서비스 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가 됩니다.


대법원은 자동로그인 상태에서 타인의 계정에 접속하는 것이 **“정당한 권한 없이 이루어진 접속”**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생활 침해를 넘어, 정보통신망 자체의 신뢰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 행위로 판단된 것입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명시적인 허락 없이 자동로그인을 이용해 계정에 접속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에 해당하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유사 사례와 법적 시사점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배우자 또는 연인이 상대방의 스마트폰, 이메일, SNS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부부 관계에서 이러한 행위가 사적 문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법원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연인의 스마트폰 잠금을 몰래 풀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한 사례에서도 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망에 대한 접근 권한이 당사자에게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배우자나 연인 관계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신중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동로그인 상태,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자동로그인은 편리한 기능이지만, 개인정보 보호 및 법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합니다.


✔ 공용 기기에서는 자동로그인 설정 해제하기
✔ 주기적으로 비밀번호 변경 및 2단계 인증 설정
✔ 배우자나 가족이라도 계정 접근 시 명확한 동의 받기
✔ 로그인 기록 확인 및 이상 접속 감지 시 즉시 조치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자신의 계정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적 기준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자동로그인을 이용했다고 해서 예외가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계정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자동로그인을 이용해 계정에 접속하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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